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자유여행
중국 본토에 대한 무지로, 중국은 한국보다 더 살기 불편한 나라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1. 대중질서
2. 시민 청결도와 체취 (?)
3. 중국 음식 재료, 향신료
4. 한문 특유에서 비롯한 디자인, 감성
위 4가지를 포함한 여러 오만했던 편견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음료를 제외하고는 길거리에서 씹어먹는 음식을 먹거나 들고 있지 않는 편이다. 길거리에서 어쩌다 시민들이 줄을 서서 무언갈 사들고 먹으며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는데, 짝꿍이 그걸 보고 바오즈라고 이야기해 주더라. 저런 간단한 음식을 사서 먹으며 출근하는 문화가 있다고.
내 첫인상으로는, 그냥 한국에서의 왕만두/왕찐빵 가게 같았다. 솔직히 과거 홍콩에서의 스트릿푸드
경험이 너무 쉽지 않았기 때문에, 먹어보고 영 아니면 버리자(?)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난 소심하게 야채(부추 버섯) 빠오즈를, 짝꿍은 고기 빠오즈를 한 개씩 주문했다. 개당 천 원 정도밖에 하지 않았던 기억이다.
아니 근데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맛있어?
한 입만 먹고 버리려던 나의 계획은 완전 철회, 한국 왕만두/찐빵 가게와 비교한 나 자신. 부끄럽고 중국에 미안하다. 길거리 찐빵(?)의 만듦새도 생각보다 너무 좋았고, 가격은 저렴하고, 서빙 속도도 빨랐는데, 맛은 한국의 그것보다 훨씬 높았다. 게다가 매장 외부 디자인만 보아도, 한국의 왕만두 매장보다 디자인 감성이 좋아 보인다.
길거리에 서서 음식을 먹었던 기억, 그리고 길거리에서 먹은 첫 중국다운 음식이 너무도 맛있던 첫 번째 충격.
손잡이까지 적극 활용하는 중국의 지하철 광고. 한국은 시선이 향하는 디지털 스크린에 노출하고 있는데, 중국은 손잡이에 광고를 배치하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 특성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
내 짝꿍은 중문을 전공하기도 했지만, 조선사를 전공하기도 했다. 상하이에 온 한국인으로서 너무 자랑스럽다. 그 기념(?)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방문하기로 했다. 예원은 가지 않기로 함. 포기.
왜냐면 짝꿍은 지금은 아예 다른 업을 하지만, 한때 대한민국 임시정부 재단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전문가 - 사실상 오늘의 내 개인 도슨트이시다.
투어 없이도 짝꿍이 내게 간단히 종종 설명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의미가 있었는데, 내부에 역사를 설명한 내용들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기념 사업회에서 직접적인 퇴고를 전혀 할 수 없다는 점에 아쉬움이 남았다. 상하이 - 그들의 땅에 있기 때문에, 그들의 정책에 따라 내부 사진을 찍지 못한다는 점도 아쉬웠다.
다만, 이런 유적을 보존해 주고 저렴한 가격에 관람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점에서 그래도 조금은 감사할 따름.
처음 들었을 땐 상해에선 "신천지"가 유명하다고 해서, 엥? 무슨 소리야?라고 되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냥 상해의 거리 이름일 뿐이다.
내 느낌으로는 한남동, 이태원동 느낌이다. 다만, 규모감으로 보았을 때 훨씬 크고 공원이 곁들여진.
나의 편견 중 하나에 중국은 한국보다, 싱가포르, 홍콩보다 촌스러운 도시라는 것이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들은 생각보다 더 고급스럽고, 세련되었고 규모감도 더 컸다. 두 번째 충격을 받으며, 상하이는 세계적인 멋진 도시라는 것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브랜드로 보았을 때 나의 favourite. 적당한 위트, 그리고 절제, 럭셔리.
TOM FORD가 이렇게 단독 매장으로 있는데 둘러보지 않을 수 없지.
디지털 사이니지에 익숙한 이미지가 보였다. NEROLI PORTOFINO, 그리고 금박 라벨.
3년 전쯤 단종되었고 미리 쟁여두고 하나씩 꺼내 쓰고 있던 네롤리 포르토피노 포르테가 부활하나 기다렸는데, 상하이 톰포드 매장에서 비슷한 걸 발견한 것. 약간은 다른 이름으로, 네롤리 포르토피노 퍼퓸이었다.
