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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날씨 Jul 25. 2019

운전면허 취득기 프롤로그

독학을 하려던 때도 있었다. 필기시험 문제집을 샀었다. 앞에 몇 장은 열의를 갖고 풀었는데, 아직 집 어딘가에 있을 노랗고 기다란 교재가 못생겨서였을까, 금방 하기 싫은 숙제가 되어버렸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봐도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시험은 너무 복잡해 보였고 그 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독학한 사람의 이야기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이러다가는 면허를 언제 딸지 장담할 수 없고, 스트레스받느니 돈을 쓰자, 자세히 떠 먹여주는 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그렇게 큰돈을 내는데 커리큘럼이 잘 짜여있겠지, 학원에서 하라는 대로만 따라가면 문제없이 딸 수 있겠지, 싶은 마음으로.


인터넷에서 다 알아보고 마음먹고 간 학원인데도 막상 백만 원에 달하는 수강료를 내려고 하니 마음이 자꾸 머뭇거렸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안내 데스크 위에 달린 팻말을 가리키며 재차 "대학원생은 할인 안 되나요?"라고 간절하게 물었다. 팻말에는 주변 대학과 협약을 맺고 수강료의 10%를 할인해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미리 모든 정보를 찾고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대학원생은 해당되지 않는 걸 알았고, 게다가 졸업까지 했는데도 미련이 남았다. 팔천 원이든 팔십만 원이든 상관하지 않는 신용카드는 팔천 원을 결제할 때와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소리로 무심히 긁혔다. 카드를 되돌려받으며 목표를 만들었다. 1. 재시험은 없다(시험 한 번에 5만 원이 넘었다). 2. 학원 방문은 최소 횟수로(가능한 한 최소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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