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목적이 되는 직업은 많지 않다. 대개의 경우 언어는 도구에 불과하다. 그걸 착각하면 불행해질 수 있다. 특히 해외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도쿄에 살고 있으니 내가 보고 들은 케이스는 대부분 일본에 해외취업 해서 사는 한국인들 중 패배감에 절어 있거나 피해망상이 심한 경우였다. 처음엔 대체 왜 저러나, 한국이 진절머리 나도록 싫어서 혹은 한국에서 취업이 어려워서, 아니면 해외생활에 동경을 가지고 있는 케이스일 텐데, 대체 왜 저런 해외살이에 하등 도움 안 되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까 싶었다.
4년 넘게 살아보니 조금 알 것 같더라. 그 사람들은 현지 언어 능력이 달려서 (혹은 그렇다는 생각에 위축돼서)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능력만큼 활약하지 못하고 패배감과 열등감에 절어있는 거구나. 만약 내가 같은 조건으로 모국에서 취업했으면 대기업 취업해서 성과도 아주 잘 내고 승승장구 했을텐데. 근데 여기서 나는 외국인이고 생각하는 만큼 제대로 내 의견 말하기도 어렵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외국인이라서, 일본어를 잘 못 해서 안 들어주는 것만 같고. 대충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편으로는 항상 쪽바리니 뭐니 깔보던 나라에 막상 와보니 그게 아니더라 -선진국은 선진국이더라- 하는 걸 인정하지 못해서 억지로 정신승리 하려다 보니까 정신상태에 오류가 발생하는 케이스도 있는데 일단 이 글에선 패스)
언어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기에 기본적으로 문법이든 억양이든 본인이 불리한 상황이라는 생각에 위축되지 말고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되어야 그 언어로 무엇을 어떻게 전달해야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을지, 상대방에게 정보를 어떻게 캐내어서 나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을지 등등 더욱 고도의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건 얼마나 네이티브처럼 언어를 구사하는냐가 아니라 나 자신의 컨텐츠다.
물론 지금 처한 상황이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불편하다면 이직을 해보든 나라를 바꿔보든 한국으로 돌아가든 상황을 바꿔보려는 시도가 올바른 처방일 수 있다.
해외취업을 염두에 두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 부분도 꼭 고려해보시길 바란다. 어려서부터 바이링구얼로 자랐거나 취업하려는 나라에서 장기간 유학했거나, 그런 배경 없이는 사실 외국인이 현지에서 취업해서 “나 잘 먹고 잘 삽니다 행복해요” 상태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걸. 보이지 않는 산을 넘기 위해서는 본인의 마음가짐과 멘탈이 중요하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