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타분했던 에너지 산업에 신재생, ICT 융합 트렌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도 벌써 수년이 되었다.
사실 관련 업종에 종사하며, 하루에도 수십건씩 쏟아져 나오는 스마트그리드, AMI, 태양광, ESS, 전기차와 관련한 글을 보니 이제 식상함을 느낄 때가 많다.
그런데 최근 해외 에너지산업과 관련한 글을 보다보면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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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을 에너지 시장에 활용하는 스타트업에 관한 내용이 적지 않다. 필자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핀테크 붐이 일면서 블록체인, 비트코인 등에 관한 내용을 귀동냥 정도로 들어본 적이 있는 정도이다.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지만 에너지 분야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니 관심이 간다.
우선 "블록체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블록체인(영어: block chain, blockchain)은 분산 데이터베이스의 한 형태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이터 기록 리스트로서 분산 노드의 운영자에 의한 임의 조작이 불가능하도록 고안되었다. 잘 알려진 블록체인의 응용사례는 암호화폐의 거래과정을 기록하는 탈중앙화된 전자장부로서 비트코인이 있다. 이 거래 기록은 의무적으로 암호화되고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를 실행하는 컴퓨터상에서 운영된다.[1] 비트코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암호화폐들이 블록체인 기술 형태에 기반하고 있다.[2]
모든 탈중앙 암호화폐의 노드는 부분 또는 전체의 블록체인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페이팔과 같은 시스템에서 필요로 하는, 중앙 집중형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을 필요를 없게 한다. [3]
일반적인 장부에는 수표나 영수증 또는 약속어음의 교환내역이 기록되는 반면에, 블록체인은 그것 자체가 거래장부인 동시에 거래증서(수표, 영수증, 약속어음)이다. 비트코인에서는 거래들의 지불되지 않은 결과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표현한다.[4]
"지불인 갑이 00원을 수취인 을에게 보내다" 형식의 거래는 소프트웨어 앱(비트코인 지갑앱 등)을 통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뿌려진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노드들은 거래를 검증한 다음, 자신의 장부에 거래를 추가한다. 그리고 이 거래가 추가된 장부를 네트워크의 다른 노드들에게 뿌린다.[4]
출처: 위키피디아
정확히 이해가 가진 않지만...분산형 DB의 한 형태로서 중앙 집중형 DB가 필요없고 거래 안정성과 편의성(거래장부+거래증서 역할)을 향상 시키는 기술이라고 파악하면 될 듯 하다.
얼핏 동떨어지 보이는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에너지 분야에 발을 들이고 있을까?
아래는 관련한 호주 스타트업 Power Ledger(https://powerledger.io/)와 관련한 글이다.
https://cleantechnica.com/2016/08/13/blockchain-based-peer-peer-solar-energy-trading-trialed-perth/
간단히 위에 설명된 Power Ledger 라는 회사의 비지니스 모델을 요약하자면,
최근에 개별 가정에 태양광이 많이 설치되고 있으니, 여기서 발전된 전기를 직접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는 전력거래 서비스 소프트웨어(P2P solar energy trading)를 개발하는 회사이다. 여기에 거래절차를 간소화하고 보안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였다는 말이다.
이 회사에 대해 알아보니 상당히 빠른 속도로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내년부터 상용 서비스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
비지니스모델에 대해 상당히 각광받고 있는 듯 하다. 혜성같이 등장하여 호주 스타트업 랭킹을 매기는 Techboard라는 곳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Power Ledger 대표인 Jemma Green이 "Middle Man"의 제거를 통해 효율적인 거래를 이루겠다고 얘기한다. 여기서 "Middle Man"은 현재 중간에서 거래를 중개하는 기존의 전력 판매회사이다. 그럼에도 기존의 전력회사들과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점은 인상적이라고 생각이 든다.
이 회사의 수익모델은 P2P solar energy trading 시스템을 활용하여 거래하는 당사자(신재생 전기 판매자와 구매자)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수료 수입니다. 가령 예를 들면 10원/kWh의 수수료를 매 거래마다 부과하는 형식이다. 발전사업에 관한 업무를 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나라는 전력거래소(도매시장)를 통해 전기를 판매한다. 이때 전력거래소는 거래를 중개하며, ㎾h당 0.098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Power Ledger는 작은 사설 전력거래소를 설립하고 수수료를 받는 장사를 하는 것과 같다!!
시장 규모가 어느정도까지 확장될 수 있을 지 모르지만...모양새만으로는 참 매력적인 사업이다.
아래는 Power Ledger의 핵심 인력이다. 사업의 융합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라 생각한다.
알아보니 TransActive Grid라는 비슷한 유형의 회사가 미국에도 있는 듯 하다.
Power Ledger보다 조금 더 빠르게 유사한 시범사업을 진행하였고 최근 Siemens와 사업협력을 발표했다.
5월에 발표된 골드만삭스 리포트에 따르면 블록체인기술의 5가지 실용적 활용 케이스 중 전력거래가 포함되었으며 시장 규모는 $2.5- 7B로 예상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영국의 Electron(http://www.electron.org.uk/index.html#blockchain-systems)이라는 회사가 심심치 않게 언급되고 있다.
요약하면,
전기, 가스 계량 데이터의 단일 관리 시스템을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제공하는 회사이다.
예를 들면 현재 소비자가 전기공급회사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17~20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고 이는 계량기가 종합적으로 등록되고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시스템을 활용하면 하루만에 비용 효과적으로 전기공급회사의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며 이는 전력규제기관인 Ofgem의 "next-day switching" 추진 정책에 부합하기도 한다.
에너지 분야는 물리적, 재무적 거래가 실시간 & 대량으로 이루어지는 산업이다. 기존에는 전문성과 기술력을 갖춘 대형 전력회사가 이 모든 사항을 관리해 왔다. 어느 분야보다 안정성이 중시되는 에너지 분야에서는 대안이 없는 필수 불가결한 구조 였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의 IT 기술 발달, 자동화, Data Science 등은 이러한 체계에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다. 이러한 시류에 따라 생각지도 못한 블록체인 기술이 에너지 분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력 산업과 시장은 모두 알고 있다시피 굉장히 보수적이다. IT 기술의 발전 정도를 보면 의아한 일이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를 대부분 해외로 수입하는 국가이며, 그리드가 타 국가와 연계되지 않은(사실상 섬과 다름없다.) 고립형 시스템이다. 또한 분단국가로 에너지 시설은 보안 시설로 분류된다. 이러한 상황이 공급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것을 정당화해 왔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유입을 차단해 왔다.
앞서 언급한 블록체인 기반의 사업모델이 우리나라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많은 선결과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계량 데이터가 사실상 한전에 의해 독점되고 있다. 전력 빅데이터 센터에 기대를 걸었지만 사실상 통계 데이터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보 공개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 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당초 취지에는 많이 못 미친다고 본다. 또한 한전이 거의 유일한 판매사업자로서 모든 거래는 사실상 한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에너지프로슈머라는 이름으로 신재생 발전량을 이웃에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한전이 중개자 역할을 한다. 한전이 자신의 매출 감소를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직접 판매를 중개할 리는 없다고 본다.
해외 에너지시장과 산업은 저만치 앞서 가고 있고 그 속도는 더 빨라지만 우리는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에너지 산업의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고 다른 분야와 융합을 통해 현 정부가 강조해 온 "창조경제"가 나타나고 있다. 고통이 따르는 일이지만 전통산업의 침체를 딛고 일어나기 위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에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