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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Nov 08. 2023

존과 지니의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32

북섬 여행 2. 로토루아 온천 여행

2023년 1월 25일


처음 뉴질랜드 북섬 여행을 계획할 때는 이런저런 것들을 하고 싶었는데 짧은 일정으로 다양한 걸 하긴 힘들었다. 뭘 하더라도 제대로 하나만 하자라는 기준으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이미 뉴질랜드 남섬에서 가장 유명한 곳들을 다 둘러보았으니 아직 안 한 것은 무얼까? 역시 온천이다. 그래서, 온천으로 가장 유명한 곳 중에 하나인 로토루아에 온 것이다. 어제는 흐리고 비가 와서 야외 활동이 힘들었으니 온천욕을 즐겼는데 오늘은 제대로 온천 지대에 가보고 싶다.  


로토루아에서 편안한 밤을 보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숙소 농장의 양과 알파카가 숙소 가까이서 돌아다닌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졌으니 본격적으로 로토루아를 둘러보기로 한다. 어제 마트에 들러 사둔 먹거리들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출발한다.


먼저 테 푸이아(Te puia)에 가보기로 한다. 테 푸이아는 간단히 말하자면 마오리 민속 공연과 로토루아 지열 지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로토루아 시내의 일반 공원에서도 여기저기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유황 냄새가 올라오는데 과연 유료 관광지의 지열지대는 어떨까 궁금하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마오리족 특유의 조각상들이 장승처럼 서있다. 뭔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기괴한 조각상들이다.


테 푸이아는 원하는 시간에 보려면 며칠 전에 미리 예약하고 결제를 해야 한다. 크게 지열지대 가이드 투어와 하카 공연 그리고 레스토랑이 있어 이를 조합해서 예약할 수 있다. 우리는 가장 일반적인 조합인 지열지대 가이드 투어와 하카공연 콤보로 예약했다. 입구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색깔 있는 띠를 받아 손목에 두른다. 색깔마다 시간대와 가이드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


조금 기다렸다가 우리의 가이드와 함께 투어를 시작한다. 여기는 단순히 지열지대를 투어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우이족의 풍습이나 문화에 대한 보존을 겸하는 곳이라 가이드가 다양한 설명을 해준다. 불을 지피는 것부터 여러 가지를 알려주는데 영어인 데다가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들어야 하니 자세히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가이드를 따라서 실내 통로를 걸어 넓은 목공소에 들어왔다. 여기저기에 장식되어 있는 마오리족 특유의 문양들은 여기 목공소에서 제작된다.


입구에서 봤던 조각상과 비슷한 것도 제작 중이다.


이곳은 단순히 보여주기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마오리 문화를 보존하도록 기술자들을 양성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오리족의 생활도구나 장신구 등도 볼 수 있다.


관심 없는 사람들에겐 조금 지루할 수 있는 견학이 끝나면 이제 전동열차를 타고 지열지대로 간다. 멀리서 봐도 굉장한 수증기가 보이는 것이 벌써 기대된다.


지열지대로 가기 전, 키위새를 볼  수 있는 키위 보존 센터에도 방문한다. 사진의 키위새와 알은 박제이고 키위새 구역은 사진 촬영 금지라 사진이 없다.  컴컴한 통로로 들어가면 어둑어둑한 곳에서 간신히 움직이는 키위새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귀엽게 생겼다. 귀여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없어 아쉽긴 한데 워낙 컴컴해서 사진을 찍어도 잘 안 나오지 싶다.


키위 보존 센터를 나오면 고 있는 초콜릿 같은 진흙탕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뿜어내는 커다란 간헐천이 눈앞에 나타난다.


간헐천 근처를 둘러본다. 여기저기 땅바닥 틈에서 수증기들이 피어나고 공기에서 구릿한 유황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바닥을 만져보면 정말 따듯한 곳도 있고 뜨거운 곳은 아예 경고 표시가 붙어있다.


따듯한 지열 때문에 푸르게 자라나는 식물들, 그리고 유황과 광물들로 인해 하얗고 노랗게 변한 지형으로 눈앞에 강렬한 색의 대비가 느껴진다.


이 지열지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간헐천은 땅속에서 솟아오르는 수증기의 압력으로 꽤나 자주 뜨거운 물을 뿜어댄다. 물줄기가 생각했던 것만큼 웅장하지는 않다.


간헐천 근처의 주름진 지형은 온천의 미네랄 성분이 계속 쌓이고 쌓인 모습이다.


지열 지대를 충분히 보았다면 이제 다시 돌아가야 할 때다. 하카 공연 시간에 맞춰서 움직여야 한다.

아까 목공방에서 보았던 커다란 나무판자로 장식된 화레라는 커다란 건물은 마을회관 같은 것이라고 한다. 그 옆에 지면에서 높게 띄워놓은 건물은 짐승들로부터 식량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창고라고 한다. 여기 화레에서 마오리족이 나오면서 공연이 시작된다.


가장 먼저 방문하려는 사람이 손님인지 침입자인지를 가리는 의식으로 시작된다. 마오리족 전사가 경계를 하면서 나뭇잎을 놓고 물러섰을 때 나뭇잎을 얌전히 들고 있으면 손님이 된다. 마오리족은 엄청 호전적인 민족이라 이 의식에서 적이라 판단되면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웠다고 한다.   


어쨌든 친구로 인정받고 화레에 초대된다. 관광객들과 함께 우르르 들어간다.


화레 안쪽도 문양들이 가득하다. 넓은 건물 안에 공연장이 있다. 운 좋게 가장 잘 보이는 앞자리에 앉았다.


