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휠로그 Jun 22. 2024

전기차만 만드는 건 아닙니다

페라리의 새로운 전기차 공장 e-빌딩

예술적 건축물처럼 보이지만 페라리의 새로운 공장 시설입니다. 3D 프린팅 전원주택, 일본의 떠 있는 교회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건축가 마리오 쿠치넬라 아키텍츠의 디자인입니다. 



2년간의 시공 끝에 만들어진 이 새로운 공장의 이름은 e-빌딩(e-building)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기차 개발, 생산 비전의 본거지가 될 시설이죠. 배터리와 화학 분야의 연구개발팀도 자리잡을 예정입니다. 


자연채광과 녹지 공간이 공존하는 실내 생산 시설


하지만 이곳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차량도 함께 생산 가능합니다. 페라리는 이를 기술적 중립성이라 부릅니다. 동력원이 어떤 것이든 고유의 주행 감각을 선사한다는 것이 페라리의 일관된 목표이기 때문이죠.



페라리의 슈퍼 PHEV SF90 XX 스트라달레 생산 현장
V12 엔진 내연기관 모델 푸로산게


해당 건물은 2024년 말 이후부터는 완벽하게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서만 전력을 공급받습니다. 3,000개 이상의 태양광 패널을 통해 1.3㎿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스코프 3까지의 탄소 배출 저감을 가능케 합니다. 



Scope 1, 2, 3

Scope 1 기업이 통제하거나 소유한 원천에서 발생하는 직접 탄소 배출

Scope 2 기업이 구매한 전기, 열 또는 증기 생성으로 인한 탄소 배출

Scope 3 기업의 가치 사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 배출. 협력 기업, 직원 출퇴근 등의 조건까지 모두 포함 



4만 2,500제곱미터 규모지만 물류차량의 통행로를 집중화했습다. 또한 1,400면의 주차 공간을 만들어 직원들이 지역 공영 주차 시설에 끼치는 영향도 최소화하고자 했죠. 이를 위해 인근 도로 인프라까지 싹 다 새로 개발해, 지역 경제에 긍정적 에너지를 주면서도 지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했습니다. 생산 시설부터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천인 겁니다.




한편 이 공장의 준공식에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까지 참석했습니다. 페라리 존 엘칸 회장은, "직원 중심주의와 환경 존중의 가치를 결합한 e-빌딩 준공식에 마타렐라 대통령을 모시게 되어 영광이다"라며 "마라넬로 지역에 투자하는 것은 확신을 가지고 페라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이탈리아의 우수성과 조국에 대한 페라리의 헌신을 약속하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존 엘칸 회장(좌),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우)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를 보고 있는 마타렐라 대통령(좌), 존 엘칸 회장(우)


존 엘칸 회장은 1960년대, 페라리를 오늘의 반열로 끌어올린 지아니 아녤리의 외손자입니다.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공부하고 뉴욕에 거주하지만 그는 조국에 대한 애국심이 지극한 인물입니다. 아직 만 50세가 되지 않은 연부역강한 나이의 존 엘칸 회장. 열정과 능력을 두루 갖춘 젊은 수장의 행보가 페라리를 더욱 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잘 나가는 건 페라리뿐만 아닙니다. 그는 구 FCA 그룹과 PSA를 합친 스텔란티스 그룹의 수장이기도 합니다. 스텔란티스 그룹의 제반 브랜드들도 과거와 다른 역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잠자던 란치아 브랜드가 깨어나고 푸조는 전동화를 위해 달리며 지프 어벤저는 사전계약 10만 대를 달성했습니다. 


페라리는 양산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등록 대수로 가치를 이야기하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도 2023년 기준 전년대비 12% 이상이나 등록 대수가 높았다고 합니다. 사실 페라리의 차량 인도는 주문 시점을 기준으로 3년 정도 뒤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국내 럭셔리카 시장에서 페라리의 성장은 보이는 것 이상의 존재감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페라리는 그런 브랜드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파워를 갖고 있는 브랜드. 브랜드력이 뭔지를 말할 때, 자동차 영역에서는 절대적인 브랜드인 겁니다.


개인적으로 페라리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합니다. 아름답고 멋지지만 그냥 너무 나와 동떨어진 세계의 존재 같아서 대단하다라고 생각할 뿐 열망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페라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페라리를 탈 수 있어서 페라리를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그 압도적인 브랜드 가치를 통해, 유무형으로 우리의 모빌리티 발전에 기여해 왔기 때문이고, 그 흔적에 감동하고 감사하는 것이 페라리를 사랑하는 주된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의 차라는 클리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