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 (CHAPTER.3) I interview
작년 말, 헬스 키친 갤러리 부근에서 뉴욕의 정신건강 전문가들의 송년 모임이 있어 참석하였다. 서브웨이 테라피 아트 프로젝트를 주최한 아티스트 매튜 르비가 특별 강연자였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주로 상담가가 많았고, 사회복지사가 있었고, 미술치료사는 나 혼자였다. 또한 아시안도 나 혼자였다. 갤러리의 리셉션(전시 피로연) 형식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감상하며 와인과 핑거푸드를 즐기며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같은 분야의 여러 사람들과 업무에서의 고충 등을 나누고 당시 구직활동 중에 있던 나는 정보를 얻기 위해 들러보았다. 나 같은 졸업생은 한 명, 초년생 한 명, 그리고 대학원을 지망하는 두 명을 제외하고는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대부분 경력이 많은 전문가들이 모였다.
서브웨이 테라피에 관해서는 현재 책으로도 출판하려 진행 중이다. 8-9개월 동안의 뉴욕 맨해튼에서 실시된 아트 프로젝트인 이 소셜 액티비즘에 참여하려면 간단하다. 준비된 스티키 노트(포스트잇)에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 의견을 적어내어 지하철 역 벽에 붙이는 것이다. 혹은 책상 하나와 의자 두 개가 마련된 곳에서 프로젝트 주최자인 르비와 간단한 고민거리를 토로하는 것이다.
6개월 전부터 대통령 선거 이후로 이 프로젝트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르비는 프로젝트 첫날에 2000개의 스티키 노트를 두 시간 동안 뗐다고 한다. 지하철 벽 공공 기물 훼손으로 MTA한테 혼나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다시 벽에 그대로 붙이려고 훼손되지 않게 조심조심 모아서 가보니, 다음날에 400개가 더 붙어있었다고 한다.
서브웨이 테라피를 통해 르비는 시민들에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밖으로 표출할 수 있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것은 바로 시민 자신들에게 목소리가 있다는 발언 권한을 부여하는 것, 아니 그러한 표현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자체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었다. 어떤 아이는 부모에게 우리 이민 가야 되느냐고 불안에 떨며 말했고, 아이의 부모는 아무 얘기를 하지 못했다고 르비는 말했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정치적 시류와 맞물려 대중에게 각광을 얻고 미디어로 과도하게 증폭된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 선거 투표일이 지난 다음날 스티키 노트는 엄청나게 붙었다. 2016년 12월에는 시발 지점인 유니언스퀘어뿐만 아니라 42가 거리 등등으로 퍼져나갔다. 현재(2017.04)는 국제적으로 이 프로젝트가 퍼져나가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서브웨이 테라피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략적인 강연이 끝나고 르비와 개인적으로 몇 마디 소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매튜는 1년 동안 서울에서 영어를 가르친 경험이 있어 그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알려주었다. 아티스트였으나 영어강사로서 근무한 그는, 일상생활 회화 중심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기를 바란 듯했다. 매튜의 말에 따르면, 그는 틀에박힌 레슨을 하고 싶지 않았는데 테스트를 비롯한 결과와 성과 위주의 한국 교육시스템에 넌덜머리가 났다고 했다. 물론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좋은데, 기대감이 크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문화가 자신과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하였다.
매튜는 자연스럽게 나의 개인적 일상도 물어보았다. 대부분은 내가 인터뷰를 진행하다 역으로 면담을 당하는 것 같아서 이때 내가 느낀 것은 아 맞아 당신은 '서브웨이 테라피스트'이지!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뉴욕에서의 생활 소감이 어때? 나는 뉴욕도 서울하고 비슷한 것 같은데. 거리엔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대도시가 비슷비슷 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하였다. 매튜는 서울은 자연이 가까이 있어 좋았다고 했다. 자연이라? 2-3시간 가면 산도 보고, 울릉도도 갔다고 했다. (그건 뉴욕도 2-3시간 기차 타고 업스테이트 뉴욕 가면 자연이...)
하여튼 그는 전체적으로 아니면 당시 그 순간에서는 긍정적인 사람으로 느껴졌다. 또 나에게 자연스럽게 고민거리를 물어보더니, 내가 브루클린에서 퀸즈로 이사 갔다고 하자(downgrade), '그렇지만 좀 더 저렴하고 넓어'라고 덧붙였는데, 그럼 업그레이드네.라고 말해주었다. 또, 취업에 대한 두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언어적인 면과 치료사로 일하기 위한 공인자격증 때문에 골치가 아프군..이라고 털어놓았던 것 같다.
매튜가 뉴욕이 좋으냐 물으니, 처음에는 안 좋았는데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람들이 있어서 재미있다고 답했다. 영화에서 묘사한 것과는 다르지만. 매튜는 그렇지만 한편으론 영화 같기도 하다, 삶이 영화 같은 면도 많아서. 라며, 사람들이 한 번에 3-4개 여러 일들을 한다고 덧붙였다. 글쎄 나는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조금은 비현실적인 것 같기도 하군 하고 생각하면서 걸어갔다. 매튜는 록펠러 센터 라디오 시티 앞에서 브루클린으로 가는 지하철 반대방향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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