테스트 결과, 퍼퓸 모델은 단종된 포르테 모델 특유의 알싸한 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50ml 모델이 약 40만 원을 상회하기도 하는데, 만족스럽지도 못하다니. 아쉬웠다.
4가지 향을 모두 경험한 나는 네롤리 포르토피노 라인을 이렇게 정리하겠다.
(단종) 포르테 EDP >> PARFUME > EDP >> AQUA EDT
프렌치 브런치를 먹고 싶던 우리는, 미리 알아보고 POLUX라는 매장을 찾았다. 생각보다 구석에 위치했고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위치만 알면 쉽게 알 수 있는 매장 비주얼이었다.
이 매장의 오너도 어디선가 미슐랭 1 스타 셰프라던 것 같다.
이때부터 생각했다. "상하이에선 일단 커피를 마시면 안 되겠다. 차를 마시자"
커피 맛이 왜 이렇지? 과장을 좀 보태면 10년 전 뷔페식 레스토랑에 비치된 커피머신에서 라떼를 추출해 먹는 것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느낌이었다.
식전빵으로 바게트는 무료로 제공되었으며, 버터 같이 생긴 꽤나 짭짤한 간장버터크림을 발라 먹도록 소스를 제공해 준다.
먼저 크로크마담과 데빌드에그를 주문했는데, 크로크무슈와 크로크마담의 가격 차이는 없었다.
크로크마담은 크로크무슈에 수란을 올려준다는 점이 차이랄까? 110위안, 2만 원 정도.
짭짤하고, 정석적인 크리스피한 토스트 식감. 느끼함을 잡아줄 상큼한 양상추 샐러드를 제공해 준다. 이 샐러드와 크로크무슈를 함께 먹는 궁합이 참 좋았다.
데빌드에그는 에그 미모사 마마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었고, 참치 샐러드와 반숙 계란, 그리고 토마토와 허브를 올려 서빙된다.
개인적으로 요건 좀 애매했다. 80위안, 1.6만 원 정도.
그리고 인생 최고의 프렌치토스트.
앞선 2개 디쉬를 해치울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플레이트도 전부 정리한 이후에 적절한 타이밍에 프렌치토스트를 따뜻하게 서빙받을 수 있었다.
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버터와 연유를 잘 흡수시킨 도톰한 토스트는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리고 카라멜화된 표면의 설탕은 잠시나마 행복을 가져다주는 맛이었다. 되돌아보면 많이 달콤했지만, 그래도 몽글몽글한 식감과 더불어 달콤한 맛은 꼭 먹어보고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토스트는 좀 비싼 느낌이었다. 아마 90위안 정도로 기억, 약 1.8만 원 정도. 그래도 이 맛을 생각하면, 꼭 먹어보아야 한다.
이 매장에서는 특이하게 영수증을 인쇄해 주고, 그곳에 인쇄된 위챗/알리페이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해야 했는데 여기서 카카오페이로 결제에 실패했다.
이에 결제 머신으로 다시 한번 내 카카오페이 QR코드를 스캔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결제에 성공했다.
오프라인 결제는 한 번의 실패가 치명적인 심리적 허들을 만든다. 오프라인 결제 경험을 혁신하고 싶다면, 일반적인 가맹점 결제는 기본적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어디서든 간편결제 경험에 있어서 사용자의 불안감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
참고로 알리페이를 통한 QR결제는 성공률은 말할 것도 없고 QR 인식 속도 또한 국내 어떤 결제 서비스의 스캐너보다 체감 2배 이상 빨라, 전혀 뒷사람의 기다림이 부담스럽지 않다. 또한, 스캐너에 QR이 다소 작게 보인다면 해당 영역을 자동으로 Zoom-in 하는 UX까지 있더라. 이러한 기술 수준, 고민 깊이의 차이에서도 중국의 수준이 상상 이상으로 높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달까?
상해 인민광장으로 가는 길에, 야외 자동차 AI 박람회가 열리고 있어 담장 너머 눈을 돌려보았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내 눈길을 가져간 것은 테슬라 사이버트럭.
처음 온라인으로 소식을 접했던 때엔 이 디자인이 상용 자동차의 디자인인가 싶었는데, 실물로도 그런 충격을 자아냈다. 아쉬운 점은 아무도 실제 탑승경험을 해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씨챠라고 불리는, 헤이티. 그렇게 오래된 브랜드는 아닌 것 같은데 중국 내 인기는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중국 번호의 휴대전화가 있었다면 원격 앱 주문을 해둘 수 있었겠지만 나는 아쉽게도 현장 웨이팅, 픽업만 가능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알리페이 앱 內 미니프로그램을 통해 주문할 수도 있던 듯)
대략 어떤 매장에서도 주문 후 20분 정도의 웨이팅은 했던 것 같다.
