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멈춘 느낌입니다. 오프라인 디자인 활동도 줄어들고 여러 가지 많은 변화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제가 뭐 쎌럽은 아니지만 간단한 근황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직
재작년에 유통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습니다. 합류할 당시 포텐 터지는 시리즈 A 였는데 퇴사할 땐 시리즈 C가 된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퇴사한 이유는 여러 가지일 텐데 일단 저랑 유통이랑은 너무 맞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작은 회사가 급격히 커지면서 거치는 성장통이란 게 있는 거 같습니다. 크고 작은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긍정적인 부분 부정적인 부분 등 많이 보고 배운 거 같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UI 디자인, 운영 디자인 등 스팩트럼이 참 넒은건 당연한 거 같습니다. 그러다 전문 영역으로 그 폭을 좁혀가며... 처음엔 디자인 기여를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론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러한 것들은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이 들었고 미련 없이 나오게 된 거 같습니다. 물류 유통업 전부다 그러한 건 아니겠지만 UI 디자이너에겐 맞지 않겠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DeFi
개발도 언어와 플랫폼이 다다르듯 UI 디자인도 카테고리가 있는 거 같습니다. 게임, 금융, 커머스, 소셜, 에이전시 스타일 등 아마 고유 특성이 다 다를 텐데 제가 느낀 건 현물 프로덕트 기반의 스타트업은 좀 신중히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DeFi 제품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탈중앙 금융 서비스입니다. 새로운 카테고리에서의 도전을 하게 되었는데 아직까지도 제일 어려운 건 DeFi 자체가 기존의 행태와 너무 다른 나머지 뭐든지 새롭다는 겁니다. 디자인도 논리적으로 설득하려면 비즈니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해야 하듯 DeFi도 그러한 학습이 필요한데 태어나서 전혀 다른 사고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초반에 많이 어려웠던 거 같습니다. 아직도 계속 배우는 과정에 있는 거 같습니다.
Figma
많은 업계 지인들이 저에게 "마! 피그마 함 해봐라"라고 많이들 얘기했는데 디자인 플랫폼을 옮기는 게 그리 쉽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웹브라우저에서 그린다는 거 자체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피그마는 이런 게 별로다 저런 게 별로다 하면서 내리깎기 시작했는데... 회사를 옮기면서 피그마를 좀 더 깊게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지금 스케치랑 피그마와 격차가 몇 년 벌어졌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오토 레이아웃이 아주 강력하고 개발 친화적이란 툴이라고 절실히 느꼈습니다. 물론 어느 툴을 쓴다는 거 자체 만으로 좋다, 나쁘다 디자인 잘한다 못한다 그런 걸 결정하지는 않지만 아마 개발자랑 같이 오랜 기간 동안 일한 디자이너라면 왜 피그마인지 충분히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리쿠르팅
어떤 VC가 있는데 거기는 인하우스 리쿠르터가 있습니다. 투자하는 회사에 좋은 사람들을 VC가 채용까지 직접 챙겨주는 건데 좋은 거 같았습니다. 단점은 구직 관점에서 투자받은 회사라는 거 말곤 다른 헤드헌터와 다를 바 없는 거 같았는데 그게 오히려 큰 단점이 되는 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유인즉... 개발자보다 디자이너는 근무할 회사의 네임벨류에 큰 가치를 두는 거 같은 경향이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보아 있는 거 같았는데 결국 그 뜻은 가고자 하는 회사는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는 거란 거죠... 더 나은 회사도 충분히 있을 텐데요.
디자이너가 가고 싶은 회사
란 뭘까요? 이것도 제가 디자이너들을 만나보면서 느낀 생각을 정리해 보자면;
- 디자인에 큰 투자를 해주는 회사.
- 회사 프로덕트가 좋은 나머지 내가 합류해서 더 나은 배움과 경험을 할 수 있을 거 같은 회사
- 대외적으로 유명하거나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회사
- 디자인 액티비티(SNS, 행사, 결과물 공유)를 통해 디자인에 고민 많이 한다고 어필하는 회사
* 사내 복지와 연봉 많이 주는 건 모든 이가 원하는 것이므로 생략
등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부분은 상상과는 아주 많이 다른 거 같습니다. 뭔가 내가 평소 가고자 하는 회사에 가면 만사형통할 거 같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디자인할 거 같지만 그 내면엔 치열한 경쟁과 인관관계가 좁아지고 모든 걸 쏟아부어야만 가능한 결정 그리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사내 타협 등 많은 요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대기업 같은 경우.. 거대한 시계 안의 조그만 톱니바퀴 역할이란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뭔가 체계적일 거 같고 합리적일 거 같단 기대감에 합류하지만 결국 여기도 결국 다를 바 없구나.. 그냥 이직하면서 급여나 올려야겠다란 생각 하며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타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대기업이 다 그렇진 않겠지만 한 번쯤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거라 봅니다.
디자인 행사
저는 온라인에 무척 취약합니다. 그래서 코로나 기간 동안 단 한번 일본 측 디자이너와 행사를 진행한 거 말곤 전무합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온라인은 안 할 겁니다. 사실 코로나 이전엔 최소 분기에 한 번씩은 했는데... 그땐 그랬지 하고 회상합니다. 그리고 아마 디자인 행사를 한다면 적어도 UI 툴 보단 UI 디자인 본실에 대한 자리를 만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들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모두 유익한 시간이 되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NFT
저는 아직도 NFT 본질을 잘 이해 못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내린 결론은 NFT는 하나의 증권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말 좋아서 사는 게 아니라 사면 더 가치가 올라갈 거란 막연한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여하튼 개인작업으로 8bit 조던 농구화를 그리다 주변분들의 권유로 하나하나 그리고 있습니다. 각각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다는 게 쉽진 않지만 꾸역꾸역 그리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채용
실력은 중출 하나 지원하는 회사마다 탈락의 고비를 마시는 경우가 있는 거 같습니다. 혹 디자인을 잘 못한다고 하면 납득이라도 할 텐데 대부분 왜 탈락했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뭔가 이해가 되지 않는 2차 혹은 3차 면접에서 이렇게 낙방하는 분들이 많은데... 컬처 핏이라든지..(아마 스스로 베테랑이라 믿고) 난해한 질문을 하기도 하고한 거 같습니다만 사실 그 자리에서 몇 마디 질문 가지고 그 사람의 인성을 알긴 쉽지 않습니다. 더러는 1년 동안 조용하다 본색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고요.. 여하튼 제가 아쉽게 느끼는 부분은 더러는 팀원들의 의사 결정을 가지고 업무 역량도 역량이지만 기존에 있는 멤버들과 얼마나 자기네 말을 잘 듣는지에 대한 유무로 채용 결정을 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보면... 참 안타깝다란 생각이 듭니다. 회사는 내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맞는 경우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더러는 장기적인 모두의 성장을 위한 빌런이 필요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자기 입맛에 맞는 디자인 작업물만 고집하다 보면 디자인 성장이 멈춰버린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