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본에서 이직하기 (3)
자신과 잘 맞는 리크루터를 찾는 데에 성공하기만 해도 그 이직은 80%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직을 원하는 구직자 수 못지 않게 공급이 넘쳐나는 리크루터 시장. 이직 사이트나 링크드인에 이력서를 공개해보면 알겠지만 연락이 무진장 많이 온다. 그 중에서 대체 누가 쓸 만한 리크루터인지 가려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아래 내용을 참고해서 본인이 이직함에 있어서 최선의 리크루터를 발견하고 만족스러운 이직을 하시기를 바란다.
여기 1번 항목에서 설명하는 내용은 반드시 리크루터와 면담하기 전에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리크루터랑 면담하기 직전에 부랴부랴 설정할 게 아니라, 이직을 생각한 시점부터 기준을 세워나가길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리쿠르터들이랑 면담을 진행하면서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릴 수 있다. (이 경우 이직에 적합한 시기가 아닐 수 있으니 현 직장에 머무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1) 연봉 상승
이직하면서 반드시 연봉을 올리고 싶은가? 아마도 현재 회사에서 받는 급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반드시 연봉을 높여서 이직했으면 하는 연봉 상승이 must have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급여 이외의 부분에서 고통을 받는 상황이거나 직무 전환을 꾀하는 경우라서 연봉 상승이 nice to have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 연봉(기본급+잔업비+상여 등 영끌)은 어느 정도인지,
이직하면서 연봉을 올리고 싶은지,
올리고 싶다면 얼마 정도를 원하는지(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make sense 한 정도인지를 리크루터와 확인),
연봉을 올리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라인의 연봉이라면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를 정리해보자. 나는 영주권 신청 자격 때문에 최소 50-70만엔 정도 상승을 원했는데, 최종적으로 거의 200만엔 이상 상승한 내용으로 오퍼를 받았다. 이는 아래 항목에서도 얘기하겠지만 오퍼를 여러 개 받은 상황이라 먼저 받은 오퍼 내용을 바탕으로 연봉 협상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2) 커리어 전환 (직무 전환)
현재 직무를 살려서 이직할 것인가? 약간의 방향 전환을 원하는가? 아니면 아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가? 현재 직무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 확고하다면 리크루터에게도 그 점을 어필하면 된다.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약간의 방향 전환을 원할 경우,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 전환이 가능하리라 생각되는 포인트를 정리해서 리크루터랑 상담해보자. 그걸 바탕으로 본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구인 안건을 소개해주기도 할 것이다.
만약 아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경우에는 꼭 이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 또한 경험이 있고 주변에 많은 사례를 가지고 있는 리크루터라면 상담의 성과가 있으리라 본다. 이 경우에는 리크루터를 통한 이직 이외에도 커리어 전환이 가능한 다양한 루트를 탐색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3) 다음 회사는 어떤 문화와 방향성을 가졌으면 좋겠는지
아무리 연봉이 높고 원하는 조건을 가진 회사라 할지라도, 그 회사와 핏이 맞지 않으면 이직한 회사에서 지옥문이 열릴 수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한 모르는 부분은 있지만,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서 이 회사가 나랑 핏이 맞는지를 확인하자.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익명으로 회사 리뷰를 작성 가능한 사이트에서 리뷰를 샅샅이 읽어보고, 리크루터에게 최대한 정보를 받아내고, 인맥 중에 현직자가 있다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문은 두드리는 사람에게 열리고, 정보는 열심히 찾으려는 사람에게 보인다.
4) 다음 회사에서의 개인 성장 가능성과 속도
이직의 기회비용도 꼭 생각해봐야 하는 항목이다.
만약 내가 지금 회사에서 순조롭게 풀린다면 언제 승진이 가능하지?
그러면 그 타이밍에 연봉도 많이 오를 것이고 그 이후의 커리어 스텝은 대충 이런 모습이겠지?
본인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나는 지금 회사보다 승진이 느려지는 경우는 배제하고자 했다. 또, 연봉 측면에서는 최소 입사 후 2년 동안은 지금 회사보다 높을 것, 그리고 그 이후의 연봉은 내가 잘 하느냐에 달려 있는 곳을 기준으로 했다. 직무 내용 측면에서는 무조건 지금 회사보다 더 많은 것을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서 밀도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우선으로 했다.
1) 리크루터가 소속된 회사
헤드헌팅 회사는 규모가 크다고 하더라도 모든 업종의 모든 직무를 커버하긴 어렵다. 사장이나 리크루터 본인이 가진 네트워크에 특화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조업, IT, 컨설팅 등 특정 업종에 주력한다고 하더라도 네트워킹에 의존하는 업계 특성 상,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안건들에 차이가 있다. 그리고 컨설팅 이직의 경우, 완전히 패키지화된 이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많다. 전략 컨설팅에 관심 있다고 하면 MBB + 세컨티어 전략부띠크펌, 인더스트리에서 컨설팅으로 이직하려는 사람한테는 빅4 컨설팅, IT업계에 종사하던 사람이 컨설팅으로 이직하려고 한다면 IT컨설팅이 메인인 회사나 최근 들어 E2E로 노선 틀어서 IT 인재들을 대거 채용하려는 빅4 컨설팅펌들에 일괄 지원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그걸 원하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그게 아니라 자기랑 핏이 맞는 회사들을 일차적으로 거르길 원한다면 이런 패키지 서비스는 비추.
2) 리크루터의 경력
이 부분은 리크루터랑 얘기하다 보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히지 않을까 싶다. 너무 초짜라면 커뮤니케이션이 어수룩하거나 회사 내부에서 윗사람한테 컨펌 받고 회신하는 경우가 많아 회신이 기본적으로 느린 경우가 많고, 일처리가 별로인 경우가 많다. 경력이 길어서 이것저것 자기가 가진 네트워크를 자랑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도 있고, 경력이 길어서 맡기려 하다 보면 실질적인 업무 대응은 비서가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개인적으로는 적당히 현장에서 굴러서 일도 어느 정도 잘 하고, 웬만하면 본인이 다 대응해주는 리크루터가 제일 믿고 맡기기 좋다는 느낌이었다. 일반 회사로 친다면 대리~과장 느낌?
3) 리크루터의 속성
리크루터가 현지어만 가능한 현지인인지, 바이링구얼인 현지인인지, 바이링구얼인 외국인인지, 현지어를 거의 못 하는 외국인인지 등등. 내 경우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국인인 입장에서, 일본어 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언어 능력을 최대한 활용 가능한 환경으로 가고 싶었다. 현지어만 가능한 현지인, 즉 일본인을 메인 고객으로 일본어로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구직자과 회사를 이어주는 일본인 리크루터는 베스트 옵션이 아니었다. 이 경우 내가 일본어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일을 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은 무리 없이 전달되었지만 다른 속성은 구인하는 회사에 잘 어필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어를 거의 못 해서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리크루터의 경우가 "이 지원자는 한국 출신이라 한국어가 네이티브인데 이 리크루터 통해서 소개 받았으니 영어도 할 테고, 일본어도 잘 하는지는 면접에서 확인해볼까?"하는 흐름대로 긍정>긍정>긍정적인 인상을 주기에 좋았다. 각자 자신의 장점을 제일 효과적으로 어필 가능한, 혹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합한 리크루터를 고를 필요가 있다.
리크루터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매우 중요한데,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다음 편에 이어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