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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소영 Dec 31. 2020

인증 퍼실리테이터(CF) 도전기

2020년, 성장의 기록

 2020년을 마무리하며, 12월에는 한 해를 회고하는 시간을 가질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올해 뿌듯했던 일, 나의 개인적인 성과에 CF(Certificated Facilitator) 자격 취득은 빠지지 않았는데, 올해의 마지막 날 이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 없어 드디어 글을 쓰게 되었다.

 CF를 준비하면서부터, CF 취득 후에는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해 꼭 글을 남겨두자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기까지 두 계절이 지났다니. 아무리 여러모로 바빴다 쳐도, 다시 한번 내년에는 좀 더 부지런한 내가 될 수 있길 다짐하며 시작해본다.

 

 퍼실리테이션의 자격 인증은 국내 인증 퍼실리테이터(CF/CPF)와 국제 인증 퍼실리테이터(IAF CPF)가 있다. 내가 올해 취득한 것은 이 중 가장 초심 전문가(?)를 위한 CF이다.

한국 퍼실리테이터 협회의 CF 인증 프로세스 안내 참고

CF 취득을 위한 프로세스는 한국 퍼실리테이터 협회 홈페이지에 아주 잘 소개되어 있다. 이대로만 하면 OK!

이 글에서는 실제 내가 준비했던 나의 경험을 순서대로 풀어보고자 한다.  




1. 선행 학습과 교육 이수

 몇 년 전부터 퍼실리테이션 역량이 수평적인 문화의 조직에서, 특히 리더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으로 이야기되면서 퍼실리테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퍼실리테이션을 교육하거나 워크숍을 진행해주는 컨설팅사들도 많아졌다. 나 또한 HR로 업을 변경했던 2016년 처음 퍼실리테이션을 알게 되었고, 사내에서 소소하게 스터디를 함께 하기도 했었다. 2018년에 사내에서 퍼실리테이션 과정을 외부 업체와 함께 진행하게 되면서,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그 효용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담당부서의 관계자로 과정에 참여하는 것과 실제 내가 교육생으로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천지차이라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래서! 2019년에는 교육생으로 외부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1월에는 좀 더 업무와 밀접한 러닝 퍼실리테이션 과정에 참여했고, 2월에는 퍼실리테이션 기본 과정인 이니셔티브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CF 인증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퍼실리테이션, 과정 대신 책으로 먼저 공부하고 싶다면?

<민주적 결정방법론> by 샘 케이너, 레니 린드 외
<컨센서스 워크숍> by 브라이언 스탠필드
<더 퍼실리테이션> by 주현희


Q. 24시간 인증 교육, 어디서 받는 것이 좋을까?

인피플 컨설팅 https://www.inpeople.co.kr/
링크 컨설팅 http://www.liink.co.kr/
쿠퍼실리테이션 https://www.koofa.kr/
ORP연구소 http://www.topfacilitation.co.kr/  



2. 워크숍 실행

 퍼실리테이션은 이론이 아닌 실제다. 물론 이론도 중요하지만 이론은 워크숍을 설계하고 실행하기 위한 기본기다. 그래서 CF는 단순히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워크숍을 설계하고 실행한 경험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 (5회, 10시간 이상)

 HRD 담당자면 회사에서 워크숍 진행할 기회가 많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업무에서 하는 워크숍은 대부분 러닝 퍼실리테이션의 성격이라 CF 인증을 위한 워크숍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미팅, 워크숍 퍼실리테이션은 갈등이 존재하고, 그 해결/공동의 목적 달성을 위한 프로세스가 포함되어야 한다.

 수업을 들은 후 바로 이런 워크숍을 설계해서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워크숍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대부분 경험해봤겠지만, 무언가 교육을 들은 후 그것을 나의 일과 삶으로 가져와서 연결 짓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스터디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나는 쿠퍼실리테이션의 기본과정인 이니셔티브를 들었는데, 마침 과정을 듣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쿠퍼에서 구성해주는 티빙이라는 스터디가 있어서 티빙13기라는 이름으로 좋은 분들과 연을 맺고 정기적으로 스터디를 함께 할 수 있었다. 쿠퍼에서 정해진 기한이 끝난 후, 지금까지도 AB96이라는 우리가 만든 이름으로(내가 설계/진행했던 워크숍에서 만든 이름이라 더 애정이 있다)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렇다고 스터디 모임에서 진행한 워크숍만 신청서에 쓸 수는 없는 일! 회사, 사적 모임, 가족 모임 등 찾아보면 퍼실리테이션을 통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황들이 많이 있다. 우리 팀의 비전을 만드는 것, 반기나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것, 친목 모임의 운영 규칙을 정하는 것 등등. 시작의 단계에서는 이런 기회들을 만들어 워크숍을 설계하고 실행해보면 이 일의 재미와 보람도 느껴보는 좋은 경험이 된다.  


