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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충격과 미중 갈등

[2월 2주차]#딥시크 #스타게이트 #AI

by 샤인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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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진욱 기자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중국 딥시크 충격을 미중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조명했습니다. AI 패권을 쥐기 위한 두 나라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비상한 대책을 강구해야만 하는 시점이죠.

구독자들께 죄송한 공지를 드리게 됐습니다. 오늘 레터를 마지막으로 와이파이레터를 종료합니다. 신상에 여러 변화가 생기면서 콘텐츠의 퀄리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정입니다. 2021년부터 4년 동안 레터를 운영할 수 있었던 동력은 구독자들의 응원과 격려였습니다. 진심을 담아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와이파이레터의 시즌1은 오늘로 막을 내리지만, ICT 시장에 대한 저의 탐구는 계속됩니다. 반드시 더 발전된 모습의 시즌2로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만날 그날까지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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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충격파에 흔들리는 미국 AI 패권

미국 반도체 수출 규제 안 먹혔나?

김빠진 트럼프의 스타게이트… 중국 고립 수단으로?

'자체 개발' 집착 놓는 네이버·카카오… '비상대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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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충격파에 흔들리는 미국 AI 패권


중국 인공지능(AI) 챗봇 '딥시크'가 터뜨린 충격파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AI 주도권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미국 AI 업계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는데요.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중국 스타트업이 보여준 탁월한 가성비는 미국 기업들이 AI 사업 전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근거였던 스케일링 법칙(학습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이 증가할수록 AI 모델 성능이 향상된다)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습니다.


딥시크의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은 2018년 시작된 미중 디커플링 시대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미국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던 신기술 패권 선점이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고조했기 때문이죠. 백악관은 딥시크가 국가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나섰습니다. 미 해군을 시작으로 국방부, 텍사스주 등이 딥시크 사용을 금지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판단에 따라 아예 미국에서 퇴출될 여지도 있습니다.


42718_2630199_1739104631205034449.jpg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 H100.


미국 반도체 수출 규제 안 먹혔나?


딥시크는 AI 챗봇 '딥시크 R1' 개발에 600만달러(약 87억원)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메타가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 '라마 3' 개발에 쏟아부은 비용의 10%에 불과합니다. 딥시크가 개발 비용을 과도하게 축소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데요. 반도체 연구·컨설팅업체 세미애널리시스는 딥시크가 AI 개발에 투입한 하드웨어 지출이 5억달러(7241억원)를 초과할 것이란 추산을 내놨습니다. 딥시크는 개발 비용 논란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죠.


미국 입장에서는 가성비를 떠나 중국 AI 스타트업이 오픈AI, 구글, 메타 등 빅테크에 버금가는 AI 기술력을 확보한 사실만으로 엄청난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동안 미국 정부가 중국으로 반도체 수출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렸는데, 결과적으로 중국 봉쇄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죠. 중국을 한 수 아래로 봤던 미국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요. 지난주 우리나라를 방문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폐쇄형 모델 대신 오픈소스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죠.


딥시크는 AI 개발에 엔비디아의 H800 2000여개를 활용했다고 밝혔는데요. H800은 미국 정부가 2022년 엔비디아의 주력 AI 반도체인 H100을 중국에 팔지 못하게 막자 대체품으로 내놓은 모델입니다. 성능은 H100의 절반 이하죠. 미국 정부는 2023년 H800 수출도 금지했는데요. 그러자 엔비디아는 성능을 더 떨어뜨린 H20을 개발에 중국에 팔았죠. 결과적으로 H800 수출이 허용된 1년의 공백 기간이 딥시크 탄생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딥시크가 H100을 대량으로 확보했다는 썰도 도는데요. 실제로 그렇다면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엔 커다란 구멍이 존재한다는 얘기죠.


42718_2630199_1739105170890651434.jpg 올해 1월21일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김빠진 트럼프의 스타게이트… 중국 고립 수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딥시크 충격이 터지기 직전 투자 규모가 5000억달러(729조원)에 달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딥시크가 보여준 AI 개발 가성비 탓에 벌써부터 김이 빠졌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오픈AI, 소프트뱅크그룹, 오라클 주도로 AI 합작회사(가칭 스타게이트)를 세워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내용인데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ARM 등 기업들이 기술 파트너로 참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입니다.


압도적인 AI 인프라를 구축해 미국이 AI 패권을 확실하게 확보하고, 수십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찬 계획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에서 프로젝트 내용을 발표했고, 올트먼 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가 참석했죠. 하지만 불과 며칠 뒤 딥시크 충격이 터져버리면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향한 의구심이 증폭하고 있습니다. 딥시크처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면 대규모 AI 인프라가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2025년 673조원)보다 더 큰 5000억달러를 실제로 조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죠.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딥시크 충격을 극복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긍정론도 존재합니다. 미국 주요 AI 기업들과 손정의 회장, 중동 자본이 모인 사실만으로 큰 의미가 있어서죠. 지난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올트만 CEO, 손 회장이 한국에서 회동하면서 삼성전자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국 기업들이 합류한다면 한·미·일 AI 협력 체계가 구축되는데요. AI 시장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실현되는 거죠.


42718_2630199_1739109652893724674.jpg 지난 4일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샘 올트먼 오픈AI 대표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자체 개발' 집착 놓는 네이버·카카오… '비상대책' 절실


딥시크에 대한 미국의 적대적인 반응은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AI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모든 산업과 일상에 AI가 파고든 현실을 고려하면 미국과 중국 모두 AI 패권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상대국에 AI 패권을 내줬다간 협상력을 상실해 국가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서죠. 중국 정부는 딥시크를 미국을 겨냥한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고, 미국 정부는 AI 시장에서 딥시크의 추월을 어떻게든 막을 겁니다.


AI 주도권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던 한국 기업들은 딥시크 충격을 계기로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카카오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조만간 출시할 AI 서비스 '카나나'에 오픈AI 기술을 접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자체 개발에 집착하지 않고 오픈AI 진영에 합류하는 전략을 택했죠. 토종 LLM '하이퍼클로바X'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투입했던 네이버 역시 외부 LLM과 협업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AI 시장에서 독자 생존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네요.


정쟁에만 골몰하던 정치권이 AI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현실을 깨달은 점도 고무적인데요. 국회는 AI 투자 확대와 인재 확보를 위해 다양한 입법 지원책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국회와 정부는 모바일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국내 AI 시장을 해외 서비스가 잠식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전폭적인 지원 없인 AI 시대에 한국 기업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비상한 시기엔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격언을 되새기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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