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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나무 Mar 03. 2024

음악의 피카소, 파블로 카잘스

1876-1973






'그 사람, 참 여복이 있어'라는 말이 있다.


유난한 여성 편력에도 불구하고 장수했으며 돈과 명예까지 거머쥐었던 행운아들,그야말로 멀티 로또에 당첨된 인생이랄까?

끊임없는 바람기로 여자들에게 나쁜 남자일 수밖에 없던 그들은 우리 같은 범인들에게는 재미있는 얘깃거리로 회자될 뿐이다.


예술가들은 간혹 자신이나 타인을 파괴한다.

반 고흐는 전자이며 피카소와 앤디 워홀은 후자에 속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여성은 늘 후자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게 흥미롭다.

예술가라는 타이틀로 인해 객관적인 논리로는 설명될 수 없는 기이한 연애들이 면죄부를 받았다.

심지어 멋진 인생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그들의 스토리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영화나 소설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이 바람둥이 남자에게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는 그 사연이 궁금하다.


같은 시대, 출생지가 스페인이라는 것도 같은 세계적인 음악과 미술을 대표하는

피카소(1881-1973, 93세로 사망)와 카잘스(1876-1973, 97세로 사망)는 이름도 똑같이 파블로다.

비슷한 건 또 있다.

바로 두 사람의 젊은 아내 이야기다.

피카소의 여성 편력은 워낙 유명하기에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카잘스의 생애에는 네명의 여성이 있었다.

첫 번 째는 카잘스의 음악적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아들을 위해 헌신한 그의 어머니이다.

두 번 째는 첼리스트며 그의 첫 번째 아내였던 길헤르미나 쓰지아, 그리고 두 번째 아내 수전 메트카프가 있다.

첫째 부인은 1906년에 결혼하여 6년 만에 헤어졌고 두 번째 아내와는 1914년에 결혼하여 1957년에 이혼했다.

요즘 유행한다는 황혼이혼인 셈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첼리스트 마르타 몬테스(1936-  )가 그의 네 번째 여성이자 세 번째 부인이었다.

두 사람은 마르타의 고향인 푸에르토리코에서 1957년에 결혼했다.


80세의 카잘스가 마르타와 결혼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의 주치의는 그 결혼이 그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활기 넘치는 80대 노인은 파이프를 천천히 빨면서 자신의 딜레마를 곰곰이 생각한 후 이렇게 대답했다.


'글쎄요, 저는 이렇게 봅니다.  If she dies, she dies.'


몇 번을 결혼하고 몇 번을 이혼할 수 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당신 신부의 나이는 스무 살, 카잘스는 여든이었다.

그의 주치의가 우려할만하다.


그리고 놀랍게도 두 사람은 17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아무도 그들의 결혼 생활의 속내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17년 만에 그들의 결혼 생활이 끝나게것은 다른 이유가 아닌 카잘스의 죽음이었다.

97세로 그가 생을 마쳤을 때 그의 아내는 37세였다.



카잘스와 마르타 (사진 출처 : Google)



임종을 앞둔 카잘스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음악은 바흐였다.

생전에 '나의 아들'이라며 끔찍하게 사랑했던 피아니스트 유진 이스토민(1925-2003)이 카잘스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했다.

카발스가 별세하고 2년 후, 마르타와 이스토민은 결혼하여 그녀의 이름은 마르타 카잘스 이스토민이 되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고 흥분하지 않아도 될만한 이유가 있다.

카잘스가 운명하기 전 그의 제자 이스토민을 불러 '마르타를 행복하게 해 달라.'라는 유언을 했고 이스토민은 이 제의를 숙명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내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내를 아들 같은 제자에게 맡기는 스승의 신뢰와 그 부탁을 받아들인 제자의 공경심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찌 보면 음악처럼 아름다운 이야기기도 하다.




유진 이스토민과 마르타 카잘스 웨딩 (사진 출처 : Google)



카잘스는 첼로를 보며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이건 나이도 먹지 않고 세월이 흐를수록 젊어지는 날씬하고 우아한 여자 같아.'


그 후 이스토민과 마르타는 '카잘스 페스티벌'을 이어갔고 2003년 이스토민 역시 사망했다.

지금도 카잘스가 마지막으로 거주했던 산살바도르의 바닷가에는 '바흐의 정원'이 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추억이 없는 곳'이라는 대사처럼 그곳에는 추억보다 고독이 남아있을 것 같다.


역사를 당대에 평가하기는 곤란하듯 인생의 사건도 시차를 두고 보아야 의미가 파악되는 것이 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가 그 시간을 만회할 수는 없는 법, 과거는 과거대로 누적되어 다가올 미래의 자양분이 되는 것도 괜찮지 싶다.

정말 두 명의 파블로는 나쁜 남자였을까? 자문해 보지만 정답은 없다. (2009년 9월)



* 파블로 카잘스의 명연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그중 한 곡만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지요.

하지만 이곳에 소개하기엔 너무 방대한 곡이라 대신 짧은 곡 하나 소개합니다.(3분)

'Song of the birds'



'Song of the birds' Pablo Casals (출처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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