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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Aug 19. 2024

되살아난 망사용료법

[8월 4주차]#망사용료 #과방위 #미국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구글과 넷플릭스, 메타 등 대형 CP(콘텐츠제공업체)의 망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망사용료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습니다. 지난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됐던 주요 ICT 법안 중 하나라서 관련 기업들의 이목이 쏠리는데요. 현재로선 실질적인 입법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법안 심사를 가로막는 여러 난관이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아직까지는 재발의된 사실만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죠.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지난 사례를 되돌아보면서 망사용료법을 둘러싼 이슈를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되살아난 망사용료법… 구글·넷플릭스·메타 겨냥

법안만 내놨던 21대 국회… 합의로 끝난 넷플 소송

이번에도 '방치' 가능성 높은 이유는?

후폭풍 감당할 수 있을까?… 한국 철수 카드 꺼낼지도



되살아난 망사용료법… 구글·넷플릭스·메타 겨냥


21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 ICT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고 있는데요. 뜨거운 찬반 논쟁을 촉발했던 망사용료 지불 의무화 법안이 되살아났습니다. 해당 법안은 과방위 소속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인데요. 두 의원은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콘텐츠제공업체)가 국내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 이동통신사)와 자율적 협의에 의한 망사용료 지불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법 개정을 통해 국내 CP만 망사용료를 내는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를 밝혔죠.


개정안은 망사용료 계약 체결 거부와 불합리한 조건 또는 제한 부과 행위를 금지합니다. 현재 ISP와 CP 간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망사용료 계약을 법적 의무로 규정하는데요. 계약 체결 의무는 ISP와 대형 CP에 적용합니다. 대형 CP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넷플릭스법)를 부과하는 대상으로 구글과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가 해당합니다.


국내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는 해외 기업들을 직접 겨냥했죠. 구글과 넷플릭스, 메타의 국내 무선데이터 트래픽 비중은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개정안에는 망 이용 및 제공 현황 파악을 위해 과기부에 실태조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법안만 내놨던 21대 국회… 합의로 끝난 넷플 소송


김우영·이해민 의원의 망사용료 법안 내용은 과거 발의됐던 법안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요. 하지만 참고할 만한 과거 입법 논의 내용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당시 과방위는 7건에 달하는 망사용료 법안이 발의됐음에도 임기 4년 동안 딱 한 번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했습니다. 매년 국감에서 망사용료 문제를 주요 현안을 다룬 것에 비해서 실질적인 입법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망사용료 문제가 크게 불거진 계기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은 과방위가 소극적으로 대응한 배경으로 작용했는데요. 업계 관행이 ISP와 CP가 자율적으로 망사용료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여론이 형성됐었죠.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망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할 경우 지나친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에 휩싸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는 2심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합의로 분쟁을 끝냈습니다. 넷플릭스 결합 상품 출시와 같은 전략적 제휴 내용만 공개됐고 핵심 쟁점이었던 망사용료와 관련해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죠. "넷플릭스가 망사용료로 272억원을 지불하라"는 1심 판결의 의미가 퇴색됐고, 망사용료법 추진동력도 크게 상실됐습니다. 두 회사가 법정 다툼을 벌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업계 관행대로 자율적인 합의를 이뤘기 때문이죠. 망사용료 논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형 CP 5곳이 속한 인터넷기업협회는 망사용료법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사진: 인기협.


이번에도 '방치' 가능성 높은 이유는?


22대 국회에서는 망사용료법 입법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까요? 법안만 내놓고 방치하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당장 국회가 입법속도를 내야 할 만큼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여야 모두 망사용료법을 시급한 현안으로 보지 않아 당론도 없는 상황입니다. 장기간 반복적으로 불거진 이슈라서 주목도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과방위는 방송통신위원장 인선을 두고 극심한 정쟁에 휩싸여 입법 기능이 마비됐죠.


관계부처인 과기부와 방통위가 망사용료법 도입을 강하게 요청하는 상황도 아닙니다. 그랬으면 이미 정부안이 발의되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추진했겠죠. 16일 취임한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ISP와 해외 CP 간 망사용료 갈등에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사안"이라며 "양측의 대립을 해소하기 위해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망사용료법보단 계약 체결을 위한 중재 노력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국내 CP의 망사용료 역차별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지만, 야권의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죠.


정작 국내 CP들은 망사용료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입법 당위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인데요. 국내 CP들은 망사용료법이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보단 모든 CP에 망사용료를 강제하는 규제로 기능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망사용료법에는 망사용료 매출을 확대하려는 국내 ISP들의 논리만 강하게 반영됐다는 시각이죠. 나아가 CP 진영에 망 투자 비용을 분담시키려는 ISP 진영의 의도도 담겼다고 봅니다. 망사용료법 도입을 주장하는 ISP 진영과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릅니다.


2022년 구글이 집행한 망사용료법 반대 캠페인. /사진: 페이스북.


후폭풍 감당할 수 있을까?… 한국 철수 카드 꺼낼지도


미국 빅테크가 규제 타깃인 만큼 미국 재계와 정부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올해 2월 미국 상공회의소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려던 플랫폼경쟁촉진법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었는데요. 당시 플랫폼법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펼쳤는데, 망사용료법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할 수 있습니다. 미국 재계의 반발은 플랫폼법 추진이 무기한 미뤄진 이유 중 하나였죠.


지난해 말에는 게임방송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망사용료 비용이 과다하다며 갑작스럽게 한국에서 떠나겠다고 발표하는 일(실제로 올해 2월 말 서비스 종료)이 있었는데요. 망사용료법이 시행되는 상황을 맞으면 구글과 넷플릭스, 메타가 수천만명에 달하는 한국 사용자를 볼모로 트위치와 같은 행보에 나설 수 있습니다. 2009년 구글은 유튜브가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 도입 대상에 포함되자 유튜브 한국 사이트의 영상 업로드와 댓글 게재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맞선 적이 있죠.


국내 영상 콘텐츠 시장의 양대 축인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철수 또는 서비스 축소에 나선다면 트위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후폭풍이 휘몰아칠 겁니다. 아프리카TV와 치지직(네이버)이라는 대체제가 존재하는 게임방송 스트리밍 시장과 달리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대신할 수 있는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아서죠. 이미 해외 CP들은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여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습니다. 앞서 유명 유튜버들이 구글의 망사용료법 반대에 적극 동조한 모습에서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죠.


망사용료법에 담긴 내용은 매우 간단합니다. 하지만 법문 몇 줄이 국내 ICT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큽니다. 주요국 실정을 면밀하게 파악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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