하와이 폴리네시안 문화센터에서 각 지역의 여러 공연도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여기 마오리족의 하카 공연도 꽤나 볼만하다. 마오리족은 전사들의 용맹함으로 유명한데 우리나라의 한국전쟁에도 참전했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전사의 춤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마오리족의 여러 노래와 춤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익히 알려진 전사의 춤, 하카가 펼쳐진다. 박력 넘치는 동작과 강렬한 표정의 멋진 춤이다. 마오리족은 부족들이 서로 싸워서 이긴 쪽이 진 쪽을 잡아먹는 식인 풍습이 있었다는데 나중에는 이 하카 춤으로 서로의 우열을 가리고 진 쪽이 물러났다고 한다.    


지열지대와 키위새 그리고 하카 공연까지 열심히 보았더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배가 고프다. 테 푸이아를 나와서 로토루아 시내의 베트남 식당에서 점심을 간단히 먹는다.


오후에는 와이망구 볼캐닉 밸리로 간다.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젊은 화산지대라고 한다.


와이망구 볼캐닉 밸리를 즐기는 방법으로는 입구에서부터 걸어가거나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셔틀버스는 중간과 끝에 정류장이 있어 언제든지 탈 수 있다. 셔틀버스를 타면 경치가 순식간에 지나갈테니 일단 편도는 걸어가기로 한다. 입구의 안내지도를 하나 들고 잘 관리된 산책길을 걷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서던 크레이터다. 이름이 크레이터인 걸 보니 원래 분화구였는데 물이 고인 것 같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면 가운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카테드랄 바위와 프라잉팬 호수가 나타난다.


성당 같이 생겼다고 카테드랄 바위인 것 같은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호수 역시 따듯한 물인데 세계에서 가장 큰 온천 호수 중 하나라고 한다.


분출된 뜨거운 물도 흐르다 보면 식어 따듯해진다. 적당한 온도라 그런지 온갖 녹조들이 자라게 된다. 신비롭기도 하지만 꽤나 지저분해 보인다.


계속 걸어가니 눈부시게 파란 하늘만큼 파란 이쁜 호수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런데 이름은 인페르노 크레이터, 지옥의 분화구이다. 이렇게 이쁜 호수에 왜 그런 무서운 이름이 붙어있을까? 일정한 주기로 물 온도가 섭씨 35도에서 80도까지 올라가고 산성도도 pH 2.0까지 올라가는 12 m 깊이의 호수라고 한다.


주변의 하얀 것들은 분출된 규소가 엉겨 붙은 것이라고 한다. 보기만큼 이쁘기만 한 호수는 아니라서 그런 무시무시한 이름이 붙었나 보다. 당연히 물고기가 살만한 호수가 아니다.


도보길을 계속 걸어간다. 우리와 걷는 속도가 비슷한지 계속 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계속 도보길을 걸어가면 인페르노 분화구만큼은 아니지만 그대로 계속 독특한 풍경이 나타난다.


근처 개천은 그리 뜨겁지 않고 먹을 게 있는지 흑고니가 돌아다닌다.


이 도보길의 끝에는 큰 호수가 있다. 호수에는 다양한 새들이 있다.


호수에 뭔가 뾰족한 것들이 솟아 나와 있는데...


흑고니가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먹이를 먹는 모습이다.


이 호수의 가장자리다. 물이 영 깨끗해 보이지 않는데...


지니님은 그걸 또 만져본다. 여기는 손 씻을만한 데가 전혀 없는 곳이다.


여기서 보트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보는 코스도 있지만 우리는 보트 티켓까지 구입하진 않아서 여기서 버스를 타고 되돌아 나간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왕복으로 걸어도 좋을 것 같지만 시간이 조금 늦은 것 같아서 갈 때만 걷고 올 때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 한 대가 간신히 다닐만한 아슬아슬한 길을 천천히 달린다. 버스기사님이 근처 지형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데 당연히 영어다.  

입구의 매표소로 돌아오니 딱 닫는 시간이다. 직원들이 안 팔리고 남은 샌드위치를 손님들에게 나눠준다. 우리에게 권했는데 괜찮다고 하니 근처의 아저씨가 얼른 가져간다.


와이망구에서 로토루아로 돌아왔는데 바로 숙소로 들어가기가 아쉽다.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잠깐 레드우드숲에 들렀다.


레드우드숲은 로토루아 동쪽에 조성된 숲인데 말 그대로 붉은 나무줄기가 하늘 높이 뻗어나가는 멋진 숲이다. 숲은 당연히 무료인데 나무 위에는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야 하는 나무다리 구조물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 같다. 이 좋은 숲을 슬슬 걸어보기로 한다.


왜 레드우드인지는 걷다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푸른 나뭇잎들은 높이 피어있고 붉은 나무기둥들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생겨난 숲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조성된 숲이라 산책로가 바둑판처럼 직선으로 되어 있어 적당히 걷다 돌아올 수 있다.   


저녁은 오랜만에 피자와 파스타를 먹기로 했다. 이탈리아 분위기가 나도록 꾸며놓은 식당에서 맛있게 먹긴 했는데 상가 입구가 공사 중이라 운전하기 힘든 곳이었다.  


어제와 같은 숙소인데 따로따로 예약했더니 오늘은 신축 숙소가 아닌 좀 낡은 숙소로 방이 바뀌었다. 그래도 딱히 불편할 건 없었다.


테 푸이아와 와이망구 볼캐닉 밸리에서 화산지대의 풍경을 원 없이 본 것 같다. 한 번쯤은 보고 싶었던 키위새를 이런 식으로라도 볼 수 있었던 것, 하카 공연과 온천 지대의 풍경,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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