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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Mar 03. 2023

방구석, 생각 조각모음

<3>코로나 격리



결국 나도 걸렸다. 주변에서 "슈퍼 유전자를 가진 것 같다"며 추켜세울 때부터 불안했다. 역시나 통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안 걸린 사람보다 걸린 사람이 더 많은 바이러스와 전쟁을 오롯이 피해 갈 순 없었다. 어떻게든 바이러스와 만나지 않겠다는 절박함이 줄자 여지없이 내 몸으로 침투했다.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지만 세상을 뒤흔든 역병의 존재감은 묵직했다. 지금까지 걸렸던 그 어떤 목감기보다 심한 고통을 선사했다. 침을 삼키는 일이 이토록 힘겨운 일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만약 쉴 새 없이 말하고 싶은 수다쟁이였다면 정신적 고통도 꽤 컸을 것 같다. 목이 아파 떠들 수도 없었을 테니. 바이러스의 공격 대상이 목뿐이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갑작스러운 불청객으로 7일 동안 강제 휴식을 취했다. 집 밖을, 아니 방 밖을 나갈 수 없다는 엄청난 제약이 뒤따랐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나돌아 다니지 못한 적이 있던가? 내 의지로 집 밖에 나갈 수 있던 때부턴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맹장을 뗐을 때도 병원이 허락한 시간은 3일에 불과했다. 그런데 7일이라니. 되돌아보면 어마어마한 시간이었다.


지루하진 않았다. 꽤 긴 시간 동안 바이러스의 고통에 시달렸고, 스마트폰이라는 첨단기술의 집약체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미뤄뒀던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 시간을 죽였다. 보고 자고, 보다가 멍때리며 한량처럼 지냈지만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눈을 멈추니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다. 한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고민이 치고 들어오는 혼란한 상태가 꽤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기분 좋은 공허함을 맛봤다. 나도 모르게 머릿속이 정리가 된 걸까. 아니면 아무런 답도 정해진 게 없다는 답을 찾아서일까.


주기적으로 문서, 파일 정리를 하고, 컴퓨터 바탕화면에 쓸데없는 아이콘이 있는 걸 보지 못하면서도 머릿속은 그냥 내버려 뒀던 것 같다. 가끔은 쌓이고 쌓인 생각들을 조각모음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휴지통으로 보내야 할 걱정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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