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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웨이 Jan 27. 2023

새벽, 개 짖는 소리

<2>개 짖는 소리


설을 맞아 공짜로 틀어준 영화 한 편을 보고 나니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다. 얼른 침대로 가 누웠다. 처가에서 아침밥을 먹어야 하는데 밥상 앞에서 꾸벅거리는 참사는 막아야 했다. 잠들기에 집중하려는데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소리다. 얼마 전부터 아랫집인지 옆집인지 모를 곳에서 들려온 그 녀석의 존재감 과시다. 오전에 짖었던 기억에 비춰보면 주인이 집을 비운 게 분명하다. 쓸데없는 혼자만의 탐정 놀이다. 녀석의 소리는 짧고 강했다. 설 연휴를 맞아 집을 비운 주인을 찾는 거겠지.


많이 외로워서일까 미리 쌓아둔 사료를 두둑이 먹어서일까. 녀석이 지치지도 않고 계속 짖는다. 슬슬 짜증이 올라올 때쯤 어릴 적 한밤중 골목길에서 들려오던 개 짖는 소리가 떠올랐다. 시골 외할머니 댁에선 훨씬 더 먼 곳에서 소리가 들렸었지. 별안간 어릴 적 추억을 소환했다. 그땐 개 짖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는데…. 잠깐 그 시절이 그리웠다.


아침 일찍 출근하지 않는 여유 덕분에 할 수 있는 뜬금없는 회상이다. 새벽 아파트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에 감성에 젖다니. 녀석은 계속 짖는다. 화장실 문을 닫았다. 예상한 대로 배수구를 통해 소리가 올라왔나 보다. 우리 집에 대해 또 하나 배웠다. 고맙다, 멍멍아. 연휴가 끝나면 밤에 짖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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