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미니멀리즘 에세이 번역 연재 #3
더욱 풍성한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기 위해, 미니멀리즘에 대한 해외 인기 에세이들을 번역해 싣고 있습니다.
물론 사이사이에 다시 필자 본인의 생각과 이야기도 쓰고 있고요.
※ 저는 전문 번역가가 아니기에 번역상 작은 오류들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해외 유명 미니멀리즘 에세이 번역 연재 #3
제목: 멀어질 준비를 한다는 것.
원제: THE THINGS WE ARE PREPARED TO WALK AWAY FROM
출처: http://www.theminimalists.com/walk-away/
"당신은 무엇으로부터 멀어질 준비 중인가?"
흔치 않은 이 질문은, 사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물음이다.
'만약 집이 불타고 있고, 그곳에 달려간 당신이 가장 중요한 딱 한 가지 만을 집어와야 한다면?' 이런 질문 놀이를 다들 해본 적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들 중 대부분은 살면서 화염 속으로 달려가지도 않고, 간다 하더라도 물질적인 무언가를 먼저 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대개는. 아마 대부분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나 애완동물의 안전을 확실히 해놓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이 안전하다면, 우리는 그때서야 대체 불가능한 성격의 물건들을 집어올 것이다. 사진첩들이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 가족 유품 등등? 그 외 다른 모든 것들은 커다란 화재 속에서 소실될 수밖에.
하지만 이 상황을 조금 다르게, 한 걸음 더 나아간 상황으로 가정해보자. 영화 ‘히트HEAT’에서 닐 멕컬리(Neil McCauley - 로버트 드 니로 演)가 이렇게 말했다. "위험이 느껴질 때 단 30초 안에 털고 나올 자신이 없는 것들에는 마음 두지 마라.” 비록 내 인생은 영화 속 악역인 멕컬리와는 영 딴판이지만, 나는 그 생각에 공감한다. 스스로가 인생에 들여오는 것들을 생각해보라. 물질적인 소유물이나, 생각들, 습관들,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영화처럼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나는 그것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것로만 채운다는 뜻이다.
남들은 아마 이런 사고방식이 무식하고 매정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정반대로 말하겠다. 언제든 무언가를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은, 그것을 관리하고 다루는 것에 있어서 가장 높은 경지이다. 새로운 물건을 하나 살 때, 나는 그 물건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언제든 그것으로부터 멀어질 능력이라는 건, 결국 내 소유물로부터 지나친 애착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겠다. 물건에 얽매이지 않는 것은 우리의 삶을 놀랍도록 유연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여유 공간은 ‘기회’로 채워진다.
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새 습관을 내 인생으로 끌어온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그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그런 새로움이 내 인생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이런 새로운 생각들과 습관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사고방식은 변해가고, 그러면서 향상되고, 확장된다. 마찬가지로 내 행동 패턴도 새로운 습관에 따라 바뀌고, 내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여태 말한 ‘도망치기 위한 준비’라는 아이디어도 마찬가지. 우리의 인생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욕심에 나온 것이겠지 싶다. 우리는 끊임없이, 보다 좋은 버전의 자신으로 업데이트하길 원하니까.
나만의 세계에 새로운 인간관계가 다가오는 상황도 있을 것이다. 새로이 만난 그들의 사랑과 존중, 그리고 친절함을 내가 얻어내야만 한다는 걸 물론 알고 있다. 반대로 그 사람들이 내게 요구하는 도움이나 이해 따위를 내가 베풀지 않으면, 그들이 나에게서 멀어질 것도 알고 있다. 이건 관계 유지를 위해 서로가 반드시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로의 요구사항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이해해야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의 법칙을 알고 있어야 한다. 사랑과 이해, 보살핌, 소통은 신뢰를 기반으로 세워진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신뢰는 오래 갈수록 굳건해진다는 것 까지도.
그러나 관계로부터 '멀어지려는 의지'가 실제로 그 관계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일단 들어보시라. 인간관계가 반드시 유지되어야만 한다는 의무심에 종속된 관계는 사실 그렇게 진실된 관계는 아니다. 마치 지나친 종교심에서 비롯된 가짜 충성심 같은 거랄까. 물론 명백한 예외사항도 존재한다. 우리가 쉽게 끊어버릴 수 없는 관계들 : 결혼이나 비즈니스 파트너, 카드 빚을 갚게 해주는 직장, 그리고 종교적인 신앙. 핵심은 이런 불가피한 관계들을 내 인생에 가능한 한 적게 두는 것이다.
물론 이런 예외들조차, 모두의 예외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결혼도 종종 쫑난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일에서도 은퇴해야 하고 종교 신념까지도 조금씩은 변하는 게 인간이다. 여태 설명해온 '30초 안에 물건들로부터 멀어지기'를 설령 안 지키고 산다고 해도 상관없다. 우리는 자기 삶에 무가치한 것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기 마련이니까. (무가치한 걸 떠나서, 우리 삶의 에너지를 쪽쪽 빨아먹는 나쁜 것으로 변할 때도 있다. 이 상황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내 인생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나는 곰곰이 따져본다. 만약 내 집이 불타버려도 그 집에는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소중한 무언가는 없다. 내 모든 사진들은 스캔되어 있고 중요한 문서들은 모조리 백업되어있다. 사실 모든 ‘물건'들이란, 내게 있어 그렇게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내게 밀접한 모든 것에 대해서조차 나는 경계하는 편이다. 심지어 우리의 웹사이트와, 이런 미니멀리즘 교육과, 글까지도 말이다. 이렇게 하는 게 내 인생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켜주고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향상시켜준다. 이 두 요소는 내 인생을 의미롭게 가득 채워주는 것들이다.
50년 전, 소설가 루이스C.S. Lewis가 “당신이 잃어버리는 그 무언가에, 당신 행복이 결정되도록 두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던가. 물질 만능주의와 상실에 대한 공포가 만연한 오늘날, 그의 일침은 어느 때보다 와 닿는다.
- By Joshua Fields Millb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