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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 Nov 23. 2023

엄마 몰래 걷기 시작한 둘째

알아서 척척 자라는 둘째 이나희

첫째 아이 때는 집에 눌러앉아 아이의 성장과 매일매일의 변화들을 내 눈으로 직접 기록하고 어여뻐해 주고 가족들에게 이 사소하지만 기쁜 소식들을 알리곤 했는데, 일을 시작하니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덕분에 둘째 아이의 양육은 내가 이렇다 할 노력을 해 볼 새도 없이 너무 쉽게 흘러가고 있다.

장수풍뎅이 머리를 한 나희, 바빠서 머리도 못 묶고 등원할 때가 많다



나희가 혼자 다섯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될 동안 나는 그녀의 시도와 노력들을 몰랐다. 아이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서 걸어보고 또 넘어지고 했던 작은 노력의 시간 동안 일하는 엄마는 그녀 옆에 없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아빠 대신에 나희를 등원시키러 어린이집에 갔는데 담임 선생님이 나희가 이제 혼자 다섯 걸음 정도 걷는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남편에게도 물어보니 나희가 조금씩 혼자 걷는단다. 나는 아침에 나희의 등원준비를 돕고, 또 퇴근 후엔 부랴부랴 씻기고 재우고 하는 통에 그녀의 성장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이 소식에 기쁘면서도 이를 뒤늦게 알았다는 속상함에 기분이 묘했다.


나희의 돌잔치 때 리본공주님


아무리 아이들은 알아서 자란다지만 아이의 성장을 어린이집 선생님 덕분에 알게 된 것은 조금 속상했다. 그럼에도 둘째 나희가 정말 대견하다. 언니에게 억울하게 당하고 또 바쁜 엄마가 쌩 하고 집을 나서버려서 속상할 때도 있지만 항상 밝고 기분 좋은 미소로 하루를 보낸다. 엄마랑 둘이 있는 시간은 많이 없지만 여러 가족들 손을 타며 복작복작 대가족의 분위기에서 자라나는 것 또한 둘째 나희에게 좋은 일이다. 그녀가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지, 기억은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의식 저편에 따뜻하고 좋은 기억으로만 남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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