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Nov 19. 2015

하와이 자전거 여행 1일 차 - 하와이 도착

2014년 8월 29일  - 하와이 도착

하와이 오아후와 마우이로 자전거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하와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오아후와 마우이라는 이름 자체도 생소할 것이다. 하와이는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중에 가장 큰 도시인 호놀룰루가 있는 섬이 오아후다. 실제로 가장 큰 섬은 하와이의 이름이 붙은 하와이 섬이지만 하와이 인구의 80%는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 섬에 산다. 하와이 섬과 하와이 주를 헷갈리지 않도록 하와이 섬은 보통 애칭인 빅아일랜드라고 부른다.

하와이는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만큼 같은 나라인 미국 본토에서도 가기가 쉽지 않지만 4면이 막혀있는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곳 중에서는 그나마 가까운 편에 속한다. 하와이까지 가서 자전거를 탄다니, 자전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하와이 오아후 자전거 여행은 해외 자전거 여행을 해보고 싶은 해외 자전거 여행 입문자에게 강추할 만하다.


하와이 오아후 자전거 여행의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1. 우리나라에서 직항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시간도 크게 절약되고 자전거 짐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도착한다.

2. 영어 문화권이라 의사소통이 쉬운 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언어 장벽이 낮은 편이다.

3. 사시사철 기후가 따듯하다. 완전한 해양성 기후인데 생각보다 건조하기 때문에 여름에도 크게 덥지 않고 겨울에도 따듯해서 자전거 타기에 좋은 기후다.

4. 오아후는 큰 산이 없다. 가파르고 긴 언덕이 없기 때문에 초보 자전거 여행자에게 좋다.

5. 경치는 물론이고 즐길거리가 많다. 단순하게 섬을 한 바퀴 자전거 타고 도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즐길 거리가 넘친다.


이제 자전거 타기가 너무 좋은 지상 낙원 하와이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2014년 8월 29일

인천 공항 출발 - 하와이 호놀룰루 도착


한참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드디어 하와이로 출발하는 시간이 되었다.

늦은 오후에 공항버스를 탔더니 퇴근시간과 맞물리면서 예상보다 늦게 공항에 도착했다. 쉴 틈 없이 체크인하고 자전거를 대형화물로 보내려는데... 아뿔싸! 지갑이 없어졌다. 버스에서 지갑을 손에 든 채로 잠들면서 떨어뜨렸나 보다. 허겁지겁 버스 정류장으로 가보니, 다행히 공항버스 직원께서 지갑은 잘 보관하고 계셔서 무사히 지갑을 찾고 간신히 밤 9시 호놀룰루행 비행기에 올랐다.


8시간 조금 넘게 비행을 해서 하와이에는 오전 10시쯤 도착했다. 동아시아 구석의 우리나라에서 외국 어디를 가려해도 비행기로 한참이 걸리는데 8시간이면 아주 가까운 편이다. 더군다나 저녁 출발 아침 도착이라니 더욱 좋지 아니한가?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으로 들어가는데 푸른 하늘 아래 호놀룰루 공항 창 밖으로 우리를 태워준 비행기가 보인다. 비행기가 그리 흔들리지도 않았는데 8시간 동안 안전벨트 램프를 절대 안 꺼주었다.


자전거 두 대를 하와이까지 옮겨야 하는데 박스 포장을 해결하기가 힘들어서 완충 비닐로 포장해보았다. 외국의 공항 래핑 서비스에서 두껍고 튼튼한 비닐로 자전거를 포장해서 보내기도 하길래 시도해보았는데...  다음부터는 절대로 박스 포장할 것이다. 항공사에서도 박스 포장이 안 되어 있어서 싫어하고 아무래도 튼튼한 박스 포장보다 안전하지 않기에 자전거가 망가질까 불안하다.   


그래도 다행히 망가진 곳 없이 무사히 도착한 우리 자전거들... 흰둥이와 검둥이다. 출발 전에 이틀 동안 청소했더니 아주 반짝반짝하다. 들여올 때 쓴 완충재는 나중에 다시 써야 할  듯해서 숙소에 보관한다.


