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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휘웅 Aug 18. 2024

월별 통관 데이터로 살짝보는 와인 시장

덥다. 너무 덥다. 덥다고 계속 이야기 하면 이 글을 읽는 독자도 더 더워질 것 같으니 덥다는 말은 그만 하고 글로 들어가야 겠으나, 한 번만 더 이야기 하겠다. 더우니 와인을 마셔도 영 그 맛이 나지 않는다. 와인도 지치는 것일까? 여름은 사람도 지치지만 와인도 지치는지 정말로 제대로 된 맛을 느끼기 어려운 계절이다. 아무리 시원하게 만들어도 금방 온도가 높아지고, 시원하게 만들었던 와인은 밖에 꺼내두면 습도와 맞물려서 라벨이 금방 눅눅해진다. 이래저래 와인 마시기 어려운 때이다. 그러다 보니 와인 업계에서 여름은 매출 최악의 시즌이라고들 한다. 게다가 2024년의 경우 올림픽이라는 요소까지 있으니 수입업계 전체에는 더 악재라고들 에둘러 이야기 한다. 나부터도 여름에는 맥주나 시원한 탄산수가 더 입에 맞다. 와인을 마시면 맛은 좋으나 봄, 가을, 겨울같은 칼칼한 느낌이 없다. 자연스레 와인 주문량이 줄어든다.


그러면 실제 숫자로도 매출이 줄어들까? 내가 수입사의 매출 규모를 다 보기에는 업계 종사자가 아니니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보는 방법이 가장 최선일 것이다. 내가 가진 재주를 바탕으로 이 단순한 숫자를 들여다보겠다. 숫자로 보았자 감이 잘 오지 않을 터이니, 연도 기준, 월 기준으로 비율을 살펴보면 느낌이 올 것 같다. 2000년~2023년까지 전체 와인 통계를 월별로 합산하고 이를 전체 값에서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글을 쓸 때 여름철 수입 물량이나 금액이 실제로 적을까에 대한 궁금증이었으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새롭고 흥미로운 정보들이 속속 발견되어서 제목과 내용을 상당 부분 변경하였다.


여름은 비수기가 아니다


우선 그림1을 보자. 월별 통관 금액이나 물량 비율에 있어서 가장 적은 시기는 2월이다. 연말이나 겨울이 될수록 물량이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여름이 특징적으로 명확하게 줄어들거나 5~6월 동안 명확하게 물량이 줄어든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8월인데, 추석 선물세트 등을 위하여 통관하는 물량이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역시 한국 수입와인 시장에서 명절은 제일 중요한 시기다. 12~1월에 물량이 늘어나는 것 역시 소비도 많을 뿐만 아니라 선물세트 두 가지 요인이 겹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림 1. 전체 월별 수입/물량 비율 추세 비교


역시 겨울은 스파클링의 계절?


레드, 화이트의 경우에는 전체적인 월별 통관 분포가 총 합계 분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스파클링의 경우에는 다른 통계 패턴을 보여주었다. 원래 공식과 같이 겨울이 될수록 명확하게 금액, 물량 모두 늘어나는 추세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여름철 시즌으로 볼 수 있는 5, 6, 7월에 상당한 물량이 통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여름도 스파클링의 계절이다.


그림 2. 프랑스 스파클링 와인 월별 추세 비교


여기서 재미있는 통계가 하나 더 있다. 스파클링의 9월 통관이 비교적 적으나 금액은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를 금액과 케이스로 나눈 값(나는 이 수치를 가격 인덱스라 부르고 있다)으로 살펴보았다. 9월에 유달리 높은 가격대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시기에 겨울 시장을 목표로 한 고급 샴페인들의 입고가 시작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때를 기점으로 9~11월동안 금액이 줄어들기는 하나 샴페인의 집중 수입시기라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림 3. 프랑스 스파클링 월별 가격 인덱스



명절은 역시 중요한 시장


그리고 명절 선물과 관련된 재미있는 통계도 확인할 수 있었다. 프랑스 레드 와인의 월별 통관 금액과 물량 비율을 살펴보았다. 앞서 이야기 한 바와 비슷한 시기(1월, 8월)에 유달리 그 물량과 금액이 솟아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랑스 와인에 있어서 명절 선물세트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4. 프랑스 레드 와인 월별 추세 비교


여러 국가별로 수입물량과 금액을 비교해 보았을 때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는 국가는 스페인이었다. 스페인 역시 8월과 겨울 시즌에 많은 물량이 수입되었는데 이 역시 명절 선물세트와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측하건대 스페인은 저렴한 가격대의 선물세트, 프랑스는 고급 선물세트 물량으로 선호되는 것 같다.


그림 5. 스페인 레드 와인 월별 추세 비교


그렇다면 칠레는 어떨까? 차트로는 큰 의미가 없어서 참조하지는 않는다. 다만 칠레는 기본적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많고 레드 와인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명절이라고 해서 특징적으로 통계 수치에 영향을 크게 주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된다. 기존에 보유중인 물량으로 충분히 명절 수요를 수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큰 편차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결언


시장 상황이 매우 어렵고 큰 수입사들의 체인점 중에서도 영업 종료 클리어런스 세일 공지가 뜨는 경우가 보이고 있다. 와인 아울렛에서 세일 행사를 하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지금 와인 가격을 보면 한국이 외국보다 더 싸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훨씬 많다. 해외는 해외 대로 생산지의 와인 소비가 줄어서 적극적으로 수출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수입사는 수입사 대로 자금을 회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물량을 유통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술을 적게 마시는 트렌드에 맞추어 와인 업계 전체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일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더운 여름이 영원하지 않듯, 어려운 시기가 가면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만찬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때를 기다리며 무더운 여름날을 열심히 극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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