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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Mar 25. 2024

반도체 벨트와 총선

[3월 5주차]#반도체 #총선 #메가시티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이 17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종 공약이 난무하는 가운데 ICT 분야에서는 반도체 공약이 눈에 띕니다.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반도체 패권 경쟁에 부응하는 정책 행보죠.


반도체 공약은 국내 반도체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관련 지역발전과도 연계된 내용이 많은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공약인지 비교해서 살펴보고, 반도체 공약에 담긴 정치적 의도를 분석했습니다.


여야 모두 외치는 '반도체 발전'

크게 아쉬운 지원 규모와 의지

함께 외친 '반도체 메가시티' 조성

23석 걸린 반도체 벨트… 4년 전 민주당 '초강세'

반도체주 투자자 표심잡기 의도도 반영  



여야 모두 외치는 '반도체 발전'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지만, '반도체 발전'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여야 모두 "반도체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는데요. 정치권이 AI 시대의 근간으로 거듭난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참 다행이네요.


국민의힘은 반도체 기업의 신규 시설투자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보조금 지급 규모는 '주요 경쟁국에 대응하는 수준'인데요. 미국은 2027년까지 75조원,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62조원, 일본은 투자금액의 40%가 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 대응하려면 수십조원이 필요할 텐데, 국민의힘의 보조금 공약에는 대략적인 예산 추산조차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반도체 기업 지원 공약을 내놨는데요.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이 아닌 세제 혜택 확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일몰 기한(2024년)을 연장하고, R&D 장비와 중고 장비 구매도 시설투자로 보고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했죠. 민주당 방식은 세금을 줄여주는 간접 지원 방식이어서 경쟁국에 비해 소극적인 정책으로 느껴집니다. 지난해 3월 조례특례제한법 개정으로 대기업의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공제율 15%가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크게 아쉬운 지원 규모와 의지


반도체 인프라 확충, R&D 지원 확대, 맞춤형 인력 양성 등은 여야의 공통된 약속입니다.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면 방법론에서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지만 방향성은 동일합니다. 다만 여야 공약 모두 전폭적인 지원을 원하는 반도체 업계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합니다. 반도체 선진국들이 벌이는 '머니 전쟁'에 참전했다고 말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죠.


최근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 인텔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보조금(직접 보조금+대출)은 195억달러(26조원)에 달합니다. 당초 예상보다 2배 많은 규모죠. 삼성전자는 보조금 60억달러를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인텔의 30%에 불과합니다. 미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자국 기업 몰아주기에 나선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직접 보조금 지급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조차 형성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인텔을 앞세운 미국의 반도체 전략을 정리한 티타임즈 영상을 공유합니다.



함께 외친 '반도체 메가시티' 조성


여야 반도체 공약은 '반도체 벨트'로 불리는 경기 남·동부 지역발전과 연계된 공통점이 있습니다. 경기 남부 지역구에 출마하는 국민의힘 후보들은 22대 국회가 열리면 '반도체 메가시티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반도체특별법에는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한 메가시티를 만들어 세계적인 반도체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내용을 담을 예정입니다. 수원·성남·용인·화성·오산·평택·이천·안성의 반도체 메가시티 지정과 규제 완화 및 인허가 패스트트랙 도입을 위한 법적 기반으로 기능합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별 구체적인 반도체 인프라 조성 공약도 제시했죠.


민주당은 경기 남·동부를 '종합 반도체 메가시티'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시스템반도체, 첨단패키징, 반도체연구소 등 해당 지역에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를 갖추겠다는 구상이죠. 전국에 U자 모양으로 RE100(기업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는데요. 인천 앞바다-서남해-남해안(해상풍력 벨트), 경기도-남해안-영남내륙(태양광 벨트)을 잇는 산업 기반을 꾸리고, RE100을 충족하는 반도체 생산 구조를 확립하는 내용입니다.


여야 모두 반도체 벨트에 포함된 지역들을 메가시티로 묶어 집중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올해 초 정부가 제시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정책과 방향성이 일치합니다. 해당 정책은 2047년까지 622조원의 민간 투자를 통해 경기 남부에 16개 신규 팹(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내용입니다.



23석 걸린 반도체 벨트… 4년 전 민주당 '초강세'


국내 주요 팹이 위치한 경기 남·동부가 반도체 공약과 연계되는 건 당연합니다. 반도체 산업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고, 지역민심도 반도체 정책에 크게 반응합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패권 경쟁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이 지역에 갖춰진 반도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는 용인(기흥)·화성·평택, SK하이닉스는 이천 공장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죠.


정치적으로도 반도체 벨트는 중요합니다. 여야의 총선 승패를 결정할 핵심 지역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인데요. 반도체 벨트에 속한 경기 남·동부 선거구는 23개입니다. 국회 과반을 노리는 여야 모두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죠. 더군다나 이번 총선에서는 인구 증가로 화성과 평택에 걸린 의석이 1개씩 늘었습니다.


4년 전 총선 결과를 보면 반도체 벨트는 민주당 지지가 매우 강한 지역입니다. 21석 중 18석을 민주당이 가져갔습니다. 국민의힘은 수원(5석)과 화성(3석)에선 당선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했죠. 국민의힘은 참패의 재현을 막아야 하고, 민주당은 현재 의석을 최대한 수성해야 합니다. 지난 선거 결과를 보면 반도체 벨트에 속한 21개 선거구 중 11개(성남분당갑, 성남분당을, 평택갑·을, 시흥갑, 용인갑·병·정, 이천, 안성, 화성갑)에서 득표율 차이가 한 자릿수였는데요.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격전지입니다.



반도체주 투자자 표심잡기 의도도 반영


반도체 기업들이 개인투자자들의 주요 투자처라는 점도 여야가 경쟁적으로 반도체 공약을 쏟아낸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1400만명에 달하는 개인투자자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이기도 하죠.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주식 소유자는 521만명에 달합니다. 2위 카카오 186만명보다 주주가 3배 가량 많은 압도적인 1위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국내 주식 투자자 10명 중 4명이 삼성전자 주주인 거죠.


현재 국내 시가총액 2위는 SK하이닉스입니다. 반도체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471조원)와 SK하이닉스(124조원)의 합산 시총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에 달합니다. 이처럼 국내 증시에서 두 회사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투자자 여론을 반도체 뉴스에 좌우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업종뿐 아니라 코스피 향방에도 영향을 미쳐서죠.


AI 반도체 열풍을 타고 급등한 엔비디아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장세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또 다른 국민주로 부상했습니다.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순매수 규모는 7억2134만달러(9707억원)에 달합니다. 해외 종목 중 순매수 1위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 도래, 미·중 갈등 장기화 등과 맞물린 반도체 패권 경쟁은 수십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도체를 주력 수출 상품으로 둔 우리나라의 명운을 결정할 변수입니다. 정치권이 극심한 갈등이 휩싸인 와중에도 반도체 경쟁력 강화 필요성에 공감한 점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22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합심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도약 기반을 만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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