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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원영 Jan 01. 2022

2022년 30살이 바라본, 20대 회고

힘차게 달려본 20대

누가 좇아오기라도 했는지, 이제 서른이 된 지금. 뒤를 돌아보니 뭐가 급하다고 살아온 나의 모습에 아쉬운 게 적지 않다. 대학에 입학한 직후부터 어떤 형태로든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이른 시기에 바쁘게 살아왔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누군가 그렇게 살아서 만족하는 삶이었냐고 물어본다면, 여유를 덜 챙긴 내게 아쉬움은 있긴 해도... 그렇다고 답하지 않을까 싶다.

이 감정을 기록해두기 위해 회고록을 남겨본다.


학교 대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2012년 8월부터 MSP라고 불리는 한 프로그램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다양한 사회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17살부터 기술 블로거를 꿈꾸던 학생의 신분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 회사에서 기술 마케팅을 직접 경험해보고, Windows의 출시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보는 것. 그것은 학교에서 듣는 수업보다 더 재미있었고 그 당시, 내가 더 하고 싶었던 것들이었다.


복학, 그리고 창업 시도

그것들을 일보다는 재미로 느꼈고, 그 덕분이었는지 회사에서는 2014년 초까지 계속해서 점점 더 좋은 기회를 주었다. 허나 아쉽게도 군대를 다녀와야 했기 때문에 약 2년에 준하는 기간 사회와 조금 떨어져 있다가 복학을 하게 되었다. 일찍이 시작한 사회생활과 좋은 아저씨들이 곁에 계셔준 덕분에 복학과 동시에 AI + NFT + 3D가 융합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서비스 회사를 2016년에 함께 시작해볼 수 있었다.

2년 정도 서비스 출시를 시도했지만 개인적으로 경험, 능력, 판단력, 그리고 열정까지 모두가 부족했던 탓인지 운도 잘 따라주지 않았다. 멘탈이 많이 약해지고 조급해진 나는 26살에 졸업을 준비, 제안받은 회사들과 면접을 보는 구직자가 되었다.


마지막 29살, 1년, 3개의 회사.

그렇게 입사한 하이퍼커넥트에서는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프로덕트 매니지먼트를 직접 수행해볼 있었는데, 백만 명이 넘게 사용하게 된 머신러닝 기반의 글로벌 신규 앱을 출시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 허나, 개인적으로는 아쉽게도 그 회사의 메인 서비스 팀으로 이동을 하게 되어 다른 기회를 찾아 지금까지 가장 사랑하는 회사인 뱅크샐러드에 입사하게 됐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고자 하는 미션에 반해 합류한 뱅크샐러드에서는 데이터 애널리스트로 시작해, 프로덕트오너로 제품 팀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게 됐는데, 테크와 금융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나(문맹)를 교육시켜 주고 세계 최고의 선진 기술, 리더십, 전략적 사고 등 삶을 가르쳐 준 가장 감사한 회사이다. 회사가 가장 빠르게 J 커브를 그려내는 때에 가장 좋은 기회와 동료를 만나게 돼 너무 영광이었다. 너무 바빴지만 그래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부족한 나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뱅크샐러드에는 워낙 좋은 동료가 많았기에 그런 환경에서 오는 새로운 공간과 문화에 대한 동경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한 동경이 점점 커지는 때에 원하던 업계의 최상위 회사들에서 올해 오퍼를 받아 이직하게 되었다. 몇 개의 회사 중 선택한 회사가 과거에 A.T.Kearney로 불리던 Kearney다.

Kearney는 글로벌 경영/운영 컨설팅 펌으로 유명한 회사 중 하나인데 글로벌 탑티어 대기업들의 전략을 함께 고민하고 비즈니스의 실행을 실무진들과 함께 집도해볼 수 있다는 기대가 매우 컸다. 하지만 아쉽게도 꿈과 이상은 달랐다. 팀 내 나의 한계점회사의 상황을 빠르게 인지하고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회사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회사의 상황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퇴사 희망 notice부터 실제 퇴사까지 약 3개월이 걸렸다. 그 기간 아쉬운 것도 많았지만 나름 배운 것도 많기에, 그래도 딱히 실패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카카오페이는 아마 작년부터 서로를 알아보는 기간을 거친 회사인데, 우리나라에서 이 회사 없이 소비자 금융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주는 회사 중 하나이다. PM으로서 이런 회사에서 더 나은 혁신을 만들어나갈 기회를 만났다.


