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인수한 세계 최고 부호, 뉴욕타임스의 경고는?
일론 머스크가 결국 트위터를 인수했다. 주당 54.2 달러씩 총 440억 달러(약 55조 1100억 원)에 달하는 빅딜이다. 8,300만 팔로워를 보유한 '파워 트위터리안' 일론 머스크는 지난 1월부터 트위터 지분을 사들이고 있었고, 이번 달 14일 본격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히며 속도를 냈다. 트위터는 이제 상장 폐지 후 일론 머스크의 개인 회사가 되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예측 불가한 미래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오늘 뉴욕타임스에서 기억에 남는 사설이 있어 번역 소개한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는 무서운 곳이 될 겁니다.(Twitter Under Elon Musk Will Be a Scary Place)'라는 제목의 글이다. 사설을 작성한 그렉 벤싱어(Greg Bensinger)는 블룸버그, 텔레콤, 월스트리트 저널, 워싱턴 포스트 등에서 테크 및 미디어 리포터로 일하다 2020년부터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렉 벤싱어의 걱정이 기우이길 바라지만, 장밋빛 내일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트위터는 합리적이고 미묘한 연설의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요일 오후 트위터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의 인수 입찰을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욕보이고 상대방의 외모를 조롱하기 위해, 증권법을 위반하고 지속적인 가상 화폐 매매를 위해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이 소셜 미디어 회사를 잘 이끌 거라 생각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서비스에 대한 자신의 핵심 비전을 "표현의 자유를 위한 포괄적인 경기장"이라 밝혔습니다만, 사람들은 이 문장의 뜻을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억만장자이자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자유 발언을 의미합니다. 월요일에 트위터 이사회가 주당 54.20달러의 제안을 논의했음에도 머스크는 증권거래위원회(SEC) 관리들이 "뻔뻔한 꼭두각시"라고 트윗하며 자신의 지도력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 스페이스 X, 뉴럴 링크, 보링 컴퍼니 등 자신이 관리하는 회사에서도 책임감 있는 관리인이 아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몇 달 동안, 머스크는 지역 보건 규정을 위반하고 테슬라 직원들에게 직장으로의 복귀를 강제하였으며 '집에 머무르라'라는 권고를 내리는 당국 관계자들을 '파시스트'라 부르며 조롱했습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지난 수년 동안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의 공장에서 일어난 인종 학대와 차별, 성희롱 혐의 의혹에 시달려 왔습니다. 6명의 여성이 원치 않는 신체 접촉과 접근, 욕설을 당했다고 증언했고요. 회사는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몇몇 전직 스페이스 X 인턴들을 통해 상사와 동료들의 성희롱에 대처하는 회사의 느슨한 태도를 보도한 바 있습니다. 스페이스 X는 해당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캘리포니아 공정고용주택부는 승진 기회 부족, 상사의 인종 비방 등 수백여 직원에 대한 인종 차별 혐의로 테슬라를 고소한 바 있습니다. 알라메다 카운티 고등법원에 제기한 민사소송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일터에서의 인종적 모욕에 대해 '무시하라'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테슬라는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많은 트위터 직원들이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이끈다는 소식에 경악하는 게 당연합니다.
확실히 트위터는 서비스를 개선해 여러 혜택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인종차별적인 트롤링, 괴롭힘과 거짓 정보로 가득한 트위터의 규칙은 균질하지 않게 적용됩니다. 정치인들과 유명 인사들 역시 그들이 트위터에서 일반 유저들보다 신뢰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트위터가 가짜 정보를 대하는 느슨한 태도를 은근히 즐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트위터가 평소 콘텐츠를 관리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트윗에 경고 라벨을 붙이는 것인데, 무시하기 쉬울 뿐 아니라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를 완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월 6일 국회의사당 공격 전후로 Donald Trump는 Twitter를 사용하여 추종자들을 광란으로 몰아넣었습니다. 회사는 그 수치스러운 사건 속 트럼프의 행동을 지적하며 그의 계정을 삭제했지만, 그 후로도 수년 동안 유사한 행동을 많이 눈감아 주었습니다.
이런 유독한 기류 속 일론 머스크가 등장합니다. 그는 2019년 태국 동굴 소년 구조 작업에 참여한 영국 잠수사가 머스크의 구조용 소형 잠수함을 비판하자 잠수사를 '소아성애자(Pedo Guy)'라 조롱한 사람입니다. 여성의 신체에 대한 부적절한 농담을 던지고 공장 노동자들에게 노조 파괴를 설파했다 철회해야 했습니다. 이 모든 일이 트위터에서 이뤄졌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소유하게 될 플랫폼이지요.
일론 머스크의 의도처럼 콘텐츠 조정을 온건하게 한다고 해서 트위터가 더 나은 곳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더욱 해로운 공간이 되겠죠. 해로운 발언을 중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더 많은 발언이라는 개념 아래, 진지한 트위터 사용자들은 트롤 계정과 봇 계정을 더 많이 활용해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팸 봇을 없애거나 죽거나" 발언이 진심이었길 바랍니다.)
특히 여성 트위터 사용자들은 일론 머스크가 플랫폼에 가져올 여성 차별과 경멸의 시선을 우려해야 합니다. 이미 트위터는 여성들, 특히 유색 인종 여성에게 아주 해로운 곳입니다.
또한 세계는 일론 머스크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거짓 정보를 퍼트리고 상대를 조롱하며 선거의 무결성에 의문을 제기해온 도널드 트럼프 계정을 다시 살려낼 것인지도 걱정해야 합니다. 트럼프는 자신이 개발한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서비스에 만족하며 트위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밝혔지만, 글쎄요, 트럼프는 이미 약속을 많이 어긴 바 있죠.
트위터가 사실상 광장이 되었다는 머스크의 주장은 옳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권력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보지 않은 억만장자가 이끄는 또 다른 인터넷 광장, 페이스북의 운명을 생각해보세요. 지난 몇 년 간의 주요한 정보 (옮긴이 : 월스트리트 저널의 '페이스북 파일스' 탐사 보도)에 의하면 마크 저커버그의 경영 시기 중 메타(Meta)는 플랫폼 속 댓글이 십 대 청소년들에게 불안과 분노를 증가시키고 정서적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지난 몇 년간 간과하고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메타는 자사 알고리즘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커버그가 이사회에서 지배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 설계 및 배포 방식을 변경하라는 회사 내외부의 압력은 무의미한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어쩌면 트위터의 공동 설립자 중 한 사람이자 이사회 구성원 잭 도시(Jack Dorsey)가 "어떠한 개인이나 기관도 소셜 미디어, 더 나아가서는 미디어 회사를 소유해선 안 된다고 믿는다"라고 트윗했을 때, 자신의 직감을 더 믿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번 트위터 거래에서 경제 논리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일부의 예상대로 이 플랫폼이 모두에게 무료로 개방되고, 광고주가 수익을 포기한다면 그 태도가 맞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머스크 아래의 트위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방향으로 변한다면 사람들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트위터 대신 자유 발언 대안을 약속했던 새로운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가 지금까지 주목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트루스 소셜은 그 좋은 예시죠.
트루스 소셜 같은 경쟁사들처럼 머스크가 트위터를 장악한 이유는 자유 발언이 아니라 확성기를 차지하기 위함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수많은 팬과 함께 거대한 메가폰을 잡고 '자유롭게' 자신의 투자와 건전한 건강 규제 철학을 이야기하고 비평가들에게 소리칠 것입니다.
'자유로운 말하기' : 더 좋은 세상처럼 들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