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꿈을 묻는 질문을 받아본 지가 언제인지도 기억이 아득하다. 그런 시간이 있기는 했을까. 이제는 내 주변에 누구도 서로의 꿈을 묻지 않고, 누구도 서로에게 꿈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 지루하고 피로한 시간을 일상이라는 이름이 대체한 지 오래다. 아마도 그 일상을 대표하는 표정은 출근길 직장인의 얼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어떠한 기대도 남아 있지 않은, 더 이상 오늘을 궁금해하지 않은 사람들의 표정이 반복된다.
#2. 음악이 울려퍼지는 일상
‘존 카니’의 영화 <싱 스트리트>의 첫 장면에서 ‘코니’의 표정도 마찬가지이다. 1985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사는 ‘코니’의 일상에 희망은 없다. 집 안에서는 경제 위기로 일자리를 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투는 소리만 반복된다. 학비를 아끼기 위해 전학 간 새로운 학교는 그를 괴롭히는 덩치 큰 선배와 권위적인 선생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던 중 모델처럼 멋진 ‘라피나’에게 반하고,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밴드를 시작한다. 그리고 ‘코니’의 일상에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진다.
영화 <싱 스트리트>는 <원스>, <비긴 어게인>으로도 한국에 널리 알려진 영화감독 ‘존 카니’의 영화답게 시종일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들의 향연이다. 그의 영화는 하나의 공간이 하나의 음악 장르와 만나며 시작한다. <원스>에서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포크 음악을 노래하며 시작하고, <비긴 어게인>은 뉴욕에서 팝 음악을 녹음하고, <싱 스트리트>에서는 다시 한번 더블린에서 신스팝을 연주한다. 그리고 그들은 음악으로 이 희망 없는 도시에서 꿈을 꾼다.
#3. 꿈이 펼쳐지는 뮤직비디오
<싱 스트리트>에서 그 꿈은 뮤직비디오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보여 진다. 괴상한 옷을 입고 엉성한 연주를 시작하며 촬영을 시작하면, 그들의 뮤직비디오에서는 그들이 꿈꾸던 환상이 시작된다. ‘The Riddle Of The Model’의 뮤직비디오에서 그들은 수수께끼 모델을 쫓는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A Beautiful Sea’의 촬영에서는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Drive It Like You Stole It’의 연주를 시작하는 순간일 것이다. 연주와 함께 강당에서는 ‘코니’가 꿈꾸던 50년대 미국고등학교축제가 펼쳐지고, 엄마와 아빠는 사이좋게 춤을 추며, 형은 라피나의 전 남자친구를 무찔러주고, ‘코니’와 ‘라피나’가 그곳을 달려 나오면서 모든 소망이 완성된다.
#4. 꿈을 꾸는 이의 표정을 본 적이 있나요
자신의 음악 장르를 ‘미래파’라고 부르는 것도 그들이 희망 없는 현실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꿈을 향해 매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엔딩에서 ‘코니’와 ‘라피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작은 배에 올라 런던으로 향한다. 직업을 찾아 런던으로 향하는 아일랜드의 사람들과는 달리, 그들은 꿈을 향해 런던으로 향하는 것이다. 수중에는 돈 한 푼 없고, 비바람이 몰아쳐 홀딱 젖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밝다.
더는 헛된 희망을 믿지 않으며 꿈을 꾸는 이들이 부러우면서도 그들의 헛됨을 조롱하는 나는 결코 그들이 런던에서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마지막 ‘코니’의 밝은 표정을 보며 즐거울 수 있는 것은 거기에 꿈을 가진 이의 희망이 묻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영화의 첫 장면 가족이 다투는 소리를 듣는 ‘코니’의 표정에 없는 것이며, 출근길 직장인들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꿈을 꾼다는 것은 아직 도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득하면서도, 그 헛됨을 계속할 수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 신나는 음악을 경유하여 무미건조했던 얼굴이 비를 맞으면서도 웃는 표정에 도달했을 때,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