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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ul 22. 2023

브런치 속의 나, 블로그 속의 나, 현생의 나

최근 브런치에 뜸했다. (카카오에게는 미안하지만) 네이버 패션 인플루언서에 덜컥 합격을 하게 되며

블로그에 정신이 쏠려버린 것이었다.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갈수록 스스로 노력 어떠한 결과물을 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알기에, 새로운 열(?)에 합류하게 되니 몇 주간 마음이 유독 들떴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새벽까지 포스팅할 내용들을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블로그에 열심히 옷과 신발, 화장품 등에 관한 정보성 글들에 집중하던 어느 날. 아차 싶었다. 내가 블로그 자아에만 너무 열중하느라 브런치 자아에 소홀했구나!


브런치와 블로그를 함께 운영 중인 나. 블로그에는 유행에 치중한, 어찌 보면 상업적이며 외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반면 브런치에서는 내적인 부분에 집중한 글들을 고요하게 담고자 한다. 극과 극을 달리는 두 자아는 당연하게도 종종 충돌한다. 옷, 신발, 가방, 화장품 또 유행하는 공간 등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면의 감정에는 깊게 귀 기울이지 못하게 된다. 반면 내면 깊숙한 감정들에 과하게 풍덩 빠지다 보면 외향적인 것들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다짐했다. 둘 사이의 균형맞추자고. 하지만 한쪽으로만 깊게 치우쳐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칠수록 의지는 더욱 꺾였다. 게다가 현실에 지극히 충실한, 현생 자아까지 난입해 버리면 내면 전쟁 시작이다. 지금 뭣이 중헌디! 브런치니 블로그가 일억 천금을 가져다주냐! 곤두박 치는 주식은 어쩔 거냐! 잠시 잊고 있던 증권앱 켜버린 순간 파란색으로 가득한 숫자들 동공이 흔들린다.


그동안 과하게 잠잠하던, 이성에 충실한 내면 속 중재자가 나선다. 패션 관련 콘텐츠 만드는 것도 재밌고, 사춘기 감성에 취해 책에 빠져들었다가 써보는 글들도 내 삶의 지지대다. 먹고살기 위해 꼭 필요하고 무언가 하고 싶을 때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돈도 소중하고.


내 관심사들에 집중할, 여러 자아들의 목마름을 채워줄 공간들 안에서 마음이 따르는 순간 집중했을 뿐이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 아닐까. 시소가 평행을 이루며 중심을 팽팽하게 잡고 있는 것보다, 양쪽이 번갈아가며 하늘과 땅을 오가는 것이 더 짜릿하 듯 말이다. 쓰다 보니 최근 브런치에 글 쓰는 것이 뜸했다는 것에 대한 변명 같기도 하지만 (사실 어느 정도는 맞다) 균형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순간에 충실한 노력을 더하며 여러 자아들과 사이좋게 지내보련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 Brett Jord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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