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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Aug 11. 2022

그럴 때 우린 이 노랠 듣지

20세기 틴에이저들을 위로하는 조윤경 작사가의 에세이



조윤경 작사가의 첫 에세이 ‘그럴 때 우린 이 노랠 듣지’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20세기 틴에이저를 위한 클래식 K-POP’이라는 부제답게 1990년대 중후반 케이팝 팬으로 십 대 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새록새록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와 일화가 가득하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손수 골라 담은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최애’를 향한 설레는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써 내려간 비밀 일기장, 컴퓨터 음원 정보 등록 기능을 통해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를 한 땀 한 땀 기록하던 나날들, CD를 굽고 카세트테이프를 녹음하던 한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 아래 소중한 경험을 풀어놓는 작가의 이야기가 ‘음악에 진심이었던 시절’을 자꾸만 돌아보게 만든다.


케이팝 팬이라면 책을 펼치는 그 순간부터 생생한 세기말의 추억에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다. 케이팝의 팬이 아니더라도, 소중한 노래 가사 한 구절과 기억에 오래 남는 멜로디를 가슴 깊은 곳에 품고 사는 우리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마냥 회상으로 점철된 책이 아니다. 가볍게 접근하면서도 어느 순간 감성 깊은 곳을 파고드는 문장에서 그의 긴 경력과 독특한 감각의 편린을 발견한다. 가사를 풀어 해석하고 작사관을 풀어내는 부분은 과학적이다. 프로의 '썰풀기'는 다르다.



나는 조윤경의 노랫말을 따라 부르며 자란 세대다. 보아의 'Listen To My Heart'부터 소녀시대, 에프엑스,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까지, 몸이 먼저 반응하는 '슴듣명' 크레딧에는 항상 조윤경의 이름이 있었다. 그가 사랑한 노래도 내가 사랑한 노래임은 분명하지만, 경험과 학습의 깊이는 분명 다르다. 삶의 한 페이지를 꾸며준 창작자의 '최애곡'을 엿보는 경험은 언제나 흥미롭고 짜릿하다.


맞아. 그럴 때 우린 이 노래를 들었어. 지금도 그 노래를 가끔 듣게 될 거고, 앞으로도 어디선가 우리의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눈앞에 추억의 그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겠지. 그리고 다 함께 목청 높여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의 빛나는 지난날을 깊이 새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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