3. CF 심사 신청과 준비

 조금씩 워크숍 경험을 쌓다 보면, 어느 순간 CF 신청 기준을 채우게 된다. 혹은 CF 인증 심사 일정에 맞춰서 미리 워크숍 계획을 만들어보는 방법도 좋다. 나의 경우에는 5월 CF 자격 인증을 목표로 준비했었는데, 코로나19로 연기되면서 8월에 신청하여 심사를 받았다. 기본과정을 들은 후,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길다면 길게 걸렸고 짧다면 짧게 걸렸다고도 할 수 있겠다. 주변을 보면 짧게는 6개월 안에 인증 심사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었고, 길게는 수업을 들은 후 한동안 놓고 지내다가 몇 년 만에 하는 경우도 있었다. AB96 스터디 멤버들의 경우엔 올해 마지막 인증 심사였던 39회까지 포함해서 현재 1/3 정도의 인원이 CF 자격을 취득했다.

 인증심사 일정과 필요한 서류 또한 한국 퍼실리테이터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서류를 준비하면서 유의할 것은, 신청서 작성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교육 인증 수료증과 퍼실리테이션 실행확인서는 그때 그때 챙겨두면 신청 시 어려움이 없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은 신청서의 4번에 적는 퍼실리테이션 실행 경험에 대한 에세이이다. 내가 설계/진행한 워크숍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질문에 따라 개요를 작성하고, 1500 단어~2500 단어의 분량으로 상세 기술을 해야 한다. 워크숍의 준비와 설계부터, 진행 과정, 내가 느끼고 얻은 것들을 적게 되는데, 퍼실리테이션 역량들이 잘 드러나도록 작성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렇게 작성해서 제출한 서류가 통과되고 나면, 인터뷰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올해 세 번의 인증심사는 모두 ZOOM을 활용한 온라인 인터뷰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나 또한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인터뷰 하루 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있고, 당일에는 배정받은 시간보다 10분 정도 일찍 전달받은 링크로 들어가서 대기하면 된다. 인터뷰는 30분 정도 진행되는데, 질의응답을 하다 보면 30분이란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인터뷰 질문의 대부분은 작성했던 워크숍 실행 경험에 대한 것이다. 때문에, 에세이를 작성할 때도 그렇지만 인터뷰를 준비할 때에도 워크숍 준비와 실행 과정에서 있었던 세부적인 내용들과 스스로의 회고를 역량 목록과 연결 지어서 머릿속에 잘 정리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진정성과 겸손함이다. 물론 전문성과 자신감으로 내가 가진 역량을 어필해야 하지만, 나에게 퍼실리테이션은 어떤 의미인지, 내가 왜 인증 퍼실리테이터가 되려고 하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과 나에게 아직 부족한 점들을 인정하고 계속해서 학습하면서 역량을 쌓아나가겠다는 의지 또한 드러내는 것이 좋다.  


4. CF 취득, 그 후

 인터뷰 결과는 생각보다 일찍 전달된다. 그러나 단순 결과보다 나에게 의미 있었던 것은 한 달 뒤쯤 전달되는 인증 심사 피드백 리포트이다. 퍼실리테이션 역량 목록에 있던 각 역량 별로 나의 점수와 그에 대한 피드백을 심사위원분들이 직접 작성하여 보내주시는데, 자격시험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심사 후 상세한 리포트를 받아보는 경험이 처음이었다. 합격여부보다도 퍼실리테이터의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리포트였다.

 CF를 취득하고 나면 바로 퍼실리테이터로 밥벌이를 할 수 있을까? 물론 내가 좋은 기회들을 열심히 찾고 만들어간다면 가능하다. 실제로 AB96 스터디 멤버 분 중에도 이미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 나는 직장인이다 보니 개인적으로 소득을 벌기 위한 퍼실리테이터로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짬짬이 회사 일 외에도 다른 기회들에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피플에서 진행하는 프로보노 프로그램의 co-FT 활동도 그중의 하나이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아직 워크숍을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설계를 위한 사전 인터뷰까지 진행해둔 상태이다. 회사 업무에서도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활용한 워크숍을 설계해서 진행할 수 있는 경험은 러닝 목적의 워크숍 외에는 없었지만, 퍼실리테이션은 작은 미팅이나 일상의 대화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상반기 이후로는 온라인 워크숍들이 활발해지면서 쿠퍼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콘퍼런스에 co-FT로 참여하는 기회도 있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이렇게 작은 역할이라도 활동에 참여하고, 온라인으로 AB96 멤버들과 모임을 종종 이어가면서 좋은 점은 무엇보다 스스로의 성장에 주도적이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자 하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을 돌아보면서 CF 취득을 뿌듯한 일 중 하나로 꼽았던 것도, 물론 그 간 노력해온 결실이기도 하지만 덕분에 만날 수 있게 되는 좋은 사람들과의 의미 있는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2021년에는 또 어떤 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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