커피를 마시고 불평했던 나, 차 마시고 불평을 덜어낼 수 있었다. 한 잔에 3천원 안팎.
최근 한국에서는 압구정에 출점한 듯. 가격은 2배라더라. (이 가격에 먹은 이상 그 정도 가격에 먹긴 좀 아깝지만)
아시아 최대, 세계 2위 규모라던 상하이 애플스토어 정안. 오픈한 날엔 CEO 팀쿡 형님까지 오셨던 그곳.
약간은 흑화(?)한 절이라고 어디선가 들은 상해 정안사 바로 맞은편, 성큰 가든의 거의 모든 매장을 통폐합해 애플스토어로 만들어버렸다.
지하철 역 내에서도 바로 이어지는데, 세계 어디에서도 이렇게 지하철 역 게이트를 찍으면서 애플스토어가 정면으로 보인 곳은 경험하지 못했다.
다만, 그렇게 거대 규모라던 애플스토어는 일단 리테일 매장 영역은 적당히 사람들로 붐벼서 그렇게 세계적으로 큰 매장인지는 잘 모르겠더라. 또한, 세계에서 예쁘다는 여타 애플스토어 매장들과는 달리 큰 특색이 느껴지지 않아서 이걸 보기 위해 정안사까지 온 나는 아쉬움만 남았다는 썰.
특이점으로 애플맵에는 나왔지만, 구글맵에도 애플스토어 정안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 중국에서 구글맵은 정말 쓸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에선 그나마 어느 정도 쓸 수라도 있지...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에서 커피는 스벅에서도 못 먹어주겠다" 싶었다. 차라리 유명하다던 루이싱커피나 다른 곳들도 좀 가볼 걸 싶었다. 근데 더 다닐 시간이 없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리저브 브루잉은 그래도 일반 스타벅스 커피들 보다는 훨씬 나았는데, 여긴 리저브 음료도 너무 약했다. 그냥 매장 내부에서 리저브 원두 포장되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어서 규모감 있는 공장형 로스터리를 견학하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대략 한 잔당 1.5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을 내고 이런 음료를 마시다니. 차마 끝까지 마시지 못한 커피는 버려졌겠지.
카카오페이 결제에 성공한 점은 그나마 칭찬.
나름 상해에서 유명하다던데, 지하철 역사 내에서 릴리안 베이커리를 우연히 발견했다. 6개 사면 1개 추가 증정해 주던 구성으로 픽.
짝꿍과 "마카오에서 유명하다는 것 같은데 어쩌다 상해까지 왔을까"를 이야기하면서, 포르투갈 > 마카오 식민지배 시절부터 상하이 교류까지 이어지는 삼천포로 빠지는 대화를 이어갔다.
태어나서 하이디라오를 한 번 끌려갔었는데, 이번엔 중국 본토에서 따라가게 됐다. 한국에선 캐치테이블로 웨이팅을 걸어두고 영화 보고 딱 들어가기 좋은, 2-3시간 웨이팅이었는데. 상하이에선 또 현장 웨이팅을 걸어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웨이팅을 걸어두고 바로 앞 와이탄으로 다시 산책을 나왔다. 사람이 꽤나 많아서, 내가 생각한 중국의 인파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근데 잠실 주 경기장 콘서트장 진입할 때보다 좀 덜한 느낌이라... 참을만했다.
상하이에서도 2시간을 주변을 맴돌다가 맞이한 하이디라오. 중국에서도 인기가 이렇게 높다니.
두 번째 경험이라 그런가, 이젠 버섯 육수보단 마라 육수가 더 끌린다. 너무 알싸하지만 적당히 마라 고추기름을 좀 여기저기 닦아내고 먹으면 좀 맛있다.
여긴 아쉽게 상하이에서 카카오페이 결제에 최종까지 실패한 처음이자 마지막 주요 음식점이었다. 알리페이로 결제 완료.
몰랐는데 마라탕/마라샹궈는 평상시에 먹는 음식이라면, 훠궈는 접대에 좋은 고급 요리라고 하더라. 또, 마라탕은 국물을 먹는 음식이 아니라고...
새롭게 알아가는 잡다한 정보들. 견학 와서 새로운 문물, 문화를 배우는 느낌이라 너무 좋았던, 그리고 나의 모든 편견을 정면으로 깨부수었던, Day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