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모 Oct 10. 2020

첫 국내서 편집을 맡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 편집 후기

이직 후에 바로 첫 책의 편집(《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 개정판 편집 후기)을 맡으면서 동시에 맡은 국내 기획물이 몇 개 더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편집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저자와 소통하며 기획 방향과 원고 집필 과정을 함께 보조해야 하는 기획들이었는데요. 기획 아이템만 있는 상태에서 저자를 물색해야 하는 타이틀도 있었고, 저자가 원고를 집필 중인 타이틀도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한차례 원고 집필이 끝난 상태라 약간의 개고改稿 과정을 거치면 바로 편집에 들어갈 수 있는 타이틀이 있었고, 그것이 바로 박균호 선생님의 책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였습니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의 저자 박균호 선생님은 26년째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입니다. 절판된 책을 수집하는 이야기를 담은 독서 에세이《오래된 새 책》을 시작으로 《독서만담》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 등의 저서를 쓰셨습니다. 페이스북과 알라딘 서재 블로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고, 오마이뉴스에 북 칼럼도 연재하시기에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아는 다독가, 애서가이기도 하시지요. 


편집을 진행하면서 뒤늦게 알게 된 박균호 선생님과의 소소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원고 편집을 제가 맡기 전부터, 그러니까 이직하기 전부터 페이스북에서 박균호 선생님의 계정을 제가 팔로('친구'까지는 아닌)하고 있었더라고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결번(?)에 관한 글(https://bit.ly/3k52hr9)을 우연히 보고 흥미로운 책 이야기에 끌려 팔로를 했었습니다. 워낙 출판이나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계정이면 가리지 않고 팔로를 하는 방식으로 페이스북을 하는 터라 그 후로는 뚜렷이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업무를 인계받고 저자 이름이 익숙해 찾아보니 페이스북  팔로를 하고 있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언급하기엔 너무도 소소한 인연이라 저자에게 직접 말씀드리진 않았지만, SNS로만 접하던 분의 책 편집을 맡게 되다니 참 신기하고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_독서 에세이로의 분야 전환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의 제목은 편집 작업을 진행하면서 몇 번의 회의를 거쳐 정해진 제목이고, 애초에 기획 단계에서의 가제(기획명)는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독서 에세이'로 출간되었지만, 기획 단계에서는 '교양 인문학' 분야로 기획 방향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중장년의 독자를 상정해 다시 인문학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이야기를 담는 것이 기획의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기존의 기획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원고가 완성되어서 편집부에서 검토를 거치던 중에 이전 담당자가 퇴직을 하게 되었고, 이 단계에서 제가 들어오면서 원고를 맡게 되었던 것이지요.


박균호 선생님의 원고를 검토하면서 저는 기존의 기획 방향과는 원고가 달라서 수정 및 보완이 불가피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회사와 제 판단이 달랐던 점은 분야를 어디로 정하느냐였습니다. 출간 일정 등 여러 사정으로 전면적인 개고는 불가능한 상태에서 약간의 보완만으로 저는 기존의 기획 방향에 부합하는 책을 만들 수는 없겠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독서 에세이'로 분야를 전환해 새롭게 컨셉을 짜서 출간기획안을 썼습니다. 이 과정에서 '에세이' 분야로 책을 내면 팔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래도 회사가 에세이 분야 출간 경험이 적다 보니) 약간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독서 에세이로 분야와 출간 방향을 정했습니다. (되돌아보면 분야 전환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 에세이'로 기획 방향을 바꾸면서 저자에게는 내용을 보완할 만한 추가 원고 집필을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추가로 받은 원고까지 취합해 만든 원고로 다시 차례를 재구성하고, 바뀐 기획 방향에 맞지 않는 원고의 꼭지는 눈물을 머금고 (저자와의 소통을 거친 뒤에) 제외시키기도 했습니다.



