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봄 Dec 06. 2018

"미성년자 저작권 편취"사건

왜 아직도 싸우는가에 대하여

레진코믹스 런칭 약 반년 전이던 2012년 겨울, 한희성 당시 대표는 당시 만 16세 미성년자이던 A작가에게 연재를 제안한다. 작가는 자신의 팬이라는 한희성 대표와 2013년 1월부터 연재 장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캐릭터 성격 등에 대해 조언을 받고 스토리와 시놉시스를 본인이 작성했다. 작가는 스스로 스토리와 시놉시스를 완성한 작품 <나의 보람>의 연재계약을 2013년 2월 1일에 체결한다. 하지만 당시 미성년자인 A작가에게 레진코믹스와 당시 대표, 현 이사회 의장인 '레진' 한희성은 법정대리인 동의를 받지 않았다. 이 계약서에는 '작가'를 A작가로만 표기했고, 수익배분 등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연재가 시작된 후 한희성은 A작가에게 <나의 보람>이 본인과 A작가가 함께 만든 작품임으로 '글작가로서 수익 3할을 배분받아야겠다'고 주장했고, 레진코믹스 사이트 내에서 저작자 표시란에 "그림 A, 글 레진'으로 표기한 후 별도의 계약서 수정 없이 A작가 수익의 3할을 자신의 수익으로 가져갔다. 이때까지 한희성 의장이 참여한 '창작 기여'는 1) 캐릭터 이름, 2) '수위'에 대한 조언, 3) 장르에 대한 아이디어 4) "1회" 콘티에 대한 피드백이 전부였다. 한희성씨가 대표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이 되기 전, 작품에 기여한 증거를 찾고 있다고 했지만 이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웹툰의 글작가로 활동했다면 증거가 없는 것이 더 힘들다. 설정집은 물론 최소한 '글콘티'라고 부르는 대본이나 줄글 형식의 문서라도 남아있는게 정상이다. 메일로 전달했다면 보낸 메일함에 남아있어야 했다.


이런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던 A작가가 2013년 10월 부당함을 호소한다. 이에 한희성 의장은 "A작가님이 어려서 잘 모르셔서 그러는데, 영화쪽도 그렇고 이정도 참여를 하면 2~3할은 글작가로 수익을 받는다. 내게 수익을 분배해주지 않으면 나를 '착취'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참여한 이상 이름을 내릴 수 없고, 수익을 안 가져갈수도 없다"고 말했다고 A작가는 이야기한다. 이후 한희성 의장은 글작가에서 내리지 않는 대신 30%였던 수익분배율을 절반으로 낮춰 15%만 가져가겠다고 '호의'를 베풀었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를 변경했지만 이때도 미성년자였던 A작가의 법정대리인 동의서를 구하는 일은 없었다.


시간이 지난 2017년 12월, A작가는 성인이 되어 이 계약이 부당했음을 인지하고 배상과 계약해지, 사과등을 요구했고 같은해 12월 15일 레진코믹스는 과실을 인정하며 국내 연재계약 해지, 글작가로 레진(한희성 의장)이 가져간 수익 3할을 보상하는 합의안을 제시하며 레진의 귀책사유 없음을 명시하는 문구, 비밀유지조항등에 동의할것을 요구했다. 이에 응할 수 없었던 A작가는 2018년 4월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 합의서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답을 보냈고, 이후 레진코믹스는 입장을 바꾸어 "15%로 배분금액을 낮추는 계약을 받아들인 것은 한희성의 창작기여를 인정한 것"이므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보상은 물론 계약해지도 불가하다는 답변을 보냈다.


이후 공식 사과는 없었고, 한희성은 10월 '전 대표'가 되며 '현 이사회 의장'직을 맡게 됐다. 레진코믹스의 대표이사는 현재 레진의 이사진중 한명이었던 이성업씨로 교체된 상태다. 이후 11월 7일 레진코믹스 측은 <나의 보람>이 2017년 11월 12일자로 계약이 만료, 별도 갱신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은 상태로 서비스가 지속되고 있었다며 작품게재권 반환의사를 밝혔다. 이는 이미 만료되어 마땅히 반환했어야 할 작품의 전자출판권을 협상용으로 썼다는 말이 된다. 레진코믹스가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보상과 계약해지도 해줄 수 없다'고 말한 것이 2018년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8년 12월 5일, 레진코믹스는 블로그에 사과문을 게시하며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던 것'만을 인정했다.

오늘도 레진 사옥의 블라인드는 모두 내려가 있었다.

그리고 12월 6일, 작가들과 독자들이 다시 모였다. 평일 낮 시간이었음에도 50여명의 사람들이 신사역 근처에 위치한 레진코믹스 사옥 앞에 모였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왜 아직도 싸우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한희성은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이사회 의장으로 앉아있다. 현재 레진코믹스의 최대주주는 한희성이다. 레진코믹스가 문닫고 망하기를 바라기에 온 것이 아니다. 레진코믹스가 처음 시작할 때 계약했던 작가들은 '작가를 위한 플랫폼이 되겠다'는 말을 믿고 함께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었다.


현재 구조에서 웹툰 플랫폼의 수익은 작가에게서 나온다. 작가가 떠나면 수익을 내기 힘들다. 웹소설을 닫을 때에도 상장을 준비한다면서 오히려 포트폴리오를 좁혀놓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수순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전 대표이자 현 이사회 의장인 한희성과 '작가 레진' 한희성이 별개의 인물처럼 대하는 레진코믹스측의 태도다.

"대주주로서 권리는 다 챙기면서 뭔가 회사가 잘못되면 경영진으로서 책임은 전혀 지지 않겠다는 얄팍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죠"

레진코믹스의 성공은 작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작가들의 마음이 떠나자 레진코믹스에는 안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가장 먼저 트래픽이 곤두박질쳤다. 또, 작가들 사이에서 코인 수익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한희성씨가 현재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런 구조에서 만약 레진코믹스가 정말 상장이 된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시위가 있던 같은 날, 이 내용이 보도된 KBS 9시 뉴스에 나온 내용이 겹쳐 보인다. 정확한 사정을 알지 못하니 판단은 유보할 수 밖에 없다. 한가지 분명한 건, 작가들도 '레진을 망하게 하려고' 싸우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대공연을 펼쳐준 신승은씨의 노래 가사처럼, '잘못된 걸 잘못됐다' 말하고 있다. 그리고 레진코믹스와 한희성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와 함께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들은 독자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