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준비하는 태도가 곧 학생을 대하는 태도
1. 나는 교사다. 교사는 수업을 한다. 수업을 준비할 때 교과서와 지도서를 참고한다. 수업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살핀다. 이때 참고하는 자료는 신뢰할만한 근거를 가진 것으로 한다. 아이들도 교사가 준비한 수업의 오류를 찾아내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2. 나는 강사이기도 하다. 가끔 강의를 한다. 강의를 준비할 때는 더욱 긴장한다. 학생들보다 더 풍부한 지식과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청중에 계실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인 또 확인하고 예시로 든 사례와 전달하려는 이론이 논리적 오류가 없는지 살핀다. 그래서 늘 떨리고 긴장된다.
3. 교육은 과학적 연구 결과를 후대에 전달한다. 하지만 학생에게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과학적 사고를 기르는데 교육의 목적이 있다. 교사가 준비한 수업의 오류를 지적하고 그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과학적 사고의 과정인 셈이다.
4. 따라서 수업의 오류는 교사와 학생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물론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은 교사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러나 매 순간 완벽할 수는 없으며 학생의 지적을 수용하고 보다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려는 노력은 교사를 성장시키며 이를 함께하는 학생 역시 학문을 대하는 태도를 얻게 되기 마련이다.
5. 수업은 퍼포먼스가 아니다. 학문이라는 도구를 통해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배우는 무대라고 나는 생각한다. 수업을 준비하며 오류가 없는지 검증하는 과정은 학생을 존중하는 태도이기도 하다. 오류로 가득한 수업은 학생을 기만하는 태도이며 이는 곧 타인의 삶을 가벼이 여기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6. 설민석의 퍼포먼스에 화를 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수업을 가벼이 여기는 태도를 통해 그의 강의를 듣는 수많은 청중의 삶을 기만하고 있으니까.
7. 이 시간에도 수업을 준비하며 수업 내용의 오류를 긴장하며 살피는 수많은 교사들과 강사들의 노고를 폄하하는 것 같아서. 그럴 필요 없다고. 거짓이면 어떠냐고. 열심히 준비한 당신의 수업보다 근거 없는 주장을 엮은 퍼포먼스가 더 가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