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이다. 우리에겐 가까운 봉화와 영주의 북부 지역을 80 km 정도로 한 바퀴 달린다. 안 그래도 차량 통행이 적은 지역인데 더 한적한 마을길들을 이용한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서 조금 일찍 출발해야 하니출발지인 봉화역 근처의 일찍 여는 식당을 찾았다. 봉화 읍내에서 일찍 여는 김밥집에서 아침을 해결한다. 돌솥비빔밥은 과하지 않은 아침식사로 딱 좋은 메뉴다.
봉화에서 가장 좋은 시작점인 봉화역에서 출발한다. 주차장이 넉넉하고 화장실이 가깝고 깨끗하다. 경북선 여객 기차가 그리 자주 다니지는 않기 때문에 항상 조용하다. 기차가 도착해도 몇 명 안 되는 사람들이 역에서 나와 마중 나온 차를 타고 빠르게 사라지는 곳이다.
일단 봉화 읍내를 그대로 통과해서 북쪽 입구인 삼계 교차로에서 춘양 방향으로 비티재를 넘는다. 삼계교차로에서 직진해서 915번 도로로 가도 되는 길이지만 이번엔 아직 안 가본 더 한적하고 조용한 길로 조금 더 돌아간다.
비티재 넘으면 나오는 닭실마을을 지난다. 기와집이 많은 안동권씨 집성촌이다. 얼마 전에 봉화 정자들을 돌아보는 코스를 달릴 때도 여기 청암정에 들렀었다.
닭실마을에서 그대로 빠져나가면 조용하고 깨끗한 도로가 나타난다. 계속 길을 따라가다가 개단리에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야 한다.
다시 개단3리에서 약한 고개를 하나 넘어 직진하면 개천을 건너서 삼계교차로에서 올라온 915번 도로와 만난다.
이제 물야 교차로에서 부석 방향으로 가야 한다.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이 지나는 곳이기 때문에 길이 몇 없다. 직진하면 주실령, 서쪽으로는 부석사 가는 길이라 여기는 은근히 자주 지나다니는 듯한 느낌이다.
부석사가 있는 부석면부터는 이제 영주시다.
부석교차로에서 풍기 방향으로 내려간다. 경북의 도로들은 차들은 적고 회전교차로는 많고 신호가 적으니 멈춤 없이 자전거를 타기가 좋다. 부석면은 온통 사과 과수원이고 부석교차로 근처는 사과창고와 사과 가게가 많다.
부석에서 풍기 가는 길은 포장을 막 끝낸 깨끗하고 넓은 길이 이어진다. 길가에 핀 금계국 덕분에 풍경이 심심하지 않다.
이제 소수서원이 있는 순흥면이다. 길이 깨끗하고 언덕이 많지 않으니 쭉쭉 달릴 수 있다. 중간중간 갈림길이 나오는데 일단은 계속 931번 도로를 따라서 풍기로 가면 된다.
한참 장미가 필 때라 노란 금계국 사이로 빨간 장미들이 가득 피어있다.
소수서원과 선비세상을 지나서 조금 더 달리면 인삼시장이 나온다. 인삼시장 마저도 선비골인삼시장이다. 안동과 그 위쪽 지역들은 하나같이 유교와 선비에 관련된 문화재들이 있고 그에 대한 관광을 미는데 문제는 이게 영 재미가 없는 테마라는 것이다. 하회마을 하회별신굿이 재미가 있는 것은 엄격 근엄 진지한 선비를 해학적으로 풍자하기 때문인 것이다.
인삼시장을 지나면 바로 나오는 갈림길에서 동양대 캠퍼스가 있는 잠뱅이재를 넘어 풍기 읍내로 들어갔다.
원래는 이쪽의 유명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 한 것이었는데 하필이면 단체손님이 온다고 손님을 안 받는다. 다른 식당도 있지만 아직 배가 완전히 꺼지지 않아서 간단히 먹기로 한다.
풍기 읍내를 통과해서 카페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으면서 쉰다. 달달하니 칼로리는 그냥 식사와 비슷할 것이다.
풍기에서 차량 통행이 제일 많은 구간은 풍기 읍내의 931번 도로부터 풍기 톨게이트 입구까지다. 부석면부터 한적한 931번 도로를 달렸는데 이 많은 차들이 어디서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오현교차로에서 얼른 안정면 쪽을 빠져나간다.
안정면사무소 앞의 삼거리에서 다시 한적한 길로 빠져나가느라 좌회전한다. 여긴 동네 이름이 안심리다.
직진해도 되는 길이지만 일부러 조금 돌아간다. 언덕 너머 오계리에서 다시 이 길로 돌아올 것이다.
이 정도 넓고 한적한 길이라면 조금 돌아가도 괜찮잖은가.
창진동에서 유턴하듯이 좌회전한다. 리가 아니고 동이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영주시내인 것이다.
다시 안정에서 나온 길과 만났다. 순흥 방향으로 간다.
길 끝에서 좀 더 큰길과 합쳐진다. 그런데 지니님이 멈춰 선다. 신고 다니는 자전거 신발의 고질적인 문제인 밑창 접착이 약해서 하필 지금 떨어졌다. 그동안은 근처 편의점이나 만물점에 들러 접착제를 사다가 해결했는데 여긴 아무것도 없는 동네다. 마냥 멈춰있을 수 없으니 봉화역까지 단축하는 길로 천천히 달리기로 한다. 일단 사거리에서 직진하면 차 없는 마을 길이 이어진다.
감곡리까지 마을길로 계속 직진한 후에 큰길을 잠깐 달리다가 화천리로 빠지면 한적하면서 빠른 길로 봉화역까지 갈 수 있다.
화천리에서도 천변의 깨끗한 도로가 아주 약한 내리막이라 쉽게 달릴 수 있다.
도촌교까지 오면 봉화읍내가 코앞이다.
그런데 항상 도촌교에서 봉화역까지 달리는 길은 너무 길게 느껴진다.
봉화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신발이 떨어지는 바람에 후반부에는 풍경이 좋은데도 빨리 돌아갈 생각 뿐이었다.
봉화와 영주 북부의 한적한 시골길을 이용해서 달렸다. 인구 소멸지역이라는 만큼 사람도 차도 없는 지역인데 도로망이 촘촘하고 포장이 잘 되어 있으니 자전거로 달리기 좋은 지역이다. 다만 사람이 없는 만큼 편의점이나 가게 같은 것도 없기 때문에 오늘처럼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우리의 글을 보면서 경북 지역을 달리려는 사람은 가벼운 마음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