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이 적힌 온갖 단체와 기념일은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준다.
집 떠난 지 5년이 넘었는데도 부모님 집에서 가져온 수건들이 아직 남았다. 아직 그 수건들이 내 몸을 닦아준다. 몇몇은 바닥을 닦는 걸레가 됐다.
낯선 단체와 기념일이 적힌 수건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저서야 완전히 부모님 곁을 벗어난 게 아닐까. 점점 더 멀어지는 현실의 장면인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하다.
언젠가 아들이 내가 가져온 수건들을 들고 집을 떠나는 날이 오겠지. 그 수건들도 천천히 사라져 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