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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hyun Lee Jan 31. 2019

UX 000... 어떤 게 더 맞나요?

UX 디자이너와 UX기획자의 경계에서 나는 무엇인가

UX팀으로 팀명이 변경되면서 'UX 기획자'가 되었다. UX 디자이너 → 웹/앱 기획자 → UX 기획자가 된 것이다. 'UX 디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회사를 이직한 것도 있는데 다시 'UX'가 붙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UX'를 모르는 사람에게 UX를 설명하는 건 어렵다. 화상 영어에서 나를 소개할 때 '기획자' 포지션은 없으니까 'UX designer'라 소개하는데, 상대방이 내 직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항상 궁금해진다.

UX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기획자'는 무엇인지 고민하던 중 일본의 광고 겸 북 디자이너 요리후지 분페이의 저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을 읽게 됐다. 책을 읽고 나서 고민들이 조금 정리된 느낌이다. 그동안 머릿속에 고민했던 UX / 기획자 / 디자이너에 대한 생각들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UX' 키워드에 고민이 많지만 UX 업무가 싫은 건 아니다.


UX ooo

'UX ooo'로 일하면서 디자이너와 기획자일 때 업무는 크게 다르지 않다.  UX 디자이너일 때는 사용자 인터뷰와 사용성 평가를 진행하는 사용자 리서치 업무와 사용자가 쓰게 되는 제품의 프레임워크를 설계하는 업무를 맡았다. 

UX 기획자가 된 지금은 사업팀이 제시한 오픈 계획에 맞추어 IT, 디자인, 퍼블리싱 일정을 논의하고 유관부서와 협의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그린 화면 정의서 문서를 만든다. 오픈 일자가 다가오면 의도에 맞게 제품이 잘 구현되었는지 테스트를 하면서 사용자가 보는 화면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다.

디자이너, 기획자의 업무는 회사 by 회사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 섣부르게 '디자이너라서 이런 일을 한다.' '기획자라서 이런 일을 한다.' 이렇게 구분 짓긴 어렵다. 짧은 나의 직업 경험상 더블 다이아몬드 단계로 예시를 들면 디자이너일 때는 Discover > Define > Develop 단계를기획자일 때는 Discover // Deliver 단계를 주로 하고 있다.


pxd에서 사용하는 더블 다이아몬드를 기준으로 업무를 나누었다. http://pxd.co.kr


UX 디자이너로서의 고민 

예전에는 사용자가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고, 어느 시점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으로 UX 디자인을 아우르는 범위가 컸다.

디지털 제품 UX에 국한시키면, 제품의 사용자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용에 어떤 어려움을 느끼는지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UX 디자인'이라 부르는 느낌이다. 이제는 상황에 따라 사용자 인터뷰도 진행하지만, 보통 디지털 제품에 축적된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한다.

Lean UX, 애자일 방식으로 우선 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계속해서 제품의 디테일을 살리는 일이 많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제품 UX는 제품 '구현'과 연관된 부분이 많다.

요새 구인 공고를 보면 UX도 할 줄 알고 비주얼 디자인도 잘하는 UX/UI 디자이너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UX'만 하는 디자이너는 잘 구하지 않는다. UX 리서처 / 디자이너로 분야가 세분화되면서 UX 디자이너는 제품 구현과 관련된 UX를 고민한다.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경계선 

UX/UI 디자이너가 나타난 시점부터 'UX 디자이너' 대신 'UX 기획자'로 나를 지칭하곤 했다. 사용자 리서치만 하는 UX 리서처는 또 아니니까. UX란 큰 공통점은 있되, 사용자를 위한 최종 결과물을 내지 않는 타이틀을 붙였다. UX는 사용자 리서치를 분석하며 사용자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과정이 중요하니 UX만 한다면, '기획자' 타이틀이 더 적합한 느낌이 들었다.

회사를 이직하고 '기획자'가 되었을 때 마음은 편해졌다. 이제 기획자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인하우스에서 결과물을 내는 개발자, 디자이너 사이에 서비스 또는 상품을 제안하는 BM (business manager) 틈에 있으니,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이 되었다. 여기서 내 업무는 BM이 제안한 서비스(상품)를 개발자, 디자이너가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게 사용성 측면에서 고민한 화면 정의서 문서를 만든다.

기획서라고 하기엔 애매한, 그렇다고 결과물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화면 정의서 문서를 만들면서 나는 온전한지 의문이 들었다. 해외에는 '기획자'라는 타이틀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기획자도 아닌 디자이너도 애매한 경계선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목표는 업계 구루까지는 아니어도 업계에서 꾸준히 일하기 위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다. 아직 햇병아리인데도 이런 의문이 드는데, 과연 꾸준히 일할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감각으로만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왜 그것을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언어로서 쌓아가야 지속해서 작업할 수 있다고 말이다.
p.34


요리후지 분페이의 저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에서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내가 중요한 본질을 까먹고 있음을 깨달았다.

나 스스로 나의 역할을 '누구나 제작할 수 있는 화면 정의서 만드는 사람'으로 정의 내린 것이다. 예전 회사에서는 'UX 전문가'로서 클라이언트를 대하고 그래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UX 전문가가 맞든 아니든 UX와 관련된 사항은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근자감을 가지고 작업했다. 지금은 내가 그동안 해온 사용자를 위한 고민, 논리를 세우기보다는 여러 개발&사업 이슈에 치여 실제 구현을 가능하게 하는 사용성을 제안하고 화면 정의서를 만들었다.


가까운 미래에는 사회적으로도 특정 직업이 아닌 '어떤 사람인가'로 자신을 규정하는 시대가 오리라 본다.
p.205


인상 깊었던 또 다른 문장이다. '디자이너는 대중에게 시각적인 결과물을 내는 사람. 그러므로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다'로 나를 정의했다. 그동안 디자이너, 기획자의 업무를 정의 내리고 그에 따라 내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고민한 결과다.

업무를 정의하는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충실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갈래가 보이고 그때 내가 누구인지 소개하는 타이틀을 붙여도 늦지 않다. 'UX' 키워드가 정립되지 않았던 때에도 UX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있었을 것이다.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어떤 경험의 축적을 가질 것인지, 사용자를 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내 시각, 논리는 무엇인지 명쾌하게 설명할 줄 알아야 꾸준히 오래 일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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