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부는 날씨가 다가오면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또래 가수의 노래를 유독 자주 듣곤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자잘한 감기 기운 탓일까, 나도 모르게 아린 감정이 올라오고 유독 그리워지기
는 것들이 많아진다. 그럴 때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연필로 꾹꾹 눌러쓴 듯한 손 편지로 위로해 주는 듯한 가사들에 얼어붙어 있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 따듯해지는 경험을 한다.
항상 노래만 즐겨 듣다가 우연히 아티스트를 향한 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으로 휴대폰 화면이 넘어갔다. 그가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리움이 담겨 있는 댓글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심지어 불과 며칠 전까지도.
몇 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마음 한편에 그리운 이를 지니고 일상을 살아 나가고 있을 얼굴 모를 타인들의 담담한 슬픔이 함께 아렸다.
여유로워 보이고 평온한 모습을 지닌 타인들을 유독 부러워했다. 하지만 근심 없이 행복한 일들로만 가득 차 있을 것만 같은 그들의 마음속에도 정말 다양한 모양의 상실과 아픔의 경험들이 존재한다는 걸, 서른 중반이 된 요즘에야 받아들인다.
또 정말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그런 것들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아 보이면 억지로 밖으로 끌어내려는 것보단 그 지니고 있고 싶은 마음도 존중해줘야 한다는 걸.
나 또한 어떤 상실은 건드리기 싫고 그냥 두고 싶기도 하고, 어떤 슬픔은 그냥 잊고 싶기도 하고, 어떤 분노는 미지근하게라도 식히고 싶어서 꾹꾹 눌러 담아 두는 마음속 우물 같은 걸 지니고 살아가니까 말이다.
금세 빠르게 다가오는 하루의 어둠 속에서 점점 두꺼워지는 옷차림을 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번 겨울엔 각자의 우물이 조금은 더 맑고 따듯하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