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시트
(짧은 글)
영화 보기 전 '엑시트 참 건강한 영화'라는 댓글을 읽었다.
게다가 천만 영화란다. 과연!
대학교 산악 동아리 에이스 출신 용남.
지금은 놀이터 철봉 아래 사는 동네 미친놈.
과거 함께 절벽을 오르던 의주. 지금은 구름정원 부점장.
그들이 재난 앞에 선다.
누가 뭐라든 매일매일 하던 그 일이 결국 사람 살리는 일이 된다.누가 뭐라든 장롱 속 품고 있던 꿈이 결국 사람을 살린다. 인내와 수치의 시간을 통과할 때 실력이 쌓이고,
그 실력이 사람을 살린다.
용남이 분필 가루를 손에 묻히고 밧줄을 감는다. 뛴다.
다음 포인트가 눈에 보이지만 뛰기까지 알 수 없다. 뛴다.
손에 쥔 것 없이 인생에 뛰어든다.
용남이 뛸 때마다 내 꽉 쥔 손에 땀이 났다.
의주는 그런다.
내 살길이 열렸는데 '나 구름정원 부점장이야', '그럼 쟤들은 어떻게 해' 때마다 나보다 남 살리기를 선택한다. 태초에 정의로워서? 아니다. 눈물 머금고 나도 살고 싶어 죽겠지만 그래도 어떻게 나만 사냐 그 마음으로 살리는 선택을 한다.
엑시트를 보며 나도 용남이나 의주처럼 살고 싶어 졌다.
낭떠러지에서 줄 없이 뛰어들 수 있는 실력.
내가 아니라 남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
인내와 수치의 시간을 잘 통과해서
나도 정말 용남이나 의주처럼 살고 싶다.
정말 건강한 영화가 맞다.
내 인생 쥔 것 없이 앞이 안 보일 때
영화 <엑시트 EXIT>,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