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느끼는 것은, 통계와 내 체감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장 믿지 않는 통계정보 중 하나가 아마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일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분명히 내 주머니 사정, 내 매출은 늘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성장했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가 상승률도 마찬가지다. 통계에서는 2% 이내로 성장했다고 하는데 마트나 슈퍼에 가서 야채 하나 집기가 두려울 정도로 가격이 오른다고 느껴진다. 이는 통계의 경우 전체를 숫자로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자르거나 다듬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와인 시장의 통계도 마찬가지다. 분명히 내가 팔고 있는 와인의 매출은 이전에 대비해 50% 가량 줄었는데, 시장 수치는 물량이나 금액이 그렇게 줄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울수 없다. 왜 내 와인 매출만 늘어나지 않는가? 사실 통계라는 것은 한 편으로 편리한 면도 있지만 현실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도 있다. 내 직업이 인공지능 분야다 보니 시스템의 정확도를 설명할 때에도 여러 가지 통계적 조정 작업(이렇게 쓰지만 장난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 같다)을 거친다.
97%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시스템이 있다고 해보자. 거꾸로 생각해보면 3%의 오류가 있다는 말도 된다. 이 시스템이 성능 개선을 거쳐서 정확도가 97%에서 98%가 되었다면 정확도는 1%가 늘어났다. 성능 개선률은 1.03%다. 그런데 오류의 관점으로 시선을 바꿔보자. 오류는 3%에서 2%가 되었다. 오류가 개선된 것은 무려 33.3%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시스템의 성능을 설명할 때 정확도를 선호할까, 오류율을 선호할까? 당연히 오류율일 것이다. 물론 지금은 F1 점수나 ROUGE 점수라는 거의 표준화된 점수 기준이 있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 시장에 이러한 표준 평가 기준이라는 것이 있던가? 그렇기에 우리가 느끼는 바는 훨씬 다를 수밖에 없다.
통계에서 착시가 일어나는 이유는 또 하나가 있다. 재고와 소비 시점 사이의 기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와인 시장 통계의 경우 통관 시점 정보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즉, 수입사의 창고에 들어가는 시점의 통계인 셈이다. 그런데 만약 시장에서 물량이 제대로 소비되지 못하고 창고에 쌓이게 된다면 그 물량은 창고에 고스란히 쌓인다. 수입사들은 거래선을 잃지 않기 위하여 핵심 와인들에 대해서는 계속 입고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남는 일부 특수한 와인이나 고가 와인들은 창고에 쌓인다. 이 와인들은 통계에는 잡히나 시장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 둘 사이의 간극이 기본적으로는 3~4개월 가량 된다고 추정하며(이 생각에 증거는 없고 개인적 견해다. 명확한 통계를 내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매점으로 유통되는 와인들은 통계에서 느끼는 것과는 상당부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체감하는 시장의 변동 폭을 어떻게 보는 것이 좋을까? 일반적으로 통계 수치에 1.5~2배를 곱한 값이 체감하는 수치라 생각한다. 2023년 시장이 2022년 대비 물량 기준 25% 가량, 금액은 14% 가량 줄었으니 업장에 따라서 물량은 최대 50%, 매출은 3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여기서 또 하나 고려해야 하는 점은 입고 가격의 상승 대비 매출에 반영을 못하는 것이다. 경쟁이 심하기도 하고, 소비자들이 와인 가격 정보에 매우 민감하다 보니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없다. 그러나 입고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입장에서 올리지 않을 수도 없다. 결국 희생할 것은 수익성인데, 매출액 대비 원가와 비용 부담이 높아져서 실제 체감하는 수익성은 더욱 곤두박질 쳤을 것이라 생각한다.
통계는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여주지만 현실은 지옥도다. 계속 통계적인 관점에서 이야기 하자면, 시장이 바닥에서 약간씩 회복될 기미를 보여주고 있으니, “이 것 또한 곧 지나가리라”하는 말과 같이 모든 이들에게 좋은 날이 온다는 것을 확신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