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남도 자전거 여행 3일 차
2025년 6월 8일
오늘은 2박 3일로 계획한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다시 광주로 돌아가야 한다. 목포로 갈까도 생각했지만 목포에서 서울 가는 고속철도의 표를 구하지 못했기에 광주에서 서울 가는 표를 구해두었다. 광주에서 고속철도를 탈 때는 목포에서 출발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열차가 비어있고 정차 시간에 여유가 있어야 자전거를 싣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차표를 예매하고 돌아가는 경로는 강진으로 갈 때와 최대한 다르게 짜보려고 했는데 하필 고속도로 공사 구간을 지나야 한다. 일단 공사구간까지 가서 걸어서 지나가든 우회해 가던지 하기로 하고 출발한다.
출발하기 전에 강진 터미널 근처에서 아침을 먹기로 한다. 중간중간 보급은 할 수 있어도 식사하기는 애매한 경로이기 때문에 아침을 든든히 먹어둬야 한다.
연휴라서 그런지 원래 가려고 했던 식당이 단체 예약으로 꽉 차버렸다. 근처에 문을 연 분식집이라도 가서 배를 채운다.
강진의 북동쪽으로 들어왔으니 갈 때는 북서쪽으로 나간다. 돌아가는 길도 13번 국도를 최대한 피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흥암교차로에서 명산리를 거쳐 학동저수지에서 827번 도로로 오갈재를 넘어야 한다. 미리 경로를 봐둬야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일단 학동저수지까지 잘 왔다. 이틀 전에 강진으로 가면서 달렸던 827번 도로와 다시 만나는데 풍경이 기억이 안 난다.
여기서 오갈재를 넘으면 13번 국도 밑으로 굴다리가 있다. 문제의 쌍정제 구간을 이렇게 돌아가려고 하는데...
여기가 고속도로 공사 구간이다. 마을길이 완전히 망가지고 중간이 끊겨있다.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벗어난다.
마을 쪽으로 새로 난 도로가 있다. 이제 다시 자전거를 탄다. 지금은 길도 안 좋고 힘들지만 고속도로 공사가 끝나면 훨씬 달리기 좋은 코스가 되어 있을 것이다.
쌍정제 동쪽 길 옆에 등나무 벤치가 있어서 잠시 쉬어간다. 옆에 주차된 차에서 아주머니 아저씨가 나와서 옆에 빈 터에 돗자리를 깔고 먹을 걸 꺼내다가 몸에 좋은 거라고 하면서 매실차를 한 잔씩 주신다. 감사히 마신다.
다시 출발해서 노송교차로를 지나 여운재를 올라간다.
여운재는 그렇게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길이다.
여운재에서 월출산과 영암 읍내가 보인다. 바로 앞에는 문제의 고속도로 공사판이 이어진다.
여운재 정상이다. 내려가면 여운재 터널에서 나온 819번 도로로 합쳐진다.
819번 지방도는 또 다른 큰 도로인 23번 국도와 용흥삼거리에서 합쳐진다.
일단은 오봉교차로까지 23번 국도를 달려야 한다.
이제 나주시 세지면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차량 통행이 많지 않고 갓길이 넓어서 옆에 간선도로가 있지만 그대로 덕고개를 넘어 달린다.
오봉교차로에서 세지면 읍내로 들어간다. 아무래도 23번 도로를 계속 달리면 나주에 가까워질수록 차량 통행이 많아질 것 같다.
아까 넘어온 덕고개의 이름을 딴 건지 덕고개 가든이 있다.
세지면 읍내의 버스 정류장에 편의점이 있어 쉬어가기로 한다. 이제 날씨가 꽤 더워졌다.
여기서 영산포까지는 마을길로 달릴 수 있다. 천변길은 비포장일 것 같으니 마을길 위주로 달린다.
영산포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제 영산강 자전거길로 가면 된다. 그저께는 영산대교로 건너왔는데 차들이 많고 보행로가 좁은 길이다. 이번에는 자전거들이 건널 때 이용하는 영산교로 넘어간다.
나주 시내에는 영산대교 외에도 두 개의 대교가 있는데 수수한 것이 나주대교, 주탑도 두 개 있고 밤에 화려한 것이 빛가람대교다. 빛가람대교를 지나 나주대교 쪽 자전거길을 이용해서 나주시내로 들어간다. 슬슬 점심을 먹어야겠다.
다시 금성관 앞의 나주곰탕집으로 간다.
똑같은 곰탕을 여행 중에 두 번 먹긴 하는데 나주에 왔으니 두 번은 먹어줘야 아쉽지 않다.
그저께 왔던 길을 이용해서 광주송정역으로 돌아간다. 중간에 자전거다리인 송현교를 건너서 우회전하고 뒤를 돌아보니 지니님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려서 잡아오느라 혼났다.
승촌보를 지나서 자전거길을 최대한 타보려고 했는데 낡아빠진 길이 달리기가 쉽지 않다.
지전거도로로 갈 수가 없어서 다시 뚝방길로 빠져나온다. 자전거는 자전거 전용 도로를 이용해 주세요라고 쓰인 표지판도 다 낡아빠졌다.
이제 광주송정역에 거의 다 왔다. 자전거길이 어떤지 알고 있으니 내려가지 않고 뚝방길을 이용해서 광주송정역으로 가는 다리인 송정교까지 달린다.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는데 예약한 열차 시간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 카페에 가서 시원하게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다가 열차를 타고 빠르게 돌아온다. 연휴라 승용차로 이동하면 정체가 심했을 텐데 기차로 집에 금방 도착하니 좋긴 하지만 자전거를 기차에 싣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 접이식 미니벨로를 들이기 전까지 당분간 기차를 이용한 자전거 여행은 하지 않기로 한다.
이렇게 2박 3일 동안의 남도 자전거 여행이 끝났다. 광주에서 강진으로 갈 때와 돌아올 때의 경로가 대동소이한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전라남도는 특히나 우회길을 만들기 어려운 구간들이 많다. 하루 정도 시간이 더 있었다면 장흥이나 해남 방면으로 좀 더 돌아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들지만 강진만을 한 바퀴 도는 둘째 날의 코스는 나름 유명한 바닷길 코스인 남해 인코스보다도 멋진 코스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