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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진홍 Oct 30. 2021

오징어게임 벌이는 치킨게임 전사들

"이제, 고민하자"

사담이지만 2021년 올해는 저에게 참 잊지못할 해인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기뻐해 주십시요. 유튜브 시대를 맞아 저도 유명인들만 겪는다는 저격이라는 것을 받아봤습니다. 쏘카 렌터카 사고와 관련해 사고가 경미하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으나 그 이야기는 쏙 빼고 보험약관 이야기만 하는 자동차 유튜버에게 저격을 당해 사진과 이름 등 신상이 다 털리는 한편, 모빌리티와 관련이 있는 한국의 모든 기업 관계자들에게 "자살하려면 저번에 보내줬던 그 뜨거운 자료는 꼭 폐기해라 난 본적 없는거다" "요즘 한강물 꽤 클린하다" "왜 그러고 사냐. 언젠가 사고 한 번 칠 줄 알았다" 등등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는 후문입니다.


가뜩이나 유튜버 팬들에게 조리돌림당하여 전두환급 장수티켓을 끊은 저는 그 아름다운 위로의 행렬에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따스한 위로를 건낸 분들의 이름을 빨간펜으로 적은 후 자정이 되어 우리집 공원 앞 낡은 오동나무에 박은 다음 오래오래 유병장수하라는 마음을 담아 한땀한땀 정성들여 망치질을 해드리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아. 난 한 80년 후에 천국갈 듯.


여기에 사실 몇몇 이야기거리가 더 있지만 재미없으니 각설하고, 뭐 욕 먹는 욕받이 인생을 사는 김에 또 한 번 욕먹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플랫폼 독과점 안돼!"를 외치면 플랫폼 독과점 일진들이 순간 마법처럼 정지해 여의도로 달려가 고개를 숙인다는 이 엄혹한 시대에, 수수료 현실화라고 쓰고 인상이라 읽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오징어게임, 치킨게임
배달앱 시장이 치열합니다. 배달의민족은 여전히 탄탄하지만 GS 연합군이 된 요기요 아니 위대한 위 아니 위대한 탄생 아니아니 위대한 상상은 퀵커머스의 큰 그림까지 그리는 퍼즐이 되고 있습니다. 쿠팡이츠는 뭐 말해 뭐 하나요. 화끈합니다. 요즘.


문제는 싸움의 수준이지요.


사실 이들이 투닥투닥 아름답게 싸우면서 "고객님은 날 더 좋아해" "아냐. 사실 내가 더 찐이야" "뭐? 느그 고객 강남 살재? 내가 마 느그 고객한테 어제 밥 먹이고 커피도 같이 타주고 그랬어!"라며 앞다투어 서비스 증진에 나선다면 뭐가 문제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상황은 좀 위험합니다. 팬데믹에서 위드 코로나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무자비한 쩐의 전쟁이 벌어지는 한편 라이더가 부족해요. 그러니까 막 프로모션 가동합니다. 그러니 돈이 막 나가요. 이러다 다 죽는 판이죠. 최근 쿠팡이츠는 일부 지역에서 '슈퍼위크 이벤트'를 열고 피크타임 기준 건당 최대 2만4000원을 지급하고 또 6시~9시 사이 배달건에 대해 최대 1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까지 진행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지금의 싸움은 각자의 손을 떠난 일종의 통제불능이지요. 언제까지 배달앱춤만 추게 할꼬야. 단건배달도 하고 거점 사업도 해야지~ 미래 비전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라이더가 읍네? 펜데믹이네? 프로모션 돈 막 써야하네? 아, 이러다 다 죽겠네?


넷플릭스에 나오는 오징어게임 그 자체입니다. 어쩔 수 없는 지옥을 버티기 위해 죽고 죽이는 싸움에 나서게 된 건데, 그게 또 참가 서약을 할 수 밖에 없는. 라이더 프로모션 펑펑 해야 하는 싸움에 나서게 된 건데, 포기할 수는 없어요. 단건배달과 같은 미래 비전을 포기하는 순간 내동댕이쳐지는 것은 지옥이니까.


'치킨'을 끊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해 탄생한 배달앱들이 출혈경쟁의 대명사인 '치킨게임'을 벌이다 이제는 포기할 수 없으면서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오징어게임'에 나서고 있습니다.

문제 해결은 수수료 현실화다
이 미친 오징어게임을 이기는 치킨게임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몰라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이기는 편 우리편이지. 다만 극단적인 시장 재편 등을 고민하기 전 한 가지 전제할 시나리오는 하나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봅시다. 싸우면 싸울수록 죽는다는 배달앱 플랫폼. 근데 뭐 냉정하게 말하면 그들의 문제지요. 알아서 잘 하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애네들이 싸우다 누구 하나 죽어나가면 그 다음은? 플랫폼 일진 시대입니다. 그게 고객한테 좋을까요? 그때가 되면 "플랫폼 갑질 멈춰!"라고 외쳐도 계네들은 우리보다 여의도로 가서 고개만 한 번 숙이고 말걸요?