미리 예약해놓은 픽업차가 도착해서 자전거를 싣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숙소가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픽업 서비스보다 콜밴 택시가 오히려 저렴하고 이용하기 편한데 초행길에  아무것도 몰랐다.



픽업차는 우리 외에도 다른 커플을 한 팀 더 태우고 출발한다. 드디어, 와이키키 입성!

실은 와이키키에 오지 않아도 되지만 픽업차에 함께 탄 커플이 와이키키 쪽 호텔로 가야 했기에 조금 돌아서 호텔에 들렀다가 숙소에 도착한다.



와이키키는 일방통행 도로가 많고 관광객들의 차량으로 항상 붐빈다. 픽업차 기사님 얘기로는 마침 노동절 연휴 시즌이라  더욱더 붐빈다고 한다.


예약해둔 숙소는 와이키키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한인민박이다. 저렴한 가격과 깨끗한 시설로 만족스럽게 묵었다. 혹시라도 잠자리가 불편할까 봐 주인아저씨께서 여분의 침구를 옮기고 계신다. 이번 여행 내내 묵지는 않았지만 친절한 주인아저씨 덕분에 출발과 종착지로서 베이스캠프 삼았던 곳이다. 자전거 일주 여행을 하는 동안에 쓰지 않는 짐도 맡아주시고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집 마당에는 손님과 불청객을 귀신같이 알아보는 똑똑한 개 모녀가 있다. 주인아저씨와 함께 와서 개들한테 인사하면 반겨주는 순둥이들이지만 이런 절차 없이 무단으로 들어오는 사람에겐 무서운 맹수로 변한다. 흰둥이가 어미인데 많이 늙었다.  


슬슬 점심시간이니 짐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가서 산책해보기로 한다. 슬슬 걸어보자... 고 했는데... 가까운 줄 알았던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도, 와이키키 해변도 숙소에서 걸어서 가기에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한참 걷다 보니 허기가 진다.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가기 전 월마트에 들러서, L&L 드라이브인이란 식당에서 하와이안 바비큐 믹스를 한 그릇 먹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L&L 드라이브인은 하와이 여기저기에 있는 체인점으로 하와이에서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한 곳이라고 한다.


일회용 그릇 안에 소, 돼지, 닭고기를 모두 한 조각씩 그리고, 밑에 양배추와 마카로니 조금에 밥 한 공기 정도... 밥과 고기가 있는데 야채나 상큼한 것은 전혀 없는 정말 미국 하와이식 음식이다. 하와이도 더운 바닷가라 그런지 음식들은 전체적으로 좀 짜긴 한데 맛있다. 한국에서 온 교포들로부터 한국식 갈비양념이 전파되어서 바베큐에 쓰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하와이안 바비큐 양념이 되었다고 한다. 갈비 양념이니 내 입에 잘 맞을 수밖에 없다.



월마트에서 조금 더 걸어가서 드디어 알라모아나 쇼핑센터에 도착한다. 쇼핑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간단히 둘러보는데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다. 이곳이 중심가인지 상가 앞 도로에는 버스 정류장이 있고 많은 버스들이 지나간다.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4층 푸드코트에 올라갔더니 저 멀리 알라모아나 비치파크가 보인다. 바닷가의 꼬챙이 같은 것들은 모두 보트 돛대다. 하늘이 저리도 푸른데 태평양 바다는 더욱더 푸르다.



쇼핑센터를 벗어나 알라모아나 비치파크를 향해 가본다. 푸른 하늘 아래 야자나무와 맑은 바닷물...  이것이 바로 하와이!


이곳은 알라모아나 비치파크의 매직아일랜드다. 이름은 매직이지만 대단한 시설이 들어선 것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하와이의 해변이다.



매직아일랜드에서 본 보트 선착장이다. 알라와이 보트 항구라 하는데 정말 보트들이 많다.


