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왜냐하면’이란 말과 함께 부탁하면 거절당할 확률이 낮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는지. 심리학자 엘런 랭어(Ellen Langer)는 1978년 양보와 관련된 실험을 했다. 도서관 복사기 앞에서 줄을 선 사람들에게 아래와 같은 두 가지 말로 먼저 복사할 수 있겠냐며 부탁을 한 것이다.
① “죄송합니다만, 제가 지금 다섯 장을 복사해야 하는데 먼저 복사기를 사용해도 될까요?”
② “죄송합니다만, 제가 지금 다섯 장을 복사해야 하는데, 먼저 복사기를 사용해도 될까요? 왜냐하면, 제가 지금 굉장히 바쁜 일이 있어서요.”
결과는 어땠을까. 첫 번째 말로 부탁했을 때는 60퍼센트가, 두 번째 말로 부탁했을 때는 94퍼센트가 양보를 해줬다. 이 실험 결과와 같이 ‘왜냐하면’이란 단어는 상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옳은 선택이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게는 이런 심리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직장동료가 있었다. 그녀는 매번 이런 식으로 내게 부탁을 하곤 했다.
“하루 씨, 혹시 내일 아침에 데일리 리포트를 대신 써줄 수 있을까? 왜냐하면, 내가 내일 아침까지 보도자료를 완성해야 하거든.”
“하루 씨, 이번 주말에 있는 행사 말이야. 대신 가주면 안 될까? 왜냐하면, 주말에 부모님 생신이거든.”
“하루 씨, 이번 여름휴가 말이야. 나랑 날짜 바꿔줄 수 있어? 왜냐하면, 비행기 표가 그때밖에 없더라고.”
그러나 ‘왜냐하면 효과’는 내게 통하지 않았다.
“힘들겠는데요. 왜냐하면, 저도 내일 아침까지 제출할 기획안이 있거든요.”
“못 갈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희 부모님도 이번 주가 생신이거든요.”
“어렵겠네요. 왜냐하면, 제가 구할 비행기 표도 그때가 제일 싸거든요.”
거절은 어렵다.
왜냐하면, 저마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책 『로또는 꽝이고 내일은 월요일』 중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왜냐하면, 세 번째 책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글 안 올리다가 툭, 출간 소식만 전하면 정이 없는 듯하여, 책 내용을 살짝 보여드렸네요.
얼마 전 국민연금공단에 전화해 보니, 딱 10년 치 연금이 납부되어 있더군요. 이 말은 즉 제가 프리랜서로 일한 시간을 제외하고 10년간 사무실로 출퇴근했다는 얘긴데…. 이것도 모르고 전 제가 직장생활을 9년쯤 한 줄 알았네요. 아무튼, 직장인 10주년을 기념하여 이런 책을 낼 수 있어 기쁩니다. 부디, 많은 독자님께서 즐겁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