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 진행된는 CEO 특강 이야기
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기업의 CEO나 임원들이 진행하는 특강 및 세미나 수업을 접하게 된다. 2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정기적으로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한 학기 동안 내내 수업이 있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일을 지정하여 일회성으로 진행되는 경우이다.
CEO들이 너무나 강의를 하고 싶어서 일까? 일단 그것은 아닐 것 같다. 강의에 주력으로 에너지를 쏟기에는 대표라는 직책은 다른 할 일이 너무도 많은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목적이 있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의 목적과 대학교 입장에서의 목적을 알아보자.
1. 기업이 원하는 것
- 기업이 원하는 것은 아마도 회사 홍보일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채용 모집 홍보를 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우수한 대학생들이 많이 지원하기를 바라며 특강을 진행한다. 그렇게 때문에 상/하반기 공채가 명확했던 시절에는 3월과 9월에 CEO 특강이 스케쥴링되었고, 상시/수시채용이 활발해진 요즘은 그나마 채용이슈가 있거나, 무엇인가 대학생들에게 어필을 해야 할 이벤트를 고려하여 특강이 잡힐 것으로 생각된다.
- 보통 인사팀장은 CEO에게 "발표 진행 중 이 부분에서는, 저희가 채용하는 사항을 명확히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이 문구를 강조해서 전달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사전에 요청하게 된다. 이렇듯, 한 번 더 채용팀에서 얻어가야 할 부분에 대한 목적을 확실히 하며 임무를 수행한다.
2. 학교가 원하는 것
- 대학교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학교에서 원하는 것은 다음의 2가지로 추측된다.
우선, 해당 회사와의 우호적 관계를 지속하고 싶을 수 있다(이 부분은 기업이 원하는 부분일 수 있다). 보통 특강을 진행하게 되면, 강의로만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특강 후 교수진, 학과장분들과의 식사자리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총장분들과 특별한 관계가 있을 때에는 아마도 총장분들과도 식사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학교를 운영함에 있어, 재정에서 자유롭게 학교가 운영이 되면 좋겠으나, 국/공립대뿐만이 아닌 사립대가 많은 우리나라는 대기업으로부터 기부 및 지원을 통해 학교가 운영이 되는 부분들도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 하나는, 강의 본래의 목적인 CEO의 비전을 대학생들에게 공유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보통 대학생들은 3~4학년이 되면 취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기업의 CEO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경험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는지 궁금해할 수 있다. 1~2시간의 강의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 부분이 해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사팀 실무담당자의 입장에서 보게 되면 이렇게 진행된다. 크게 3가지로 나누어서 준비사항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당일 이동 동선과 시간을 고려한 스케줄 작성이다. 인사담당자는 특강에 참여하는 각 주체자를 고려하여 Time-Table을 만든다. 1) CEO, 2) HR부(인사담당자 포함), 3) 대학교 교수진으로 나눌 수 있다.
1) CEO 동선의 경우, CEO 비서 및 운전기사분과 수시로 연락을 하며 챙기게 되는데, 보통 대학교에 도착해서는 운전기사분이 비서 역할을 하게 된다. 운전기사분들은 워낙에 베테랑분들이어서 (영화 기생충에서 나왔던 CEO의 운전기사 역할과 매우 유사) 각 학교마다 맛있는 식당, 아무도 모르는 주차 장소 등 많은 부분을 이미 알고 있어, 오히려 인사담당자에게 가르쳐 주기도 한다.
2) HR부의 동선은 인사담당자가 알아서 관리하게 되지만, HR 임원분들도 참석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보통 기업의 CEO가 학교로 이동하게 되면, HR 임원의 입장에서는 회사 안에서 마음 편히 있을 수가 없다. 정말 중요한 다른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보통 학교에 같이 배석을 할 수밖에 없고, 그래도 배려심이 있는 임원분들의 경우에는 같은 편(?)이라 인사실무자가 챙겨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따로 신경안 쓰게 준비를 도와주게 된다.
3) 대학교 교수진의 동선은 보통, 대학교 학과의 교직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게 된다. 보통 한 대학교와 관계를 가지고 특강을 오래 하게 되면, 교직원분들과 2~3년 얼굴을 보게 되고, 관계도 생기게 된다. 그분들은 회사로 따지면 인사팀이 하는 일을 하고 계신 것이라 서로를 이해하는 부분도 있으나, 학교에 따라서는 흔히 말하는 갑과 을(?)의 관계가 있기도 히다. 경험을 돌이켜보면, 무엇인가 기업에 원하는 것이 있었던 학교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교직원분들과 친해져서 도움을 받는 부분이 분명 인사담당자에게는 더 좋을 것이다.
두 번째는 행사 물품 준비이다. 채용 시즌이라고 하면, 회사 홍보자료가 주가 될 것이고, 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음료수를 제공하면 학생들이 좋아할 것이기 때문에 150~200개 정도 음료수와 간식을 준비해 가야 할 수도 있다. 육체적으로도 이래저래 에너지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데, 특강이 끝나면 남는 물품도 정리해야 하고, 고가의 물건이 있을 경우에는 버리고 올 수도 없어, 다시 회사에 가져다 놓고 퇴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인사팀에서 일하게 되면 무엇인가 대량으로 구매를 하는 일이 많은데, 먹을 것, 기념품, 좋은 음식 장소 등 회사와 대학교 근처의 주요 공간들을 알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발표 자료이다. 발표자료의 경우, 보통 이미 자료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EO의 성향에 따라 수시로 업데이트가 될 수도 있겠으나, 특강 강사를 본업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상, 자료 만드는 데에 업무 시간을 계속적으로 할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있는 자료에서, 날짜 부분을 주로 업데이트하여 CEO 비서분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인사담당자가 챙겨가게 된다.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자료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새로운 자료를 준비하는 CEO를 접하게 되면 매우 큰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인사담당자로서 진행해야 할 큰 행사 중에 하나입니다" 정도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육담당자의 경우에는 신입사원 입사식이 대단히 큰 행사일 것이고, 노무담당자에게는 노조와의 임금협상이 중요한 행사일 것이다. CEO 특강은 그 정도로 중요도가 높지는 않겠으나, 채용담당자에게는 CEO와 가까운 거리에서 하루를 같이하며 일정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뭔가 부담이 크기도 하면서, 하루가 금방 지나가는 업무라고 생각이 된다.
향후에 인사담당자로 채용업무를 하게 될 분들에게, 길지 않은 글로써 사전 체험의 기회를 드리는 목적이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