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회사원H Oct 30. 2022

이번에는 스무스한 퇴사 프로세스

2022 일본에서 이직하기 (2)






이직 프로세스를 시간 순으로 올릴까 했는데, 퇴사 프로세스에 관한 이야기는 그냥 먼저 올려버려야겠다 싶어 끄적끄적. 지난 번 퇴사 때는 정말 구질구질하고 진흙탕에서 흙투성이에 똥물 뒤집어 쓴 듯한 기분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 스무스한 프로세스인 것에 더해, 지금까지 함께 했던 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역시 사람과 환경은 정말 중요하다. 맹모삼천지교가 수천 년이 흘러도 진리인 이유. 



1. 상사 설득하기 


다음 회사 입사일은 정해졌고, 이제 퇴사 프로세스만 거치면 된다. 사내 행정면에서 퇴사 프로세스를 시작하려면, 부서장을 승인자로 설정해서 사내 시스템에 워크플로우를 신청해야 한다. 그러니 퇴사 의사가 분명하고 갈 곳도 정해진 상황에서 퇴사 의사를 밝힐 제일 첫번째 대상은 그 부서장 되시겠다. 2년 전 프로젝트에서 신세를 많이 진, 꽤나 친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 님이라, 상담이 있다는 명목으로 연락해서 15분 Teams 콜을 잡았다. 금요일 오후였다. 바쁘신 분이라 15분 안에 얘기 끝내야지 했다. 그런데,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니 돌아온 대답은 


리세션 올 텐데 괜찮겠어? 내년 초까지는 상황을 좀 두고 보는게 좋지 않을까? 

올 초부터 사실 계속 리세션은 올 거라 생각해왔지만 퇴사 과정에서 이런 코멘트를 들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런 거시적인 얘기를 하기에 15분은 지나치게 짧았기에 의미 없는 대화가 몇 분 간 오가다가 결국, 주말에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보고 주초에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찬찬히 생각을 정리했다. 


리세션은 온다. 이 회사에 남든, 새로운 회사로 옮기든 리세션은 온다. 리스크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작은 회사는 큰 회사보다 리세션에 취약한가?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 

리세션으로 회사가 휘청거릴 때, 스탭을 먼저 자를 것인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직 (본격적으로) 오지도 않은 리세션 때문에 좋은 기회를 걷어차고 현 상황을 유지할 것인가? NO


이렇게 결론을 짓고, 그렇다면 포인트는 퇴사하고 그 회사에 가려는 이유라는 생각으로 재면담에 임했다. Teams 콜이 시작되고,  


퇴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면 어쩔 수 없지. 내년에 한국이랑 큰 프로젝트가 있어서 거기서 활약해주길 바랬는데 아쉽네 

우리 팀 소중한 리소스 채가는 거니까 잘 대해주라고 전해줘 (새로운 회사 사장님이 지금 회사 출신이라 서로 잘 아는 상황)

정 아니다 싶으면 연락해. 리세션 때문에 채용 중지할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살짝 빈말일 수도 있겠지만, 컨설팅 시장에서 채용 후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게다가 실력이 검증된 리소스는 어딜 가나 환영받는 상황이기에 100% 빈말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엔 좋은 회사일 수도 있지만, 그만두는 이유가 아주 명확하기에 아마도 돌아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도 이렇게 마음 한 켠 든든한 "비빌 언덕"을 만들어 놓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2. 유급휴가 소진하기 


입사월에 1년치 연차가 부여되는 시스템인데, 10월 입사자라서 올해 10월에 연차 19개가 부여된 상황. 혹여 월할로 써야하나 싶어서 인사팀에 물어보니, 부여된 연차는 그냥 다 써도 된단다. 덕분에 사용 가능한 연차가 31.5개인 상황이 되었다. 이 부분도 아주 운이 좋게도 이전 프로젝트가 끝나고 다음 프로젝트에 투입되길 기다리던 상황이었고, 새로 들어갈 프로젝트가 수주 단계여서 일주일 정도 시작일이 딜레이되었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기 전에 직속 상사에게 퇴사하겠다 보고하고 언제까지 어떤 형태로 일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최근 반 년 정도 같이 일했던 이 직속 상사분은 직급이 직급인지라 거의 휴가를 안/못 쓰는 상황인데, 그래서인지 본인은 40개 쌓여 있는 연차 쓰고 싶어도 못 쓰니까 그냥 퇴사하는 김에 다 쓰라고 하셨다. (자기는 이제 직급이 높아져서 이직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웬만한 곳은 아래 팀원들까지 데리고 가야지 혼자 가려고 하면 안 받아준다고..)


최종적으로 3주 정도 다른 프로젝트 서포트 역할로 일을 하고, 그 이후에는 연차를 소진하기로 얘기가 되었다. 합법적으로 7주 정도 쉬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4달 뒤로 밀린 프로젝트 회식,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2년 반 정도 뒤로 밀린 프로젝트 뒤풀이 파티가 연차 소진 기간에 예정되어 있는데, 이 역시 최종출근일 이전이니 참석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 후자의 경우 내가 준비해야 하는 입장..)



3. 기타 행정처리 


지금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항들 외에도, 모든 것들이 다음 회사로 스무스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확인 또 확인이 필요하다. 타국에서 비자 받아서 생활하는 처지이니 뭐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꼼꼼함이 생명. 


근무처 변경신고 (중장기 체류비자를 취득해서 거주하는 외국인의 경우, 근무하는 회사가 바뀔 경우 신고가 필요. 인터넷으로 처리 가능해서 입국관리국까지 갈 필요 없음)

퇴직금 (없는 회사도 많다고 한다. 한국보다 소소한 금액일 듯)

퇴직연금

기업연금 (기본적으로 회사원들은 후생연금. 기업연금은 회사에 따라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기업연금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다음에 갈 회사가 기업연금이 없다면 탈퇴일시금을 받을 수 있다. 단, 가입기간 3년이상~10년미만인 경우에 한해. 만약 3년을 못 채우고 이직을 하게되는 경우 같은 기업연금기금에 가입된 회사로 이직하면 잔액이 이전되며 총 가입기간이 3년 넘을 경우 탈퇴일시금을 받을 수 있다.)

지금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항목들이 더 있을 수도? 


마지막 출근일이 11월 28일이니 그 때까지는 계속 신경써야 하겠지만, 대부분은 인사팀에서 연락오면 대응하는 항목이 많아서 일단은 홀가분하다!



다음 글은 다시 이직 프로세스로 돌아가서, 이직 시장에서의 리크루터(헤드헌터)에 대해서 써보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슬슬 환경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