_제목과 표지는 회의 지옥에서 피어난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의  제목 후보는 몇 가지 방향을 두고 제목안을 냈습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생긴 신조어 '집콕'을 활용하는 방안과 박균호 선생님이 쓰신 서문에서 따온 표현인 '이토록 재미난 걸 알리고 싶어서'를 활용하는 방안, 그리고 그 외 기타 제목 후보들이 있었는데요. '집콕'을 활용하는 방안과 '이토록 재미난 걸 알리고 싶어서'라는 표현을 섞어보자는 의견이 제목 회의에서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 방향으로 몇 개의 제목 후보를 다시 만든 뒤에 모니터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편집부 자체 모니터링과 박균호 선생님 페이스북을 통해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 취합한 뒤 다시 회의를 거쳐(회의 지옥……)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라는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표지는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을 같이 작업했던 디자이너와 다시 한번 더 작업을 하게 되어 좀 더 편안하게 소통하며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초기 시안은 지금의 표지와 기본적인 디자인은 같지만 색 활용이 조금 더 튀는(?) 디자인이었습니다. 초안도 사실 꽤 맘에 들었는데 약간은 모험인 것 같아 망설여졌고… 추가로 시안을 수정해보는 과정에서 지금의 표지 디자인이 좀 더 예쁘고, 모니터링 반응도 좋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표지를 택하는 과정을 거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선택받지 못한 표지 시안들 중에서도 나만 보기 아깝다(?) 할 정도로 좋은 시안들이 있어서 참 아쉽습니다. 하나만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참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요. 그래도 이번엔 표지가 저와 디자이너의 의견이 반영된 시안이 선택되어서 뿌듯했습니다. ㅎㅎ


출판사마다 제목과 표지를 정하는 업무 프로세스는 다 다르겠지만 일단 제가 있는 곳은 제목 회의를 최소 2번, 표지도 최소 2~3번은 회의를 거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처음 하는 신간기획안 회의까지 더하면 고정적으로 거치는 회의는 다섯 번 정도 일 것 같네요. 물론 다섯 번만 하면 깔끔하게(?) 끝나는 경우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편집부 내에서 다 같이 의견을 모으고 치열하게 고민을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여러 번 회의를 거치는 게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고, 논의를 거듭하고 수정을 거칠수록 점점 열화(?)되는 것 같을 때도 있지만… 물론 그럴 때일수록 편집자가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편집자가 이 책의 '책임'을 맡고 있으니까요. (물론 편집자도 별수 없이 '펴낸이'의 뜻을 따라야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 어쨌든 회의 지옥에서 제대로 정신줄을 잡고 있어야만 좋은 제목과 표지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_국내서 편집을 맡는다는 것

개정판이기에 홍보에 큰 힘을 쏟지는 않았던 《함부로 말하는 사람과 대화하는 법》과 달리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는 국내 기획물이기에 출간 초기에 저자와 함께 홍보를 하는 과정이 중요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북토크 같은 오프라인 행사는 하지 못했지만 온라인서점 웹진들에 저자 인터뷰를 게재하고, 저자 사인본 증정 이벤트를 하는 등 홍보에 힘을 쏟았습니다. 저자인 박균호 선생님께서도 SNS와 지인분들을 통해 적극 홍보에 힘써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출간 초기에 알라딘과 예스24 에세이 분야 페이지 메인에 노출되고, 특히 알라딘 메인 페이지의 '알라디너의 선택'에 자주 노출이 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몇 군데에서 방송을 탄 것도 꽤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SBS <김영철의 파워FM>에서 DJ 김영철 님이 책의 일부를 발췌해 읽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홍보를 한 덕분인지 출간 한 달 남짓만에 2쇄를 찍게 되었습니다! 편집자로 일하면서 처음으로 책임편집한 책이 2쇄를 찍는 것이었고, 그것도 출간 한 달 남짓만에 2쇄를 찍는 것이기에 퍽 기뻤습니다. 


2쇄를 찍기도 했지만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의 편집이 뜻깊었던 이유는 확실히 저자와 '함께 뛴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기획부터 편집, 그리고 출간 후 홍보까지 국내서 작업에서 저자와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중간중간 저자와 고마움과 수고로움을 나누는 인삿말을 나눌 때마다 편집자로서의 책임과 보람을 함께 느끼기도 했습니다. 


-


7월에 출간한 책의 편집 후기를 10월에 올리게 되었네요. 사실 그동안 그다음 책도 이미 편집을 끝내고 출간이 되었습니다……. 편집 후기가 숙제처럼 밀려버렸네요. 현생이 바쁘다 보니…… 이직한 지 반년이 지나니 맡는 업무들도 점점 불어나고 있기도 하구요(ㅜ.ㅜ). 그래도 조만간 바로 그다음 책의 편집 후기도 올리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택의 프로'가 되지 못할 바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