다시 걸어서 알라와이 항구를 지나서 힐튼 리조트 앞의 듀크 카하나모쿠 라군 쪽으로 간다. 그냥 바닷가에 최대한 붙어서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이 지점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이어지는 가장 끝부분이라 할 수 있다.



듀크 카하나모쿠 라군은 아름다운 곳이지만 사람으로 붐비는 곳이라 그런지 물이 맑지는 않다. 뭔가 탁하고 뿌연 부유물들이 많다.



라군을 지나면 카하나모쿠 비치가 이어진다.  



이곳 해변에서는 일몰 관광을 할 수 있는 요트가 출항 준비 중이다. 슬슬 해가 저물 때가 되어가는 건가?

저 멀리 해변 뒤로 보이는 산은 다이아몬드헤드라는 관광 명소다.


여러 고급 호텔과 리조트들이 해변을 따라 줄지어 있지만 호텔 앞 해변의 출입을 막아놓지는 않기 때문에 보드웍을 이용해서 바다에 바짝 붙어서 걸어갈 수 있다.



바다에 바짝 붙어서 걸어가니 이따금씩 파도가 거칠게 부딪쳐서 깜짝 놀라기도 한다.



아까부터 계속 걷기만 한다. 한참 걷다 보니 목도 마르고 좀 쉬고 싶다. 정한 것은 아니지만 지나가다가 빈자리가 보인 로열 하와이안 호텔 건물의 비치바에서 좀 쉬어가기로 한다. 이 로열 하와이안 호텔은 건물의 색깔 때문에 "핑크 팰리스"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하와이의 5성급 리조트다.


생맥주와 칵테일의 가격 차이가 없다면 칵테일을 마셔봐야겠다. 하와이의 늦은 오후니까 칵테일이 가장 어울릴 시간이지 않은가.

 

지니님이 주문한 Royal Mai Tai


나는 달달한 게 좋아서 Melons gone wild


칵테일을 마시면서 즐기는 하와이의 해 저무는 풍경도 한 폭의 그림 같다. 슬슬 와이키키의 첫 일몰을 보러 가야겠다.   


태평양 한가운데, 지구상에서 가장 맑은 하늘과 멋진 구름이 환상적인 일몰을 보여준다.


일몰을 배경으로 웨딩 사진을 찍는 커플도 보인다. 곧 해가 저물테니 한 컷이라도 더 찍으려고 엄청 분주하다.


우리도 사진을 찍어야지. 일몰을 배경으로 지니님의 점프샷


해가 완전히 저물면 이제 와이키키의 밤거리가 펼쳐진다. 밤이 되어도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저녁식사는 치즈버거 인 파라다이스에서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과연 식당 이름처럼 맛있는 치즈버거를 먹을 수 있을 것인가?


좀 찌그러진 그리 크지 않은 버거와 구운 파인애플 그리고 살짝 찌든 듯한 감자튀김...

먹을 만했지만 워낙 맛있는 햄버거 집들이 많다 보니 여기가 특별한 맛집은 아니었다. 예전에 워싱턴에서 먹었던 푸짐한 햄버거를 생각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다.


하루 종일 걸었으니 숙소로 돌아갈 때는 버스를 타기로 한다. 나는 처음 가는 곳에서도 버스 타는 데에 망설임이 없어서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온 13번 버스에 훌쩍 올라타니 지니님이 놀란다. 물론 버스를 제대로 타고 목적지인 하와이 대학에 제대로 내려서 두 블록 정도 걸어서 숙소에 도착한다.


숙소에 와보니 다른 투숙객들도 있다. 가족이 전부 함께 여행을 온 모양이다. 내일은 아침부터 해야 할 것이 많으니 가볍게 인사만 나눈 후에 씻고 정신없이 골아떨어진다. 지갑도 잃어버리고 하루 종일 걸어 다닌 힘든 하루였지만 그만큼 하와이와의 첫 만남에 듬뿍 취해 있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