그렇다면 고객 입장에서 제일 좋은건...음...처절하게 싸우다 그들끼리 막 죽고 그러지 말고. 싸움의 수위를 조금 낮춰서 최대한 그들끼리 고객 서비스 만족을 위한 경쟁을 하는 싸움의 수준이 맞춰지는 겁니다. 뭐 언젠가는 일진 하나만 나올 수 있겠으나. 그때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지금 이 글을 마치고 치킨 하나 땡겨갈 저에게 제일 유리하다는 거죠.


그러면 배달앱 플랫폼들의 미친 출혈을 좀 멈추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좀 애매해요. 세금으로 지원한다? 미쳤습니까 휴먼? 싸우지 말라고 각 대표들을 술자리로 불러 화해시킨다? 말은 통할까? 아니면 요즘 귀요미의 화신으로 부상하고 있는 최진홍 기자를 불러 각 플랫폼에 파견시켜 요즘 안국동의 화제로 부상한 지농이 제로투 댄스를 그들의 사옥 앞에서 추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각 플랫폼 사업자들의 전투의지를 녹아내리게 한다? 지금으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지만 이 방식은 세계평화가 위기에 닥쳤을 때 써야하는 인류의 비밀무기라 일단 UN이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수수료 이슈를 한 번 건들어 보는건 어떨까요? 자. 이 미친 놈이 니가 내 치킨값 대신 내줄거냐라며 욕하시기 전 제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고 치킨 시켜주십시요(?) 양념반 간장반으로 강서구 우림필유아파...아닙니다. 그냥 진정하시고 한번 따져보자고요.


일단 싸움의 수준을 적절하게 맞추기 위해 플랫폼의 숨통을 좀 틔워주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특혜를 줄 수는 없는 법 아닙니까? 그렇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그들의 숨통을 틔워야 하는데 그게 수수료 현실화입니다.


왜냐고요? 최근 미국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한 외식업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으나 현지 배달앱 1,2위 업체인 도어대시와 그럽허브의 기존 수수료는 각각 15~30%(상품별 상이), 20% 수준에 이릅니다. 타 배달업체들 역시 기존 20~30%대의 수수료 적용하지요. 일본도 우버이츠는 수수료 35%, 데마에칸은 30%의 수수료 입점업체에 부과합니다. 배달의민족 베트남 사업(BAEMIN)도 기본 수수료는 25%이고,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와 함께 진출한 일본(푸드판다) 역시 수수료가 30%대입니다.


반면 국내 배달앱은 주문중개 방식 및 광고상품에 따라 6.8%~15%의 낮은 수수료 체계가 형성돼 있습니다. 미국 수수료 상한제를 감안하더라도 해외 평균의 절반 수준. 네. 이거 너무 낮아요. 이거 현실화시켜 숨통을 트인다면 좀 뭔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은 "뭔 개솔? 요즘 배달비 졸 비싼데 짱남. 근데 수수료를 올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그러나 라이더 품귀에 따른 프로모션 비용 등을 고려해보고 추후 수수료 현실화가 됐을 때 플랫폼이 전체 배달비를 낮추는 방안은 어떨까요. 만약 수수료 현실화가 가능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각 배달앱과 협약을 맺어도 되겠군요.

볼드모트와 마주하라
플랫폼 일진 논란이 여전하고 아직 대선 안끝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수료 현실화 이야기를 하면 위험하지요. 모두가 입에도 올리기 어려워하는 볼드모트의 이름으로 유로비트 36박자의 힙합가사를 쓰는 것 만큼 위험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좀 살아야, 우리가 그 플랫폼을 쓸 것인지 쓰지 않을 것인지 최소한 선택할 수 있지 않알까요? 이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얌샘이들이 나오면 그건 그대로 처리해나가면 됩니다. 아직 우리집 앞 오동나무에 이름 박을 곳 많아요.


무조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위대한 탄생 아니 위대한 상상을 살려주자! 아닙니다. 플랫폼을 불로소득으로 연명한다고 보는 그릇된 가치관과, "이모 여기 서비스요!"를 당당하게 말하는 이들의 관념 너머에는 플랫폼의 생존이 시대의 흐름을 때로 개척할 수 있다는 당연한 상식이 없어보여 안타깝습니다. 혜택을 주지 않겠다면, 좀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도 바로잡게 만들어 우리에게 뭔가 보여주게는 할 기회는 주자는 거죠.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이 기사에도 담았으니 시간 남으시면 한번 감상해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저는. 이만. 이게 머선129? 이건 그냥 요즘 유행한다길래 한번 써봤습니다. 그럼., 진짜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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