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주차]#배달음식 #배민 #공정위
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주도한 배달음식 앱 상생협의체가 수수료 개선안을 도출했습니다. 거래액 순위에 따라 중개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식으로 내리되 배달비 상한을 높이는 내용인데요. 극심한 갈등 끝에 상생안을 마련한 점은 의미가 있지만, 일부 입점업체 단체가 반발하는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생안을 평가절하하며 입법 규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요. 실제 입법이 단행된다면 상생안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생안이 배달 앱 시장 판도에 가져올 여파와 공정위의 배민 반독점 조사에 미칠 영향에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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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앱 상생안 도출… 차등 수수료율·배달비 적용
상생안 도출 자체는 의미 있는 성과
입점업체 단체 4곳 중 2곳 반발… 끝나지 않은 갈등
배달 앱 시장 판도는?… 공정위 조사에 변수 되나
배달음식 앱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의 입점업체 수수료율이 인하됩니다. 올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출범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상생협)가 지난 14일 우여곡절 끝에 상생안을 도출했기 때문인데요. 다만 모든 입점업체 단체가 상생안에 동의한 건 아니어서 반쪽짜리 결과물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생안에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경우 거래액 기준으로 차등해서 중개수수료율과 배달비를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거래액 상위 30%: 수수료율 7.8%, 배달비 2400~3400원 △35~50%: 6.8%, 2100~3100원 △50~80%: 6.8%, 1900~2900원 △하위 20%: 2%, 1900~2900원으로 구분되는데요. 수수료율 9.8%, 배달비 1900~2900원인 현행 방식과 비교하면 수수료율은 2~7.8%p 내려가고, 배달비 상한은 500원 높아집니다. 상생안 적용 기간은 2025년부터 3년간입니다.
현행 수수료율인 요기요의 경우 배달은 4.7~9.7%, 포장은 2.7~7.7%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합니다. 거래액 하위 40%에 포함되는 입점업체에는 수수료의 20%를 자사 포인트로 돌려주기로 했죠.
상생안 시행으로 배달 앱들의 수수료 수익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추산하기 어렵습니다. 배달비의 경우 오히려 상한이 올라갔고, 수수료율 구간별로 전체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파악할 수 없어서죠. 무엇보다 가장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상위 25%의 비중이 중요합니다. 배달 앱들은 상생안에 따라 수수료 수익이 얼마나 줄어들지 내부적으로 계산해봤을 텐데요. 해당 내용을 상생협 회의에서 공유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 수수료 인하 효과를 떠나 상생안을 도출한 것만으로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전 사실 배달 앱과 입점업체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배달 앱들의 사업적 지향점이 달라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죠. 수수료에 대한 입법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자율적인 합의를 이뤄낸 점은 가치 있는 선례로 남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배민과 쿠팡이츠가 제시한 최종안은 직전 회의에서 내놓은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배민의 "쿠팡이츠도 동일한 수수료 체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건을 쿠팡이츠가 수용한 점은 높게 평가할 만합니다. 상생안 도출과 상관없이 수수료 체계 변경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요기요의 결정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죠.
정부 입장에서도 상당한 반발과 시간이 걸리는 입법 규제를 단행하지 않고 당사자 간 합의를 중재한 성과를 도출했습니다. 물론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거래 조건에 정부가 개입하는 부정적인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극심한 갈등이 벌어진 상황을 정부가 그대로 두고 보는 태도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공정위가 주도하지 않았다면 상생협과 같은 조직이 출범조차 못했을 테니까요.
상생안으로 배달 앱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된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입점업체 간 입장차가 불거지며 또 다른 갈등을 예고했죠. 상생협에 참여한 입점업체 단체는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인데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속한 외식산업협회와 가맹점주협의회는 상생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회의 도중 퇴장해버렸습니다. 가맹점주협의회는 수수료율 상한을 5%로 설정하자는 주장을 펼쳐왔죠.
가맹점주협의회는 15일 성명에서 "상생안은 입점업체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배달비 부담 완화를 외면하고 철저히 플랫폼 기업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안으로 결론이 났다"고 비판했는데요. 그러면서 "최초 논의 시작 전 수수료 6.8%보다 더 높은 7.8%를 상생안이라며 발표했다"며 "수수료 인하를 위해 출발한 상생협이 수수료를 1%p 더 높이고, 배달비용도 500원 추가 인상하는 안을 도출한 것"이라고 꼬집었죠.
상생협이 출범한 7월로 시계추를 돌리면 이들의 반발을 이해할 만합니다. 배민이 갑작스럽게 수수료율을 6.8%에서 9.8%로 3%p 높이면서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 쿠팡이츠와 요기요의 수수료율 인하를 가져왔지만, 배민은 기존보다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용자에게 월 3990원을 받는 '배민클럽' 유료화도 단행했죠.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상생안이 배민의 일방적인 수수료율 인상을 용인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할 만합니다. 물론 현행 법상 배달 앱의 수수료율 인하를 강제할 수 있는 규제 조항이 없다는 현실적 한계점을 잊어선 안 되겠지만요.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 상생안을 반쪽짜리로 규정하며 입법 규제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 대표는 "자율규제가 불가능하다면 결국 일정한 제재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런 상태를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죠. 민주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단독 법안 처리가 가능합니다. 실제 입법 작업에 나선다면 소상공인 권익 보호 활동을 펼치는 당내 기구인 을지로위원회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 같네요.
상생안에 따라 배민과 쿠팡이츠의 수수료 체계는 같아졌는데요. 상생안이 배달 앱 시장 판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이목이 쏠립니다. 여전히 배민은 배달 앱 시장에서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쿠팡이츠가 무서운 기세로 배민을 추격하고 있죠. 배민클럽 도입이 사용자 이탈을 불러왔고, 가장 먼저 무료배달을 선언한 쿠팡이츠의 선점 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0월 기준 사용자 수는 배민이 2207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쿠팡이츠는 883만명, 요기요는 497만명으로 배민과 격차가 큰데요. 1월 통계를 보면 배민 2245만명, 요기요 636만명, 쿠팡이츠 553만명으로 9개월 만에 쿠팡이츠 사용자가 300만명 넘게 늘었습니다. 사용자 격차는 1700만명에서 1300만명으로 줄었죠. 아직 차이가 크지만 요기요를 제친 쿠팡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결제금액의 경우 배민은 1조400억원에서 9131억원, 쿠팡이츠는 2700억원에서 497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수익성과 직결되는 결제금액에서는 쿠팡이츠의 추격이 더 빠르게 이뤄지고 있죠.
공정위가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반독점 조사에 미칠 영향도 궁금한데요. 우아한형제들은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을 포함한 가격남용, 자사우대, 최혜대우 요구 등 공정거래법을 여러 차례 어겼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입니다. 입점업체와 시민단체 신고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죠. 공정위는 상생안과 반독점 조사는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수수료 인상 행위 자체가 조사 대상이기 때문에 완전히 별건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일단 공정위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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