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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Oct 18. 2019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임명묵 / 홍춘욱 지음

지금 홍콩에서는 내가 관광지로만 알고 있던 홍콩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심각하게 국가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전쟁이 아니라 시위대를 향한 폭력에 이제 뉴스를 보기 두려울 정도다. 뒤이어 떠오른 의문은, 대체 중국이란 어떤 나라이길래 자치권이 보장된 홍콩을 이렇게 억압하는 것일까? 전 세계에 이런 홍콩의 상황이 퍼져나가는데도 불구하고 홍콩의 시위를 무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었다. 현재 중국이 홍콩을 어떤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미국이 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궁금해하기 전에 깨달았다. 나는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중국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그저 미세먼지를 많이 만든다. 값싼 인건비로 온갖 공산품을 싸게 공급한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기술력이 급성장해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시장을 1,2위를 휩쓸 만큼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 정도밖에 없는 것 같다. 아, 최근에 유행하는 마라탕과 훠궈가 중국음식이라는 것.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대륙의 ㅇㅇㅇ' 시리즈는 가끔은 중국의 엄청난 규모를 경탄하는 에피소드도 있지만 대체로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조롱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말로 진지하게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무엇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와 비슷한 내용의 수다를 떨던 도중 동료가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책을 추천해 주었다. 작년에 크게 화제가 된 책이라고 말하며 작가가 20대 초반의 학부생이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일단 제목에서부터 어 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중국은 어딜 더듬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큰 코끼리였기 때문이다. 그 날 부로 리디북스 앱을 깔아서 전자책으로 샀다. 서점에 갈 것도 없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은 제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며 마오쩌둥 시기 이후의 중국의 정치와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실사구시", "도광양회" 어디서 들어본 듯한 단어일 것이다. 새해면 일간지에 중국 지도자의 얼굴과 함께 실리던 단어들이다. 한자의 설명만 읽었지 그것이 실제로 중국의 인민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어떤 방향의 국가전략인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려면 중국의 현대사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이 부분에서 생각해보니 나는 평소에 중국에 대한 질문을 잔뜩 가지고 있었다. 우선 쉬운 질문부터, 중국은 분명히 사회주의 국가인데 시장경제를 왜 도입했고 어떻게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일까?


1989년 중국에는 천안문 사태가 있었다. 자유를 향한 인민들의 갈망이 표출된 결과였다. 이 역시 참혹하게 진압되었지만 공산당은 체제에 대해 다시 질문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뒤이어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1년 소련이 해체되었다. 그리고 중국은 1992년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를 천명하면서 본격적인 개혁과 개방 노선을 취한다. 기존의 통제 방식으로는 체제의 유지가 힘들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이런 사건들을 통해 중국의 인민과 공산당이 합의점을 찾아낸 것을 저자는 '중국식 사회계약'이라고 칭한다. 인민에게 경제적인 자유를 부여하면서 정치의 영역은 여전히 당의 권력이 유지되는 형태다. 여기서 나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서구의 자유주의의 규범을 따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처음 책을 읽어나갈 때는 약간 납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작가는 인민과 당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를 매우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인민들이 당을 맹신해서 나온 우습게 볼 독재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당연하지만 중국의 인민들 또한 바보가 아니고 매우 합리적으로 사회와 상호작용한다.


기억에 남는 정치구조의 변화는 덩샤오핑 이후에 만들어진 9인 집단지도체제다. 마오쩌둥의 1인 독재의 부작용을 극심하게 겪은 덩샤오핑은 후세에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래서 당의 권력, 행정부 권력, 군사 권력 이렇게 나누어서 권력을 분배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 궁금한 점이 나온다. 지금의 시진핑은 사실상 독재 체제가 아닌가?


출처:중앙일보

사실 나는 집단지도체제가 있었다는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아는 중국은 시진핑이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서구 자유주의적 시각으로는 독재체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점이 공산당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중국이 새로운 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설명한다. 현재 국제정세는 미국이 냉전 시기 이후에 확립한 시장경제 자유주의 규범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 중국은 이 체제를 잘 활용해 아주 급격한 경제적 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8%에 이르던 성장률은 이제 성장률이 6%대로 점점 낮아지고 있고 투자한 만큼 생산성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처럼 정치적 자유를 부여하는 것보다 현 공산당 체제를 이어가면서 생산성을 개선한다는 결정을 했다. 자유주의가 아닌 국가의 경제적 성장은 지금껏 어떤 국가도 시도한 적 없는 체제이기 때문에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다. 그 결정의 결과물이 시진핑 주석이다. 그리고 공산당과 인민은 근거 없이 이 체제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공산당과 인민은 이미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자유주의의 한계를 체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방식보다는 독자적인 체제를 개척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방식을 그들의 파벌과 출신, 덩샤오핑 이후로 상대적 보수와 진보 진영으로 나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공산주의 내의 노선투쟁에 대해서 다룬다. 그야말로 깜깜했던 중국에 대해 약간의 실마리를 얻은 느낌이다. 작가가 이야기를 너무 재미나게 풀어놓으셔서 거칠게 설명된 역사들에 대해서 오히려 호기심이 생길 정도였다. 보시라이 사건 또한 흥미로웠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일종의 제3의 길을 택한 보시라이 저 충칭시 서기는 당 중앙 위원회 진출의 시도하다가 실패해 충칭시로 좌천되자 마오쩌둥의 옛 구호를 되살리며 독자적인 방향으로 인민의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충칭시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엄벌하는 등 분배도 성장도 아닌 방법으로 인민의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결국 보시라이는 엄청난 부패 스캔들로 숙청된다. (중국에서는 꽌시(뇌물)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서기 정도 직책이면 당연히 부정부패가 없을 수 없을 테다) 이처럼 공산주의라는 것이 단일한 노선이 아니고 여러 실험과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출처:조선일보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일대일로라고 불리는 현재 중국의 대외 경제협력이다. 성장세의 한계와 미국의 압력에 직면한 중국은 바닷길과 아군의 확보를 위해 파키스탄, 이란과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회 인프라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미 엄청나게 많은 기반시설들이 중국에 의해 건설되고, 건설 중이다. 그중 가스관과 같은 인프라는 자국의 에너지 확보에 필수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중국의 성장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는 트럼프는 무역협상과 같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그래도 미국이 예전과 같이 세계 경찰을 자처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힘은 점점 성장할 것이다. 어렴풋이 아프리카에 차관을 빌려준다던 기사가 기억이 나고 이거 완전 중국식 제국주의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중국이 어떤 의도로 다른 나라에 투자를 하는지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범죄인 인도 법안'에 의해 촉발된 현재 홍콩의 시위는 극심한 빈부격차의 모순을 안고 있던 홍콩 시민들의 체제에 대한 반기이기도 하다. 비록 일국양제라고 해서 특별자치구로 공산당 이외의 정치체제를 허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홍콩의 시위는 명백히 체제에 대한 도전이다. 미국을 상대로 새로운 체제의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중국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 이제서야 중국이 왜 이렇게 강력하게 나오는지 살짝 추측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보통 사람으로서 이런 끔찍한 국가폭력에 몹시 화가 난다. 우리나라와 멀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니 왜 중국 본토 사람들이 대만이나 홍콩의 사태에 대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관점을 표출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공산당과 인민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고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이야기만 나오면 겉면만 보고 웃어넘기던 나에게 새로운 관점과 해석하는 방법을 알려준 책에 아주 감사하다. 정말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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