20대의 마지막인 29살에, 3개의 회사를 다니다니.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내 삶의 활력소.

운동, 개인의 삶

조금은 빠른 시기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만 욕심을 부리다 보니 몸이 건강해질 수 있는 취미가 비교적 적었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회사를 다닐 때엔 운동을 다녔지만, 그것도 코칭을 받으면서 한 운동은 아니어서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단순히 건강이라는 목적을 넘어, 삶의 활력까지 채워줄 수 있는 운동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2020년부터는 공을 주고받으며 상대방을 알아가는 스포츠, 테니스를 1년이 조금 부족한 기간 배웠다. 친한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며 배우고, 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했던 테니스는 이직을 하게 되며 잠깐 라켓을 내려두게 됐지만, 20대에 배운 것 중에 값진 것 하나로 꼽고 싶다.

2021년에는 여러 개인적인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건강이 조금 안 좋아졌는데, “내가 이렇게 살아서 뭐하냐 일찍 죽으면 무쓸모인데”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고, PT를 시작했다. 테니스를 다시 시작해볼 수도 있었지만, 살이 빠지면서 힘이 없어지는 나의 모습에 현타가 오기도 했고 혼자 헬스장을 다녔던 나의 모습이 갑자기 초라해져 더 잘 배워보고 싶었다. 어느새 반년이 넘었고, 아주 건강한 지표로 매월 1kg 이상씩 증량 중이다.


이제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여행, 그리고 사진

17살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적지만 행복한 이웃들을 만나게 된 건, 직접 사진을 촬영해 제품들의 특징들을 잘 설명하고 소통했던 것이 한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가진 취미가 카메라, 사진 촬영인데 사실 20살 넘어서는 이 취미를 여행에 접목시켰던 것 같다. 갑자기 검색어에 걸리지 않는 블로그로 찍혔고 그 이후로 네이버 블로그 하기는 어려웠으니까.

Arc de Triomphe, Paris. Island of Saint Giorgio Maggiore, Venezia

21살부터 벌어둔 귀여운 급여로 해외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Unsplash라는 copyleft 고품질 이미지 공유 사이트에 내 사진들을 몇 개 올렸다. 운이 좋게도 블로그 활동을 통해 받았던 대중의 관심, 그리고 에너지를 Unsplash에서 받을 수 있어서 짧지만 행복한 경험이었다. (즉, 요즘은 사진 올려도 에디터의 큐레이션에 포함되지 못한다는 슬픔)

학교를 다니면서 운이 닿아 무료로 프랑스 파리와 릴을 오가며 로보틱스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그 이전만 해도 냄새나는 파리라는 생각으로 한 번밖에 안 갔던 곳이지만, 친구들을 만난 이후로 매년 프랑스로 여행을 나갔다. 나는 그렇게 여행에 진하게 빠져들었다.

20대 마지막 해외 여행지도 프랑스 남부 - 마르세유였는데, 2020년 1월 1일에 입국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직후에 COVID-19 바이러스로 아직까지 해외여행을 못 나가고 있으니까. 나의 마지막 20대가 이렇게 허무하게 흘러 지나갔다. (활력소 섹션인데 왜 마무리가 슬픈지)


소심하게, 부캐

옛날 같았으면 이런 블로그를 통해서 나 혹은 나의 취미를 표현한다거나, 더 적극적으로는 유튜브를 통해서 표현해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젠 용기가 안 난다. 어차피 취미로 할 거면서 왜 용기를 찾으려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은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커리어를 들어주고 코칭해주는 것이 나름 흥미가 생겼다. 원래도 캐주얼하게 진행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강의도 해보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받아서 한번 재미있는 일을 벌여보고 있다.


이렇게 벌써 30살의 3시가 되었다.

20살에 나의 20대는 상상도 못 했는데, 30대는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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