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세이 _ 프롤로그
암에 걸린 지 3년이 됐습니다. 정확하게 말해, 약 3년 전에 암 수술을 했습니다. 수술 후 1년간은 3개월마다 피검사, 소변검사, CT 혹은 PET CT 촬영을 하며 암 재발 및 전이 검사를 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6개월마다 같은 검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3년째가 됐습니다. 엊그제 암에 걸렸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은 것 같은데, 벌써 세 번째 맞는 겨울입니다.
암 재발 및 전이 검사를 받으러 갈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또 그전부터 걱정이 들었습니다.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제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때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검사 전후에 일을 손에서 내려놓거나 커피숍에 앉아 책을 보기도 했습니다.
늘 재발 및 전이 검사를 받고 나서 일주일 후에 담당 의사 선생님을 만납니다. 이때 일주일이 짧으면서도 길게 느껴집니다. 간혹, 수술한 부위나 몸의 다른 부위가 아프면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몸과 마음이 축 처집니다. 제게 다가오지 않는 일에 미리 지는 것입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을 만나 상담하는 시간은 아주 짧습니다. 대략 30초에서 1분 정도입니다. 검사 결과지를 보고 “아무 이상 없네요. 3개월 혹은 6개월 후에 오면 됩니다.” 매번 답안지 같은 답변을 듣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에도 ‘무사하구나’라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병원을 나섭니다. 그 순간에는 늘 햇살과 바람과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등이 더 선명하게 보이고 들려옵니다.
이제는 걱정을 덜고 무덤덤해도 될 만큼 암 수술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슴은 두근거리고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아직도 무대에 오를 때마다 긴장이 된다’는 데뷔 20년 된 가수처럼, 이번에도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것은 ‘불안’과 ‘걱정’이었습니다.
담당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기 위해 진료실 앞에서 기다릴 때면, 제 나이와 같은 이들은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3년째가 되는 날에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영화 ‘사랑의 블랙홀’의 주인공처럼 이번에도 제 이름을 부르는 간호사를 따라 6개월 만에 의사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3년 전 그 모습 그대로인 담당 의사 선생님은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클릭, 클릭했습니다. 이날도 같은 표정과 몸짓이었지만 말은 달랐습니다. “아무 이상은 없습니다. 이제 수술한 지 3년이 됐으니 1년마다 1번 검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의사는 속사포 같은 말을 뱉어냈고 저는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과 함께 외래진료 상담실을 나왔습니다.
암은 수술 후 5년간 추적관찰을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완치로 판명합니다. 생존율도 5년을 기준으로 하며, 5년이 지나면 일부 암 보험도 가입 가능합니다. 5년이 되려면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아직 완치 판정은 아니지만, 이제는 완치된 사람처럼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집니다. 선뜻 무엇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암 재발과 전이라는 단어가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무엇이든지 주의는 해야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에 걱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참고]
*PET-CT: PET-CT는 현재까지 알려진 암의 영상 진단 방법 중 가장 초기에, 가장 정확하게 암을 찾아내는 최첨단 검사방법입니다.
*암 추적관찰 5년 : 1960년, 70년대까지만 해도 암이 재발하고 5년을 넘기는 환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5년을 넘기면 암을 완치했다.’ 이런 개념으로 5년 생존율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암 수술 후 거의 1년 이내에 한 1/3 이상이 재발이 생기며, 2년 이내는 70~80%가 재발이 된다고 합니다. 3년이 지나면 재발할 확률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