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즐 Nov 24. 2015

난, 당신의 삶을 상상해.

내가 널 이해할 수 있다면 난 더 행복할 것 같아.


지나가는 사람을 가끔 쳐다봐.
그(녀)의 표정을 살피고 상상을 시작해.
사람상상. 그게 내 취미야.



한시간은 공들였을 것 같은 헤어펌, 빨간 립스틱, H라인 원피스에 롱자켓을 입은 그녀의 사정은 뭘까?


마음의 여유가 찾고 싶을 때면 가끔 나홀로 카페를 간다.

하염없이 자잘한 생각들을 내 머릿속에 흩뿌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내게 힐링이 된다.

그 중에서 나도모르게 자주 하는 것이 바로 사람상상이다.

카페에서 선정한 '오늘의 커피'처럼, '오늘의 사람'을 선택하고 그(녀)의 분위기를 분석하고 그(녀)의 환경을 상상으로 채워보는 것이다.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일까? 어떤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일까? 어떤 얘기를 할까? 어떤 고민을 할까? 뭐가 가장 행복할까? 오늘은 저 사람에게 어떤 날일까?


상상만으로도 재미있는 연극 한편을 보는 느낌이다.


물론, 당연히 내가 상상하는 것이 그(녀)의 진짜 모습일 리는 없다.

그저 '오늘의 사람'의 생김새, 인상, 분위기를 보고 나홀로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배역을 만드는 것이다.

카페가 위치한 환경에 따라, 날짜와 시간에 따라 나의 주인공은 100인100색이다. 오늘은 어떤 주인공의 삶을 상상해볼까.

이것이 나에겐 매일매일 카페에서 다른 메뉴를 시켜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나의 작은 행복은 카페에서 하는 사람상상이다.


여의도의 카페에 앉아 있으면 서류가방을 든 수트남이 자주 보이고, 이들은 만나면 돈이 오가는 업계의 이야기를 나누는 경향이 많다. 물론 같은 여의도여도 쇼핑몰 센터에 있는 카페에 가면 다정하게 손잡고 메뉴를 기다리는 데이트남녀가 눈에  보인다. 그렇다면 오늘은 증권가에서 일하는 커리어우먼의 삶을 상상한다. 단정하지만 높은 굽의 무채색 힐을 신고 왼쪽 손목에는 약간은 화려한 시계가 언뜻 보이는, 앙 다문 입술이 순하지만은 않을 것 같은 인상의 긴생머리 그녀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눈코뜰새없이 바쁜 삶을 돌아보며 그녀의 굳은 표정을 이해하고 그녀의 고단함을 공감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가 피곤을 푸는 단 하나의 힐링 요소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홍대의 숨은 골목 카페에 앉으면 서정적인 느낌을 만끽하고 싶은 소녀감성의 사람들이 보인다. 대부분 그녀, 인 경우가 많고 그녀들의 수다속에는 일상이 담겨있다. 오늘은 예술가들의 생각에 초점을 맞춰 상상해본다. 가장 유니크해 보이는 한 사람을 내 상상 속 주연으로 설정하고 그(녀)의 삶을 상상한다. 일상을 상상한다.

유니크해야한다는 압박을 견뎌내고, 남들과 다른 삶속에서 오는 이질감을 극복하며 예민한 감수성을 극대화 시켜 하나의 작품을 일궈내는 그들의 머릿속을 공감하기도 한다.


우린 남들에 대해서
얼마나 세심하게 보고 있을까?
사실 그(녀)에게도 말 못한 고단함이 있을텐데..



다른사람을 이해하면 그것이 또다른 나의 위안이 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늘 부족하다 느끼던 나의 삶이 꽤 나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나의 힘듦이 나만 느끼는 것 같아 고독할 때가 있지만 이런 상상들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누구나 고단함이 있고 활력소가 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그 사람의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부러워하는 이의 고단함을 내가 눈여겨 보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남을 이해하려 노력할수록 내가 편안해 진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난 네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물론 남들 인생 다 이해하려고 하면 그것만큼 오지랖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이 만큼은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 노력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어?' 라는 나의 질문에

'난 네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대답해주시던 부모님은 어떤 속사정을 가지고 있을까 한번 더 고민해본다. 부모님의 삶은 어땠을지 상상해본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모님의 행동을 사실적 증거(내가 굶지 않는 이유, 내가 학자금대출 없이 편히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이유, 내가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었던 이유...사실 찾아보면 모든 것들이 증거다.)를 토대로 다시한번 그들이 나의 행복한 삶을 바라며 어떤 노력을 해주셨는지 고민해보고나니 사소한 잔소리에도 짜증보다 웃음이 먼저 나오고 나의 귀가를 기다리는 부모님 생각에 귀가시간을 알리는 톡 하나를 더 보내게 된다.

나의 태도의 변화는 부모님의 말투를 바꾸어 놓았고 웃음이 늘어가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점점 더 행복해진다.

이렇게 하나 더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낸 것 같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다면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