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휘웅 Jun 21. 2024

와인 시장 규모는 작은가 큰가?

와인 시장 규모를 매일 숫자로 이야기 하다 보니, 사람들의 뇌리에 잘 박히지 않는 것 같다. 오늘 이 글은 와인시장이 어떤 위치에 있고,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좀 써볼까 한다.(물론 주변에서 날더러 와인 사업을 왜 안하느냐 묻는데 거기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우선 2021년 기준으로 내가 추정한 와인시장 규모는 1.9조다. 소매가 및 기타 파생 시장을 전반적으로 고려했을 때 규모로 보는 것이다. 2023년에는 이보다 많이 줄어서 국세청 통계가 나와야 하겠으나 약 1.6조원 가량이 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뭔가 큰 숫자가 오고 가니 별로 느낌이 없을 듯 하다. 그러면 다른 분야랑 같이 계산해보자. 2021년 기준 국내 냉동식품 시장 규모는 3조449억원으로 2017년 2조2249억에 비해 36.9% 성장했다.(출처: 통계청 머니투데이) 와인 시장의 약 2배 되는 셈이다. 그러면 다른 시장들을 좀 살펴보자.   

  

2023년 한국 스타벅스 매출이 2조9295억원이다.(출처: 한국경제신문) 스타벅스의 규모가 냉동식품규모에 육박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라면은 어떨까? 2021년 기준 한국의 라면 시장 규모는 2조5232억원이다.(출처: 머니투데이)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숫자의 추세다. 2018년 한국의 라면시장 규모가 2조3331억원이었는데 201년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다. 이는 대한민국 인구 5200만 기준으로 보았을 때 먹는 라면의 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라면 시장은 2조 5천억 전후를 오갈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라면 시장이 연 평균 10%씩 성장하려면 전 국민이 매일 아침 라면을 하나씩 먹는 일이 생겨야 할 것인데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맥주는 어떨까? 2016년 기준 국내 맥주 시장은 2조 8100억원 정도로 추산했는데(출처: 머니투데이), 주목할 부분은 국산 맥주의 규모는 계속 2조1천억원대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발에 걸리도록 많이 보이는 술이 맥주인데 국내 생산분의 규모는 정체해 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추세를 보야아 하는데 대한민국 인구가 마실 수 있는 국산 맥주의 규모는 이미 완성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보니 줄어들기는 하였으나 와인 시장의 규모 1.6조(2023년 예상)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크기나 중량에 비해서는 그 부가가치가 꽤나 높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를 우리의 급여와 함께 역산해보자. 냉동 만두 하나는 통상 마트에서 8~9000원(묶음 기준) 정도에 판매된다. 여기서 인건비가 10% 정도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가격을 9,000원이라 가정한다면 냉동 만두 한 묶음 팔았을 때 900원으로 가정하자. 2023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시급 9620원이니, 월급 기준으로는 2,010,580원이다. 여기에 4대보험 기업부담금, 퇴직급여 충당금 등 여러 비용도 있겠으나 순수 월급을 주기 위해서 이를 900원으로 나눠보자. 1인 급여를 주기 위해서는 냉동 만두 2,234세트를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900원이 남는 와인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최저임금으로 1인의 급여를 주기 위해서 와인 2,234병을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스로 계산하면 186상자에 해당된다.     


그런데 직원이 어디 한 명인가? 그리고 최저임금만 주면 되는가? 여기에 여러 복지 비용도 필요하고 앞서 이야기 한 필수 비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와인 1병에 9,000원을 남긴다고 하면 저 숫자를 1/10로 줄이면 된다. 각각 숫자가 223병, 18상자에 해당된다. 그런데 나가서 와인 223병 팔아오라 하면 쉽게 되겠는가? 그리고 이 숫자가 직원 최저임금 1인에 해당되는데 말이다. 와인 회사의 영업사원들은 매일 자신에게 할당된 영업실적과 싸움해야 할 것이고 마케팅에 온 힘을 기울여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지만 이렇게 돈 버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남에게 월급을 준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내가 와인분야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6년 내가 한 디저트 기업의 자문을 해준 적이 있다. 연 매출 600억의 기업을 일구기 위해서는 하루에 40만 개의 구움과자를 전국적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숫자가 나왔다. 그래서 이를 대표에게 보고하고 일단 이 수치는 불가능하거나 중국이나 다른 나라로 진출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국내 인구는 5200만이고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소비자의 소비 패턴이 계속 바뀔 것이다. 지금의 와인 시장이 작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 시장이 어떤 형태가 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고급화 되는 것은 명백하나, 그 방향성, 내부 시장의 정밀한 분석은 앞으로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규모의 시장을 일궈온 여러 와인업계 종사자들, 그리고 엔드포인트에 있는 호레카 종사자들 모든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다른 산업군에 비견되는 좋은 성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 지금 시장 규모가 줄었으나 우리 규모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는 작은 위로와 함께 업계의 선전을 기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입와인시장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징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