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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Dec 02. 2021

2021년 11월 회고

우당탕탕 새 회사 적응기

글로 지난 시간을 돌아본 지가 언제인지 좀 오래되었다.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하려면 머리가 아파 오니까 간단하게 이번 달만 돌아보기로 한다. 


한창 회사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생략했지만 9월에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했다. 전 회사도 1년 하고 2개월을 다니고 나왔다. 여럿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초기 입사했던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다른 이유로는 그다음 비전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일에서 의미를 잃으니 일하기가 참 힘들었다. 새 회사는 이전 회사에서 아쉬웠던 점을 바탕으로 선택했고 면접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들로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했다. 그리고 그 예측은 빗나가지는 않았다. 내가 일을 벌이면 그에 대한 책임을 금방 위임받을 수 있는 점이 아주 만족스럽다. 지난해 코로나 이후로 실적이 지지부진하면서 투자 시기가 멀어지고 그에 따라 팀원들이 조금 지쳐있다는 것이 걱정스러운 포인트인 것 같다.


회사의 문화는 내가 겪었던 그 어느 곳보다 능동적이다. 회사는 개인들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요구한다. 그렇다 보니 다른 팀원들도 협업에 열려있는 편이고 문제를 재정의하거나 회사의 분기 목표에 대해서 설명을 요구하는 일도 자유롭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절대로 '먼저 기능을 생각하고 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를 정의한 다음 어떤 방법이든, 직접 전화를 돌리는 방법이더라도 해결 방안을 한 사이클 수행한 다음 그것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검증한 다음 개발을 시작한다. 운영팀 입장에서는 참 소모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서비스를 계속 개발하다 보면, 오래 쓰이지 않을 기능이 생겨나고 방치되는 일은 안 만드니 못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은 개발해야지) 팀이 기능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만든 기능이 우리가 풀려고 했던 문제를 해결하였는가?라는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막상 기능이 만들어져도 끝이 아니다. 기능을 만드는 일에 전력을 다한 입장에서는 김이 빠지는 기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은 전체가 문제 먼저 정의하고 일을 시작하다 보니 기능 완성보다는 기능을 잘 운영해서 지표가 상승했을 때 더 성취감을 느낀다. 돌아보면 이전까지 일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구현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고 회사 전체가 얼라인 되어있지(좋은 대체어를 찾지 못했다) 못하다 보니 이 기능이 정확히 어떤 지표를 상승시켰는지에 대한 분석도 안되거나 늦었다. 그럼에도 어떻게 회사는 굴러갔다. 좋은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나에게 회사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구나 깨닫고 있다.


능동적이라는 말은 양날의 검이다. 누가 시키는 일이 많이 없다는 뜻이다. 일이 잘 굴러가려면 동료들과 치열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개발자 기준으로는 상대적으로 주니어들은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니 발언권을 얻기도 쉽지 않다. 기술적인 부분은 문서화가 거의 되어있지 않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 가서 광산에서 돌을 캐내듯 캐내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MBTI에서 I에게는 죽을 맛일 수도 있겠다. 나는 일을 진행할 때 그런 부분에 막히는 것을 상당히 답답해해서 곧장 들이박는 스타일이라 생각보다 잘 헤쳐나가고 있는 것 같다. 문화가 이렇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누가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아주 친절하다. 그러는 와중에 내가 일을 벌일 때 그 일이 회사가 이번 분기에 풀고 있는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치열하게 증명하면서 해나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 이런 분위기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대체 어디까지 해야 되나?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회사는 단순히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시장에 있는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성장해 왔다. 그렇다 보니 이런 능동적인 문화는 필수 불가결하다. 그리고 대표는 시간이 될 때마다 회사가 과거에 어떤 모습에서 지금까지 왔는지 상기시켜 준다. 나는 합류한 지 얼마 안 되는 입장이다 보니 그런 회사 내의 일련의 사건들과 지금의 회사 곳곳에 굳은살의 연관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왜 이 부분은 이렇게 딱딱할까? 왜 이렇게 무르게 되어 있을까? 하는 의문은 그 과정에서 해소가 되어 참 좋다. 


한참 쓰고 보니 내가 새 회사에 푹 빠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매일 배우는 것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더 나은 개발자가 무엇일까? 퇴사 예정인 동료와 수다를 떨었다. 나는 회사가 풀려고 하는 문제를 이해하고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은 수없이 많고 팀이 정의한 문제의 복잡도와 시급함에 따라서 팀에 가장 알맞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그것이 내가 지금 생각하는 좋은 개발자다. 이전 회사에서는 기술적인 수련을 왜 해야 하는지 답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더 나은 해결방법을 제시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기술을 공부해야 한다는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아 살짝 기분이 좋다. 기분이 좋은 걸 보니 잘 적응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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