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우리 기도 할까?"
어제는 자려고 누워있는데 서빈이가 기도를 하자고 그랬다.
"오늘은 그럼 서빈이가 해 봐."
"알겠어.
음~ 오늘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놀아서 감사합니다.
오늘 나희하고 엄마하고 아빠하고 할머니하고 놀아서 감사합니다.
또 감기에 안 걸려서 감사합니다.
다 했어! "
서빈이에게 감사기도를 시키니 내가 했던 내용을 참고해서 제법 그럴듯하게 해낸다.
우리 엄마도 나 어렸을 적에 잠이 들 때면 머리맡에 앉아 내 손을 잡고 기도를 해주시곤 했다. 엄마의 기도에 나는 왜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어떠한 대상을 위해 진심 어린 기도를 해준다는 사실이, 누군가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나를 벅차오르게 했던 것 같다. 나는 그때의 느낌이 참 좋아서, 아이에게 종교를 정해주지는 않았지만 기도라는 형식을 통해서 사랑의 표현을 종종 한다. 오늘 하루 감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으면 해서 기도 앞에 감사를 붙여 '감사기도'라고 정했다.
감사하는 습관이나 불평하는 습관은 뇌 운동의 영역이어서 어떤 사고회로로 훈련하는가에 따라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도 '부정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긍정의 사고와 부정의 사고는 그 회로 자체가 다르다고 하는데, 한번 활성화된 회로는 습관화되고 고착화되어서 바꾸기 어렵다고도 한다. 그러기에 작은 것부터 감사해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뇌운동'이 필요하다.
서빈이에게 이 모든 배경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감사기도를 하며 서빈이의 긍정적인 사고회로가 잘 훈련되어 '긍정적인 사람'으로 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더 나아가 살면서 어떠한 위기나 두려움이 닥쳤을 때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너무 거창할까. 나도 참. 고작 일분도 안 되는 기도시간으로 많은 것을 바라고 있구나 싶다.
이런 나의 속마음은 깊은 곳에 잘 숨겨둬야겠다. 지금은 그저 명랑하고 행복하게, 하루의 감사했던 것을 미주알고주알 쫑알대는 것. 그것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