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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름 May 09. 2019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서른 전 아껴두었던 책을 읽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제1회 일본감동대상 대상 수상작
나는 모든 것을 걸고 최후의 도박을 시작했다!
Happy Birthday to me



이 책은 나오자마자 엄청난 인기가 있었고 그 즈음에 나도 이런 제목의 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내 삶을 지배하는 스마트폰과 각박한 서울살이, 신입으로써의 회사, 사회생활 등 눈코 뜰 겨를 없어 당연히 책을 멀리했다. 1년에 읽는 책은 겨우 두어 권. 그 두어 권 안에 이 책이 들기란 쉽지 않았다. 그때그때 더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책, 구매하지 않아도 빌려 읽을 수 있는 책, 일 때문에 봐야 하는 책등 손에 더 쉽게 잡히는 것들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또 2-3년이 흘렀다. 내 주변에서 스물아홉에 가까워지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이 책의 언급이 잦아졌다. 아마 '나는 스물아홉이니까', '나는 곧 아홉수인 스물아홉이 될 거니까', '스물아홉 살인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였을 것이다. 주변에서 방방 떠있을 때 나는 더 큰 다른 문제들을 곁에 두고 있었다. 안면마비가 온다든가,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진지하게 평생 직업에 대해 고민을 한다든가, 거처를 옮긴다든가 하는 문제 말이다. 맞다. 지금까지 위에서 한 얘기는 그럴싸한 핑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는 많았을 테니까.


아무튼 이러저러한 이유로 이제서야 이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 현생과 심신의 안정을 어느 정도 찾고서야 '음~ 이제 좀 읽어볼까?'했던 게 스물아홉 생일을 앞두고서였다. 이래저래 회사 일에 사적인 만남에 치이다가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는 루틴을 마련하고 나서 두 번째로 이 책을 잡게 되었다. 어쩐지 스물아홉이 정말 모두 가버리기 전에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가 우연히도 생일인 12월이다.


막상 책을 펼치고 나니 출퇴근 시간만을 활용해 3일 만에 뚝딱 읽어버렸다. 편안하게 슬슬 써 내려간 책이었다. 솔직하고 담담해서 읽으면서도 수필인가 소설인가 싶었는데 방금 검색해보니 일본 소설이다. 소설 속 아마리는 스물아홉 생일을 맞는 날 본인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며 1년 후 죽기로 결심한다. 라스베이거스를 가보고 나서. 아무 이유 없이 홀린 듯이 바라본 TV 속에서 흘러나오는 라스베이거스 풍경에 반해 그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꼭 가야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꼬박 1년간을 달린다. 아마리는 지난 29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며 에피소드를 쌓아간다.


아마리의 좌절감과 패배감,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남 같지가 않았다. 지금은 내가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 또한 그런 적이 있었다. 내가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까마득했던 때가 있었다. 나는 그 캄캄했던 시간 동안 전공하던 사진으로 작품을 만들고 우연히 듣게 된 교직이수 과목에서 심리학을 배우면서 우울감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을 병행하며 조금씩 나아졌다. 신기하게도 지금은 그 우울한 감정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문제는 다른 일들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거지만..


누군가에겐 뻔한 내용, 누군가에겐 흥미진진한 내용일 수 있겠다. 꼭 스물아홉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중에 스스로에 대해 의심이 들거나 길을 잃은 것 같은 때에 보면 좋은 책이겠다. 누군가에겐 뻔하고 시시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굉장한 응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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