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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올 Aug 11. 2021

하나씩만 해보면 좋겠어요

ep71. <Rent> OST_Seasons Of Love

'낭만의 도시 베니스 10년 뒤에 사라져'


여행하는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니는 직업을 갖다 보니 코로나가 가져온 여행의 부재를 자주 느끼곤 한다. 붐볐던 공항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자 찾은 <여행 갈까요>라는 전시회에서 발견한 것은 낭만의 도시 베니스가 10년 뒤에 사라진다는 무시무시한 경고였다.


여름에도 시원하기로 유명한 캐나다에서 대류가 돌지 않아 서부에 이례적인 폭염이 계속된다는 뉴스가 지난달 연일 쏟아져 나왔었다. 더위에 픽픽 쓰러지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고. 그즈음 방문한 캐나다의 서부 밴쿠버에서 47도를 웃도는 더위에 15분 외출에 피부가 시꺼멓게 타서 돌아오기도 했다.


생각보다 자주 나의 생존이냐 환경보호냐의 문제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일할 때는 매 순간이 그러해서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렵고 어쩌다 계획에도 없이 마트에 들른 날 그런 김에 필요한 것들을 사다 보면 도저히 플라스틱 백을 추가로 주문하지 않고서야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생긴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는 가끔 카페에서 텀블러를 받아주지 않을때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를 포함하여 주변을 위하는 가장 우선임을 외치며 일회용품을 주문하는 경우도 생긴다. 생존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나는 많은 가치들을 나의 생존과 쉽게 타협한다.


친구 팡이는 몇 달 전부터 샴푸바를 쓴다고 했다. 마침 며칠 전 '내가 이렇게 샴푸바를 쓰면 뭐 하나' 여전히 바뀌지 않는 사람들의 일상에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녀는 샴푸바를 사러 가서 마주한 점원이 그녀가 샴푸바를 사는 의도를 알기라도 한다는 듯 '또 다른 포장은 안 해드려도 괜찮냐'라고 건넨 세심한 배려에도 감동했을 만큼 지구를 아끼려고 하는 마음이 일렁이는 친구다.


며칠 전 샴푸바를 구매했다던 브랜드의 매장이 눈앞에 보여 나도 하나 사볼까 하고 들어갔었다. 평소에 영양이 많이 들어간 제품을 사용하면 나같이 억세고 기름이 도는 머리카락은 안 감으니만 못해서 나 같은 머리카락에도 추천하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추천하진 않는다는 점원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오일리한 다른 샴푸바 하나를 추천해 줬는데 하필이면 내가 정말 선호하지 않는 향이라서 그대로 돌아 나오기도 했더랬다.


번듯한 말만 앞세우고 나서 행동이 뒤따라 오지 않았을 때의 스트레스가 어떤지 잘 알기에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천천히 시도해보기로 했다. 마침 천연수세미를 선물 받아 바꾸어 봤는데 거품도 잘 나고 뽀득뽀득 설거지가 잘 되는 기분이 좋다.

또 하나 실천하는 것은 '휴대용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다. 요즘 시대 여성들의 롤모델 밀라논나의 유투브를 보다 할머니의 장바구니를 보면서 문득 몇 달 전 에바 알머슨 전시회 굿즈로 구매했던 귀여운 알머 캐릭터의 폴리백이 옷장에서 잠자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조물조물 접으니 딱 휴대하기 좋은 모양으로 접혀서 그날로 가방에 꼭 챙기려는 필수품이 되었다 (좀처럼 습관이 들지 않아서 아직 깜빡하는 날도 많다.) 마침 어제 친구를 만나러 홍대에 갔다가 예상치 못했던 생필품 쇼핑에서 들고 간 장바구니를 사용했을 때의 다행스러움이란. (뿌듯함이라기보다 비닐백을 사지 않아도 된다는 다행스러움이었다.)


가끔 TV를 보다가 이런저런 사연을 소개하고 월 만원의 후원자를 찾는 공익 광고를 볼 때마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100원을 기부한다면 사연자의 수술비 걱정은 사라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모두가 하지 못해서 불가능할 뿐)

물론 모든 해결방법은 '지속적'이라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만 어쨌든 전 세계 사람 모두가 지금 사는 방식에서 작은 '하나의 환경보호법' 하나씩을 추가한다면 지금보다는 확실히 나은 터전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https://youtu.be/UvyHuse6buY

Seasons of Love (HD)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 71번째 곡으로 함께 듣고 싶은 곡은 뮤지컬 <렌트>의 주제곡 Seasons of Love라는 곡입니다. 영화 <렌트>의 첫 장면부터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어요. 저는 그 첫 장면을 보며 이 노래 도입부만 듣고도 푹 빠졌었는데요. 오늘의 주제와 큰 관련은 없어보여도 '삶의 부분 부분을 잘 들여다보면 좋겠다'는 아주 큰 메세지의 관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아요. 뭐 원래 모든 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여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전문적으로 음악에 대해서 잘 아는 '음. 잘. 알'들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혼자만 듣기엔 아까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비가 오는 날엔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음악을, 너무 추워서 어딘가에 숨고 싶을 땐 숨어 듣기 좋은 음악을 한 편의 글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글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읽어 내려가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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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감성의 음악 공유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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