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믿고 따르는 선생님이 없거든
-아빠가 집에 있었으면 아마 양반이니 상놈이니 하며 아빠를 놀리는 친구를 만날 수 있었을까?
-아니.
-그래. 없었겠지. 아니다 어쩌면 그런 사람을 만났을지도 몰라.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으니까.
-하긴 또 생각해 보니 그렇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인가 보니까 정말 이상한 사람 많더라.
-근데 양반이니 상놈이니 하며 사람을 차별하는 것이 사람답지 못하다는 걸 배울 수 있었을까?
-책에서 배우지 않을까?
-그래. 책에서 배울 수 있었을지 몰라. 책에도 나오니까. 그런데 모든 책에 차별하는 것이 사람답지 못하다는 걸 알려줄까?
-아니. 그건 아니지.
-그럼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까?
-모든 책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지도 않으면 더 알 수 없겠네. 그럼 부모님들이 가르쳐 주면 되지 않을까?
-차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면, 그래서 양반과 상민을 가르는 행위가 차별이라는 걸 배우지 못한 부모들이 있다면 아이들 사이에 생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어른이 되면 다 아는 거 아니야?
-배우지 않았는데 알 수 있을까?
-그렇네. 차별해도 된다는 부모와 차별하면 안 된다는 부모들이 있을 수 있겠다.
- 차별하는 어른과 차별하지 않는 어른이 사이좋게 살 수 있을까?
-음... 어른이니까 사이좋게 지내지 않을까?
-아빠 생각에는 싸울 것 같은데?
-왜? 왜 싸워?
-왜 싸우냐고? 이유는 간단해.
-이유가 뭔데?
-어른들은 믿고 따르는 선생님이 없거든.
-그래서 어른들 마음대로 하니까?
-그렇지. 그래서 자기 고집대로 사는 거야. 아무리 네 말이 옳아도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어른들이 많잖아.
-근데 그런 건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고 배우잖아.
-하하. 거봐. 너도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