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 Jun 16. 2020

회사의 언어

직장 언어 탐구생활 / 김남인 지음

소감

고백하자면, 평생 수직적인 조직에서 일할 리 없다는 오만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았다. 하지만, 내가 창업하지 않는 이상 당연히 회사에는 나보다 많은 경험, 많은 결정권을 지닌 사람이 존재한다. 일을 하면 할수록 당연하게도 이것이 수직적이고 나쁜 것이라는 흑백논리를 벗어던지게 되었다. 이것을 받아들이니 내가 하는 말을 상사든 동료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그래서 웹서핑을 하던 중 툭 튀어나와서 툭 책을 주문해버렸다.


꼰대들의 라떼를 근거를 들어서 차근차근 설명한 책이다. 라떼는 듣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 하지만 가끔은 듣는 이에게 유용한 라떼가 있는데 이것이 전달하는 방법 때문에 무시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딱 그런 라떼들을 잘 정리해서 한 데 모아놓은 느낌이다. 예시로 들어 놓은 사례들은 대기업의 경우가 많으며 대체로 좋은 점이 있는 상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나처럼 이 책을 펼친 이들은 그런 상사가 없기 때문에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 책을 집어 들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런 상황에 대한 좋은 대안은 없다. 약간의 힌트가 될 만한 부분이 조금 있는 것이 위안이란 위안이다.


PART 1은 주니어 입장에서 회사 생활 노하우, PART 2는 타인의 말을 잘 듣기 위한 노하우, PART 3은 프레젠테이션 노하우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PART 1이 가장 흥미로웠다. 내가 가장 모르는 부분이어서 그런 걸까나??


좋았던 부분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이메일

브런치에도 이메일 보내는 법에 대한 글이 많다. 그간의 브런치 글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좋다. 저자 분은 분명 이메일로 일을 아주 많이 하셨음에 틀림없다. 주니어가 사내에 들어오면 지켜야 하는 이메일 작성법 튜토리얼 같은 느낌의 장이다. 회신을 달라는 메일,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메일 등등 실제 업무에서 많이 겪는 상황을 예시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슈거 코팅을 피하라

지금도 주니어지만, 더 주니어 때는 실수를 정말 많이 했다. 그래서 나쁜 결과를 팀 내에 공유할 일이 잦았는데, 이 챕터를 미리 읽었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 외에 팀장 입장에서 나쁜 소식을 공유하는 관점도 미리 상상해볼 수 있었다.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그리고 구체적인 변화의 계획을 담은 내용을 공유하라는 내용이다.


설득하는 방식을 바꿔라

상사를 설득하는 방법에 대한 장이다. 의사결정 스타일로 상사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나눴다. 카리스마형, 사고형, 회의형, 추종형, 관리형 이렇게 있다. MBTI처럼 사람이 한 유형에만 속할 수는 없지만, 그 유형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내가 제안을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조언 듣기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적임자 찾아내기 → 내 정보를 제공하라 → 복수의 선택지를 제공하라 → 하나의 결정으로 수렴하기 → 조언을 행동으로 옮길 때. 이렇게 다섯 가지 조언 듣기 단계에 대한 내용이다. 이렇게 프로세스로 나누어 놓으니까 아주 그럴듯한데, 생각해 보면 내가 결정을 내릴 때 매일 하는 일이었다. 그것이 커리어의 방향을 결정하는 일도, 회사에서 업무를 추진하는 일도 이렇게 진행할 수 있다.


와 닿지 않았던 부분   

[2-5] 그의 말, 그녀의 말 챕터는 좀 별로였다. 회사에서 말하는 이의 사회적 배경과 삶의 경로에 따라서 말하기 스타일이 다르다. 입장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챕터였다. 남자가 여성어를 알아서 칭찬을 자주 해야 한다느니, 남자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요구할 때 신중하라느니 등의 예시를 든다. 그리고 문, 이과 사이는 언어의 갈등이 있다는 예시를 들며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문, 이과 사이의 갈등을 많이 보았다고 한다. 나는 상대는 ~~ 한 사람이다 라고 정해 놓고 사회적 편견에 기대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저자와 내가 속한 세계의 차이를 느꼈다.    


프레지처럼 메모하라.              저자가 기자 시절 자신이 열정적으로 메모하던 추억을 회상하는듯한 챕터다. 메모는 중요하지만, 이 장은 저자 자신의 메모 스킬 자랑 같은 느낌이다.    


책 전체적으로 사용한 조직의 예시              전직 기자였던 저자는 아무래도 대기업의 인터뷰를 많이 다닌 듯하다. 예시로 드는 사례들이 대기업 스타일이다. 모두 차장-과장-부장으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조직을 가정하며 팀이 여러 개 있고 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작은 조직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주니어들이 갖는 권한과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와는 달라서 적응이 힘들었다.    


살 만한 책인가?   

굳이 산다고 하면 비추천!! 하지만, 비용 없이 읽을 수 있다면, 필요한 목차를 찾아서 한번 점검 차원에서 읽는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찾아보니 중고책 재고가 많다) 혹시 대기업에 막 입사한 주니어라면 입사 전에 가볍게 시뮬레이션용으로 읽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